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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의 인연은 각각 한봄고 2학년, 중앙여중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22년 U-18(18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에서 시작됐다. 이후 김세빈이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이지윤도 2년 뒤인 지난 9월 전체 1순위로 각각 도로공사에 입단하며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김세빈은 "처음 봤을 때 키(188㎝)도 크고 서로 성격도 비슷해서 '프로에서 같이 뛰면 참 좋겠다' 생각했는데, 같은 팀에서 다시 만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웃었다. 그러자 이지윤은 한술 더 떠서 "도로공사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김세빈) 언니랑은 운명이구나' 싶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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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성적이 좋다 보니, 경험이 많지 않은 우리도 시너지 효과를 얻어서 덩달아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김세빈의 말에 겸손함과 여유가 동시에 묻어났다. 그는 "감독님과 언니들 모두 많이 도와주지만, 지윤이도 아주 듬직해서 큰 힘이 된다"며 "갓 입단한 신인인데, 어려운 순간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침착하게 경기를 치르는 모습은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이지윤을 추켜 세웠다.
이지윤은 그러나 "실수하고 나면 그 장면이 계속 떠올라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우왕좌왕하기도 한다"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표정 변화 하나하나가 경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서 경기가 잘 안 풀리더라도 일부러 더 많이 웃고, 더 크게 소리 지르려 한다"며 '포커페이스의 내막'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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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면 들뜰 법도 한데, 이지윤은 도리어 "아직 많이 부족하다"며 "경기를 치를수록 상대가 나를 더 많이 분석하고 대응하기 때문에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자신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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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빈은 2025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무대를 경험했다. 김세빈은 "사실 그동안 블로킹이 조금 엉망이었다. 그런데 다른 팀 베테랑 언니들뿐 아니라 외국인 감독님과 세계 최고 수준의 외국 선수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많이 배우고 느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블로킹 손 모양이나 팔을 뻗는 자세 등 세세한 부분을 많이 교정했다"면서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으나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의 가파른 성장은 오래전부터 '센터 명가'로 불린 도로공사에도 고무적인 일이다. 이보람과 하준임을 시작으로 장소연(현 페퍼저축은행 감독), 정대영, 그리고 배유나에 이르기까지 국내 최고 미들 블로커들이 이 팀에서 전성기를 누렸다. 김세빈, 이지윤 역시 명가의 계보를 이을 적임자로 거론된다. 나아가 양효진 이후를 우려해 온 국가대표팀의 현실을 떠올리면, 리그를 넘어 여자배구 전체로도 반가운 신호다.
두 선수의 올 시즌 목표는 분명하다. 우선 팀의 통합 우승을 달성한 뒤 김세빈은 '베스트 7'에, 이지윤은 '영플레이어상'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숫자와 경기력 모두 그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세빈은 "(올 시즌 신인으로 입단한) 내 친구들도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거론되지만, 우리 지윤이가 훨씬 압도적이지 않나요? 꼭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후배에게 힘을 실었다. 이어 "앞으로도 다치지 말고, 건강하게 시즌을 잘 마무리해 보자"며 진심 어린 응원을 건넸다. 이지윤 역시 "언니가 언젠가 '사람들에게 배구 잘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열심히 돕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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