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에서 그 모습은 어디로 간걸까.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앳된 10대 소녀의 모습이었다.
김천 도로공사 하이패스의 신인 세터 김다은(18)은 시즌 개막 때만 하더라도 아직 고등학생 신분이었다. 지난 1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원정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그는 “졸업식을 어제했다. 학교는 못갔다. 아쉬운데 이겼으니까 (좋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날 김다은은 42.86%의 토스 성공률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생애 첫 팡팡플레이어(중계사 선정 경기 MVP)에 선정돼 경기 후 방송 인터뷰까지 갖고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기도 했다.
“이번에는 (흥국생명에게) 조금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그래서 그만큼 더 좋은 거 같다”며 말문을 연 그는 “동료들이 첫 팡팡플레이어 축하한다며 물을 뿌려줬다. (첫 방송 인터뷰라) 엄청 긴장될 거 같았는데 생각보다 (긴장이) 안됐다”며 첫 방송 인터뷰 소감도 전했다.
2024-25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그는 첫 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4라운드 들어와서 많이 성장한 모습 보여주고 있다”며 신인의 성장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손에서 (토스가) 나가는 타이밍이나 운영적인 측면은 개선이 필요하지만, 공격 패턴이나 이런 걸로 상대의 타이밍을 뺏는 느낌은 좋아진 거 같다”며 선수의 발전에 대해 말했다.
김다은은 “전반기보다 안정된 거 같기도 한데 아직 너무 급한 부분도 많고, 상황마다 해야하는 플레이가 있는데 아직 그런 것을 잘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초반보다는 언니들과 (호흡이) 많이 맞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날 경기에서는 세터이지만 네 차례 전위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김종민 감독은 “세터 공격 훈련은 따로 시키지 않고 있는데 공격이 제일 좋더라”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다은은 “고등학교 때는 조금 더 자유로워서 그런 걸 지금보다 많이 했었고, 그렇게 배워왔다”며 공격에 가담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선배 미들 블로커 배유나의 토스를 받아 때린 그는 “(세터가) 공을 때리는 것이 흔치 않으니까 (공격을) 하면 괜찮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 감독은 약간 걱정하는 모습. “공격을 좋아하고 본인이 서브든 뭐든 자기가 뭘 어떻게 하려고 하는 욕심이 굉장히 많다. 어떻게 보면 쇼맨십도 강하다. 그런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독이 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 주의를 많이 주고 자제하라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선수도 감독의 이런 걱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김다은은 “여기는 이제 프로니까 고등학교 때와 수준 차이도 나고, 분석을 해서 (상대에 대해) 다 아니까 자제하려고 한다. 그래도 (기회가) 확실할 때는 그냥 하라고 하셨다”며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공격하는 욕심은 여전한가’라는 질문에는 “네”라고 힘주어 말했다.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많은 선수다.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김종민 감독은 “어린 나이의 세터를 이렇게 처음부터 쓴적은 나도 없는 거 같다. 내가 알기로는 염혜선, 이다영 정도다. 그런데 지금 수준을 보면 본인이 얼마만큼 노력하고 연구하느냐에 따라 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렇게 보고 있다”며 이 신인 선수의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일단 첫 번째 목표는 이번 시즌 신인왕이다. 같은 목포여상 동기이자 GS칼텍스에서 뛰고 있는 이주아(18)가 경쟁 상대다.
김다은은 “(이)주아와 선의의 경쟁이라 생각하고 있다. 주아도 욕심을 내고 있을 것”이라며 신인왕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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