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신인왕 1순위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한국도로공사 신인 세터 김다은(18)이 대담한 공격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사령탑은 이 모습이 썩 반갑지만은 않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24일 경북 김천시 삼락동에 위치한 김천실내체육관에서 펼쳐진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정규시즌 3라운드 홈경기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점수 3-0(25-17, 25-18, 25-18)으로 승리했다.
질 것 같지 않던 흥국생명을 상대로 시즌 첫 연승 및 셧아웃 승리를 거둬 더욱 뜻깊었다. 고른 득점력이 돋보인 경기였다. 타나차 쑥솟(등록명 타나차), 강소휘, 메렐린 니콜로바(등록명 니콜로바), 배유나가 차례로 25%, 23%, 24%, 18%의 고른 공격 점유율을 가져갔다. 타나차 14점, 강소휘 13점, 니콜로바 11점으로 새로운 도로공사 삼각편대가 38점을 합작했고, 팀 공격성공률도 44%로 좋았다.
세터들의 활약이 나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윤정(27)이 먼저 나와 전반부를 책임졌고 김다은이 경기 끝까지 책임졌다. 경기 후 김종민 감독은 "세터들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부분이 좋았다. 수비에서도 집중적으로 마크해야 할 선수와 수비적인 부분이 잘됐다"고 칭찬했다.
김다은은 목포여상 재학 중 2024~2025시즌 V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된 대형 신인이다. 첫 시즌임에도 벌써 17경기 61세트에 나왔다. 눈에 띄는 점은 득점력이다. 벌써 8개의 블로킹 득점과 3개의 서브 에이스를 묶어 32점을 뽑았고, 이는 올 시즌 세터 중 득점 1위 기록(전체 47위)이다.
지난 11일 GS칼텍스 원정에서 김다은은 5세트 17-16으로 앞선 상황에서 타나차가 디그한 공을 패스 페인트로 넘겨 승부를 결정지었다. 19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는 서브 에이스 3개로 개인 한 경기 최다 득점인 5점을 올리며 승리를 이끌었고 7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 중이다. 이날도 도로공사가 8-4로 앞선 3세트에 다이렉트 킬을 선보이면서 공격 본능을 보였다.
하지만 김종민 감독은 신인 세터의 공격적인 면을 경계했다. 김 감독은 "(김)다은이의 그런 부분은 썩 좋다고 평가할 수 없다. 세터는 항상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부분을 억제하는 것이 좋다"고 선을 그었다.
공격력이 뛰어난 세터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득점에 성공했을 때보다 실패했을 때 세터 본인과 팀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크다고 봤다. 이미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았을 때 그런 경험은 충분히 겪어봤다.
김 감독은 "나도 공격형 세터를 좋아한다. 자신의 손에서 처리할 수 있을 때 처리하는 것이 안 좋다고 볼 수 없다. 때론 과감해야 한다"면서도 "그렇게 성공하면 좋은데 실패했을 때는 팀의 리듬이 달라진다. 어디까지나 세터의 본분은 토스이기 때문에 (김)다은이가 본인의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터로서 김다은은 꾸준하지 못하다. 현재까지 1210회 세트를 시도해 세트당 평균 7.607개로 리그 전체 세터 중 7위를 기록 중이다. 6위 김지원(GS칼텍스)의 8.507개, 1위 김다인(현대건설)의 11.431개와는 큰 격차다.
하지만 대담한 성격으로 빠르고 힘 있는 토스를 구사하고 차츰 시야를 넓혀가는 등 성장세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훈련 강도가 높은 도로공사의 시스템도 신인 세터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어갈 차세대 세터로서 기대가 높기에 김 감독도 출전 시간과 심리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김다은이 기본부터 차근차근 성장하길 바랐다.
김 감독은 김다은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는 이유로 "신인이라 처음부터 경기에 들어가면 부담을 느낀다. 실력 탓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내가 볼 때 (김)다은이는 분명 세터로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다. 수비나 경험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아직 어린 선수다. 들어가서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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