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인터뷰실을 찾은 레오는 “정말 중요한 경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규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1세트를 지고 나서 ‘이렇게 경기를 하면 안 되겠다, 우리의 리듬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2세트부터 집중력을 잘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먼저 전했다.
레오는 2세트에 어떤 플레이를 하고자 했는지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1세트에 허수봉이 리시브에서 좀 고전했다. 그래서 허수봉이 아포짓으로 가고 내가 리시브 점유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변화를 가져갔다. A패스를 욕심내기보다는 공을 위로 띄우고 우리 팀의 공격력을 믿기로 했다. 우리는 공격력은 충분히 좋은 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게 잘 통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제는 마인드 자체가 완전히 정석 아웃사이드 히터가 된 레오였다.
레오의 리시브 효율과 공격 성공률에는 밀접한 연관도 생겼다. 아웃사이드 히터들의 숙명인 리시브 이후 공격 가담에서 레오가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공격에만 집중할 때보다 리듬이나 타점이 더 좋아 보이는 장면도 나왔다. 레오는 “일반적으로 리시브에 참여하면서 공격도 구사하면 피로도가 더 쌓일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오히려 나는 공을 많이 만지면서 리듬이 더 좋아지는 것 같다. 이렇게 리시브와 수비에도 적극 참여하는 배구는 나도 그간 접해보지 못한 배구인데, 지금까지 해본 바로는 재밌고 좋다”며 이러한 플레이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레오가 발전한 부분은 리시브뿐만이 아니다. 삼성화재-OK금융그룹(현 OK저축은행) 시절 그닥 선호하지 않았던 라이트 백어택을 현대캐피탈에서는 상황에 맞게 적절히 구사하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 나온 레오의 두 차례 라이트 백어택이 경기 흐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팀 상황에 따라 내가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다. 감독님과 경기 전부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연습 때도 많이 준비했다.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여전히 왼쪽이 훨씬 편하지만, 팀이 원한다면 언제든 오른쪽에서도 때릴 수 있다”며 라이트 백어택 역시 피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눈 뒤, 레오는 이날 계양체육관을 찾은 원정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현대캐피탈의 팬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찾아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신다. 보셨듯이 홈팬 못지않은 큰 응원을 보내주신다. 경기 중에 그런 모습을 보면 큰 힘이 된다”며 자신의 진심을 표했다.
어느덧 한국에서만 일곱 번째 설날을 맞는 레오는 이제는 익숙해진 명절 인사도 빼먹지 않았다. 그는 “팬 여러분들께서 가족 분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셨으면 좋겠다. 우리는 계속 열심히 준비해서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하며 노련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배구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발전을 멈추지 않는 레오와의 즐거운 인터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