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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브리저튼 콜린에게 사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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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14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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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카테 쓰긴 민망한데 글이 주절주절 길어질 것 같아서 아무튼 후기에 써본다

 

 

 

 

콜린에게 평생 사랑이란 책임과 보호였을 것 같음

 

바이올렛 피셜 콜린은 형제들 중에 가장 세심하고 남을 먼저 챙기는 성격이었고

펜한테는 나한테 넌 특별하니까 난 널 언제나 지켜줄 거라고도 했었지

 

심지어 마리나때는 마리나가 자기한테 솔직하기만 했더라면 결혼했을 거라고도 했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까지 다 책임졌을 거란 뜻이거든

 

난 그게 콜린이라는 사람이 알고 있는 사랑이었다고 생각함

콜린은 자기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자기를 희생해서라도 자기의 안전이나 욕구나 행복은 후순위로 미뤄서라도 

그들을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것이 자기의 임무이고 사랑이라고 믿고 살았을 것임

 

펜에 대한 사랑은 그게 전부는 아니지만

결국 가장 근본적으로 깔려있는 감정은 그거였다고 생각함

 

사실 펜에게 혼처를 구하는 걸 도와주겠다던 것부터도 따지고 들자면

콜린의 이런 성격때문에 시작된 일일 거임

 

소중한 친구이기에 늘 지켜주고 싶다

->그런데 그 소중한 친구와의 우정이 지금 내 말실수로 빠그러지게 생겼다

->내가 너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도와주고 널 뒤에서 지켜줄게 (그러니 우리 소중한 관계로 돌아가자)

남편듀스가 로코적 모먼트이긴 하지만 사실 심리적으론 이런 흐름인 거거든

 

데블링에게서 펜을 쟁취(?)하고 나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짐

이제 내 약혼자이기 때문에 모진 친정엄마로부터도 보호하고 지켜주는 게 당연한 거고

혹시 너는 그저 마차에서 휩쓸린 거라 나와 꼭 같은 마음이 아니어도 내가 그걸 감당하며 이 결혼을 책임질 수 있고

네가 날 아무리 화나게 해도 우린 이제 선도 넘었으니까 당연히 결혼까지 가는 거고

콜린은 자기 사랑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을 제외하곤 말이 안 되는 거임

 

미러씬 전에도 말하잖음 나는 널 사랑하니까 다 네 편이 되어줄 거라고

 

 

 

이쯤되면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고 싶은 건 콜린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사랑하면 당연한 거 아니냐?

물론 그렇긴 함

단지 콜린의 사랑에서 골자가 되는 부분이 그런 보호본능 같은 거였다고 생각한다는 뜻임

 

콜린에게 사랑은 누군가를 늘 지키고 보호하는 것이었기에

휘슬다운인 펜을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음

 

나를 사랑한다며, 내가 너를 몰라봤을 때조차 너는 아주 오랜 시간을 나를 사랑해왔다며

어떻게 내 가족을,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그리고 나를 다치게 할 수 있어?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보호하기는 커녕 네 손으로 상처를 낼 수가 있어?

너는 정말로 나를 사랑한 건 맞아?

 

휘슬다운 밝혀진 장면에서 보면 콜린이 거짓말이라는 표현을 쓰거든

근데 냉정하게 따지고 보면 펜이 거짓말한 게 뭐가 있어? 없단 말임

너 휘슬다운임? 물어봤는데 ㄴㄴ 아님 이런 적이 있는 것도 아님

펜이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데 망설이는 게 느껴져서 본인이 먼저 기다리겠다고 했음

콜린이 거짓이라고 느끼는 건 펜의 사랑인 거야

본인 기준에선 사랑한다면 상대를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공격하고 아프게 한다는 게 말이 안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콜린은 펜을 사랑하기에

펜을 지켜주고 싶고 휘슬다운도 그만했음 좋겠고 그래

근데 펜이 뭐라고 하냐면 내 앞가림 내가 할 수 있다고 콜린의 도움과 보호를 거부하는 말을 함

이건 아주 직설적으로 말하면 콜린의 입장에선 사랑의 거부거든

 

그러니 콜린은 그럼 내가 너한테 뭔 소용이냐고 폭발하는 거고

곧이어 펜이 당신을 사랑한다고 소리지르는 거에 눈깔이 도는 거임

 

난 콜린이 자신의 사랑과 펜의 사랑이 다르다는 걸 이때쯤 처음 알았을 거라고 생각함

깊이나 결이 다르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랑이 꼭 누군가를 지키는 방향으로만 기능하진 않는다는 걸

그게 되게 모순된 얘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는 거 말이야

분명히 펜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그게 진심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는 것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거

 

 

다행히도 콜린은 이미 본인의 존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고

펜에게 돌진할 때 자신이 쓰고 있던 쓰잘데기 없는 가면들과 헛짓거리를 벗어버릴 용기를 냈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서신으로, 자기만의 일기로 글을 쓰면서 진정한 자기를 발견해가는 경험들을 해본 사람이라서

늘 외롭게 월플라워로 있었을 펜의 마음을 금세 이해하고 

또 글을 쓴다는 것이 펜에게 어떤 의미였을지도 이해하게 되지만

 

그렇다고 콜린이 펜의 방식을 온전히 이해하는 건 아님

크레시다 문제 터졌을 때까지도 본인이 크레시다 만나서 해결해주려고 하잖아ㅋㅋㅋ

근데 그게 잘 안됐고 더 이상 자기 힘으로만 지켜줄 수 없는 문제가 되어버렸고

정말 진심으로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그 상대를 지켜줄 수 없다면?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켜주려는 사람들을 보면

그것이 물론 숭고하고 깊은 사랑에서 우러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 상대에게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거나 존재가치를 느끼는 경우도 꽤 많음

이게 나쁜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되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하고

콜린도 그런 마음이 없지 않았을 거라 생각함

Then what good am I to you 같은 대사가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이거든

 

펜은 당신이 나한테 뭘 해줘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그저 내 옆에만 있어달라고, 그저 날 사랑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콜린은 여전히 혼란스러움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자기가 뭘 해줄 수 없다면? 이 문제를 끝낼 수 없다면?

그러면 펜과 자기 사이엔 뭔가가 늘 가로막고 있는 거임

이 즈음에선 이미 콜린은 펜이 그렇게 행동한 경위를 이해했고 용서한 단계임

휘슬다운인 너를 죽어도 받아들일 수 없고 사랑할 수 없어 이런 단계가 아니라

어떻게든 형한테 돈 허락 받아다 크레시다 입막음 시키고 문제를 해결하자는 거임

 

근데 펜이 그걸 하지 말자네? 아니 하지 말라네? 도움을 거부하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거임

콜린은 이제껏 그런 방식이 아니고는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거든

심지어 어쩌면... 그러지 않으면 정말로 사랑받는다고 느낄 수도 없을 것 같거든

 

 

 

근데 결국 엔딩에서 펜이 자기 발로 걸어나가서

자기가 저질렀던 과오를 자기 손으로 밝혀내고 모든 걸 해결해버렸을 때

그게 진짜 좀 끝내주게 멋있다고 느꼈을 때

콜린의 사랑은 거기서 완성됐다고 생각함

 

상대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잘못을 하더라도

내 힘으로 지켜줄 수 없어도, 아니 상대가 내 도움을 거부하더라도,

심지어는 그 사람의 성공이나 용기가 나보다 반짝여서 질투가 나더라도

내가 상대를 구해줄 수 없더라도

그냥 사랑은 사랑 그 자체고 나는 펜을 사랑하고 펜에게 사랑받는다는 것 ㅇㅇ

 

 

 

 

 

 

두서없이 쓰고 퇴고도 안하고 올릴거라 좀 아무말 대잔치같긴 한데

파트2까지 달린 느낌은 이랬음

콜린의 성장서사가 원작에선 작가로서의 부분도 꽤 강조되었던 것에 비해서

드라마에선 사랑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고 개인적으로 느꼈고

아무튼 개인감상임 ㅇㅇㅋㅋ

읽어준 덬 있음 고맙고 나는 이제 미러씬 복습하러 간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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