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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승주는 “저의 은퇴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가장 속상한 게...제가 은퇴하는 이유에 대해 ‘출산’, ‘임신’ 같은, 제가 전혀 하지 않았던 말들이 흘러나오는 거였어요. 남편에게도 ‘난 어차피 그만뒀고, 다시 되돌아갈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내가 선택한 길이니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데, 왜 자꾸 하지 않은 얘기가 기사화된 게 너무 속상해’라고 얘기했죠. 이후에도 그런 말들이 제겐 다 상처로 다가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어 “‘가족과 가까운 곳에서 뛰고 싶다’라고 얘기한 적은 있지만, 이는 표면상의 명분이었어요. 임신 얘기는 절대 한 적이 없었어요. 분명한 건 저는 배구를 더 하고 싶었어요. 제가 가장 바랐던 것은 ‘좀 더 다른 환경에서 뛰어보고 싶다’였다고 말씀드릴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래도 표승주의 곁에는 때로는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로를 무너뜨리기 위해 치열하게 맞붙기도 했고, 태극마크를 달고서는 한국 배구를 드높이겠다는 마음 하나로 뛰었던 동료, 선후배들이 있었다. 표승주는 “협상 마감 전에 제가 처한 상황을 얘기하니 열이면 열 모두 ‘안 된다. 관둔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더 해야한다, 후회하지 않겠냐’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마음이 워낙 확고했으니 더 하라고 얘기는 못 하더라고요”라고 지난 일을 회상했다.
그리고 가장 의지하는 선배이자 언니, 2020 도쿄 올림픽 때 룸메이트 사이였던 ‘배구여제’ 김연경도 큰 힘이 됐다. 김연경은 표승주의 FA 미계약, 그리고 은퇴 소식이 전해지자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조금 더 좋은 환경이었다면 배구를 더 할 수 있었을텐데...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 더 선수들을 위한 제도가 생기길 바라봅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소식이 전해지기 전 표승주는 김연경에게 연락해 자신의 상황을 알렸다. 그는 “(연경)언니가 ‘절대 안 된다. 그냥 더 해라’라고 얘기하셔서 ‘저는 이제 안 될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니 언니가 ‘정말 괜찮겠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언니가 인스타그램에 메시지를 올렸고, 그걸 보는 데 마음이 찢어지더라고요. 쉽지 않은 일인데...선수 편에서 그렇게 해준다는 게. 그 자체가 너무 고마웠어요”라고 후일담을 전해줬다.
표승주는 이제 더 이상, 아니 최소 1년은 V리그에서 뛸 수 없다. 물론 실업팀에 입단해 1년 간 실전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고 몸 관리를 하면서 다시 V리그 무대를 노크할 수는 있지만, 그때도 여전히 현재 보상 규정인 전 시즌 연봉의 200%+보상선수 1명 혹은 전 시즌 연봉의 300%를 적용받아야 한다. 한창 프로에서 뛰고 시장에 나온 지금도 그 허들을 넘지 못했는데, 1년을 V리그에서 떠나 있다가 다시 선택을 받기란 더 어려울 게 자명하다. 표승주는 “제가 만약 1년 뒤를 바라보고 다시 배구 선수의 끈을 놓지 않았다가 1년 뒤에 또 다시 이런 상황을 겪게 된다면...저는 그땐 정말 지금보다도 더 힘들 것 같아요. 그게 겁나서 그 길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요”라고 설명했다.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FA 제도와 보상 규정 완화로 흘렀다. 표승주는 “제가 프로에 15년 있으면서 선수를 위한 방향으로 FA 제도가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라면서 “제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 조금은 무거운 FA 제도, 보상 관련 규정들이 이번 계기로 바뀌었으면 해요. 더 이상 저 같은 상황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게요”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