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 기소가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에 도로공사의 결정은 배구계에 상당한 파문을 일으켰다. 챔피언결정전 직전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만으로도 사상 초유의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김 전 감독의 거취를 놓고 ‘정치권’의 개입 및 입김도 작용한 것으로 드러나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치권의 개입이 시작된 건 2월말 김 전 감독이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된 이후다. 약식 기소 소식이 알려지자 국토위 소속의 A의원실에서 약식 기소를 근거로 당장 김 전 감독을 경질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토위 소속이라는 이유만으로 도로공사 배구단 감독의 거취를 요구하는 것은 도가 지나친 처사라는 지적이다. A의원이 이렇게 강경하게 나온 것은 김 전 감독이 배구단을 나간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진 ‘도로공사 감독 내정설’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게 배구계의 추측이다.
B의원의 강한 개입 이후 김 전 감독의 입지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배구단 내부는 여전히 김 감독으로 정규리그는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배구단을 관리하는 도로공사 본사의 태도가 강경해졌다.
특히 함진규 도로공사 사장이 지난 2월말에 임기를 마쳐 사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배구단이 도로공사 본사에서 떨어져 나와 독립법인이긴 해도 구단주는 도로공사 사장이 맡는다. 최종 결재권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평소엔 배구단 관련 업무에 대해 최종 권한을 맡을 수 없는 직급의 B임원이 배구단 운영의 전권을 갖게 됐다.
이후 본사로부터의 개입이 강해졌다. 당장 김 전 감독을 지난달 13일 흥국생명과의 정규리그 6라운드 맞대결 때부터 코트 위에 세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17일 김천에서 열린 마지막 홈 경기에서도 김 전 감독을 코트 위에서 빼라는 지시까지 이어졌다.
도로공사 배구단이 이때까지만 해도 결사반대를 통해 본사의 개입을 막아냈다. 지난달 20일 열렸던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까지도 김 전 감독의 거취가 결정되진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전 감독이 미디어데이에는 참석했던 것이다. 이후 배구단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B임원은 끝까지 김 전 감독에게 챔프전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을 고수했고, 결국 도로공사 배구단은 김 전 감독과의 동행을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챔프전 3전 전패였다.
김영래 수석코치에게 감독대행을 맡겨 챔프전을 치른 도로공사는 2차전을 앞두고 이례적인 발표를 했다. 김영래 감독대행 체제로 2026~2027시즌을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감독대행이 해당 시즌을 마무리하는 것은 흔해도, 차기 시즌 1년 계약은 프로 스포츠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이런 계약이 나온 건 배구단의 구단주이기도 도로공사 사장석이 공석이기 때문에 감독 계약을 맺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배구단이 이런 이례적인 계약을 발표한 건, 도로공사 사장이 결정되기 전에 외부 입김에 흔들리지 않고 배구단 내에서 감독을 세우겠다는 의지의 천명으로 보인다. 김 전 감독이 팀을 나간 후 공석이 된 감독 자리를 놓고 여기저기에서 내정설이 크게 불거졌다. 내정된 감독으로 알려진 C의 감독 취임이 기정사실화된 것으로 배구계에 퍼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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