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확정을 알리는 호각 소리와 함께 두 선수는 자석에 이끌리듯 서로를 찾아가 거칠게 끌어안았다. 누구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배구 천재' 배유나와 묵묵히 코트 뒷방을 지키며 살림꾼 역할을 해온 문정원의 만남은, 그 자체로 한국도로공사 배구가 걸어온 인내의 시간을 대변하는 듯했다. 서른 중반을 넘어선 나이, 매 경기 직후 아이싱 모델을 방불케 할 만큼 온몸에 파스를 붙여야 했던 고단한 일과 속에서도 두 선수는 서로의 존재를 등불 삼아 이 길고 긴 정규리그를 버텨냈다.
배유나의 어깨에 고개를 묻은 문정원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자, 배유나는 말없이 동료의 등을 투박하게 토닥였고, 이내 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뛰었다. 거기엔 "수고했다"라는 백 마디 말보다 깊은 위로가 그리고 그 어떤 칭찬보다 서로를 믿는 신뢰가 있었다. 부상으로 코트를 비워야 했던 암담한 날들, 은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던 고통의 순간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조금만 더 해보자"라며 손을 내밀었을 것이다. 이날 인천삼산체육관의 코트 바닥에 흘린 기쁨의 눈물은 단순히 우승 기쁨만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정상에 선 살아남은 자들의 뜨거운 유대감이었다.
코트를 가득 채운 후배들의 환호성 사이로 두 베테랑이 나눈 포옹은 스포츠가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감동이었다. 높이 솟구치는 탄력은 예전만 못할지라도, 동료를 감싸안는 그들의 팔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하고 따뜻했다. 승패라는 냉혹한 결과 너머에 사람이 있고, 그 사람과 사람이 빚어내는 드라마가 배구라는 스포츠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배유나와 문정원이 온몸으로 증명한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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