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전설, 황연주의 끝나지 않은 여정
2025년 5월, 마흔 살의 황연주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15년 가까이 함께한 현대건설을 떠나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한 것. 한국도로공사의 진심이 황연주의 마음을 움직였다. “아직 황연주라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구단이 있다는 게 감사했죠.”
정든 현대건설을 떠나 새 유니폼을 입었다.
현대건설로부터 다음 시즌에는 함께하기 어렵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바깥에 알려진 대로 코치 제안이 일부 오간 것도 사실이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크게 좌절했다. 여태껏 최선을 다해 달려왔는데, 그 결말이 겨우 이 정도인가.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해야 은퇴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걸까. 무엇보다 ‘이제 현대건설이라는 팀이 황연주라는 선수를 필요로 하지 않는구나’라는 생각에 자괴감이 들었다. 겉으로는 덤덤한 척했지만,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그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때 마침 한국도로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그 팀은 황연주라는 선수가 아직 필요하다더라.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다. 아직은 선수 황연주로 남고 싶었다. 이대로 떠나기엔 미련이 남을 것 같았다.
등번호는 그대로 4번인가.
데뷔한 뒤로 쭉 등번호 4번을 달았다. 애착이 있는 번호는 맞지만, 굳이 새 팀에서까지 고집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전)새얀이가 내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팀에 먼저 4번을 양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더라. 그때는 내가 아직 합류하기도 전이었는데 말이다. 크게 감동했다. 정말 고마워서 얼마 전에 작은 선물을 했다. 한사코 거절하려는 걸 새얀이에게 억지로 들이밀었다(웃음).
마흔 살이 돼 맞이하는 시즌이다.
안 그래도 요즘 마흔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지금 읽고 있는 책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다. 내용이 좀 어렵다. 그래도 그냥 읽는 중이다. 이거 말고 가끔 예전에 읽었던 책들도 다시 꺼내 읽고 있다. 나이 먹고 읽으면 느낌이 또 다르다. 같은 책을 2~3번씩은 읽는 것 같다. 원래 독서를 꾸준히 하는 편이다. 수요일 오후마다 책을 챙겨서 카페에 가는 게 루틴이다.
모마와도 재회하게 됐다.
모마가 사실 다른 선수들과 친화력이 막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더 다가가고 많이 챙겨 주려고 한다. 간혹 내가 현대건설에서 모마를 많이 혼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맞다(웃음). 그런데 이건 꼭 말하고 싶다. 모마가 표정이 좀 뚱해서 그렇지, 심성은 정말 착한 선수다.
은퇴도 고민했다고 들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남편과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당장 은퇴를 고민한 건 아니지만 그 시기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제부터는 열심히 해도 현상 유지가 다일 나이니까. 언젠가부터 계속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좀 받았다. 이대로면 1~2년 정도만 더 뛰고 현대건설에서 은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속으로 했다. 물론 휴가가 끝나고 팀에 복귀했을 땐 이미 의지를 다잡은 상태였지만(웃음).
지금은 어떤가.
나 자신이 아니라 한국도로공사라는 팀을 위해서라도 악착같이 오래 뛰어보려고 한다. 고작 1년 더 뛰자고 김천까지 내려온 건 아니다. 사실 나나 팀이나 서로 부담되는 이적이었다. 나로선 지방 생활이 아예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다. 팀도 마흔 살이나 되는, 그것도 한 팀에서만 15년을 뛴 선수를 영입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나를 믿어준 구단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왜, 예전부터 내가 항상 해왔던 말이 하나 있지 않나. 은퇴 시기를 정해두지 않고 그저 한 해 한 해 최선을 다해 온 거라고. 지금도 같은 마음이다.
도전의 아이콘 황연주가,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전하는 메시지
매 순간 화려해 보였던 황연주의 인생에도
앞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터널이 있었다.
몸이 찢어지고, 마음이 조각나는 순간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일어섰다.
결국 여기까지 왔다고 말한다.
“진짜 고생 많이 했죠.
한 번은 아예 짐을 싸서 숙소를 뛰쳐나가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정말로요.
그 정도로 속상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저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그동안 몇 번이고 이 길을 포기하려 했었는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버티고 또 버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왔네요.
왜, 그런 말 있잖아요. 고생 끝에 복이 온다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황연주라는 사람의 인생은
정말 그런 순간의 반복이었던 것 같아요.
죽을 만큼 힘들다가도, 어느샌가 보면 또 웃고 있고.
그렇게 아등바등 살아왔네요.
저는 이제 한국도로공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해요.
중간에 분명히 또 그런 힘든 시기가 찾아오겠죠.
이번에도 끝까지 버텨보려고요.
그러다 보면… 또 좋은 일이 생기겠죠.”
지금 이 순간,
버틸 힘이 필요한 당신에게 보내는 황연주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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