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은 18일 "이번 신임감독 선임 과정에서 여러 불찰과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함과 동시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의 부주의와 신중치 못한 대응으로 배구를 사랑하는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 나아가 국가대표 팀의 운영에도 폐를 끼쳤다.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OK저축은행은 여섯 시즌 동안 김세진 감독이 사퇴한 뒤 새 감독 선임 절차가 느려지자 이런저런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고, 결국 김호철 대표팀 감독과 접촉까지 했다.
OK저축은행은 "김호철 감독 선임 문제는 내부 검토 단계에서 중단되고, 철회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저희의 미숙했던 점에 대해서도 내부 프로세스 등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누가 먼저 감독직을 제안했느냐'를 떠나 구단 감독직을 놓고 접촉한 것만으로도 거센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김호철 감독은 대표팀 첫 전임 사령탑이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지난해 2월 전임 사령탑을 도입한 건 안정적인 환경에서 대표팀을 운영하고 이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많은 전임 대표팀 감독이 프로행으로 대표팀 지휘봉을 중도에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전임 사령탑 제도의 도입으로 계약 기간을 보장하고, 종전까지 소집 기간에만 급여가 지급된 것과 달리 1억원 이상 연봉을 보장했다. 특히 계약 당시 프로 구단을 포함해 전임 사령탑의 계약 기간 내 '이적 금지' 조항을 삽입했다. 이를 어길 시 위약금 50%를 물도록 되어 있다. 이와 관련된 사항은 수 차례 언론 보도로 이뤄진 만큼 OK저축은행에서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 KOVO 역시 '이적 금지' 조항에 대해 OK저축은행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OK저축은행은 "김호철 국가대표 감독께서 본연의 위치에서 흔들림 없이 한국 국가대표 배구팀을 잘 이끌어 나가시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김호철 감독에 대한 더 이상의 논란이나 피해가 계속되지 않기를 희망하며, 저희 구단 또한 반성적 성찰을 바탕으로 국가대표 팀에 대한 존경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국배구연맹은 이번 논란을 예의주시하며 지켜보고 있다. 연맹 관계자는 "어떠한 징계를 내리려면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소속팀 사령탑 선임을 놓고 김호철 감독과 OK저축은행이 접촉한 사실은 확인됐다. 도의적으로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상벌위원회 소집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며 "가능한 빨리 이번 논란과 관련된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프로 구단이 모여 이번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대표팀 사령탑 빼내기'를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화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당혹스러운 입장의 대한민국배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 아닌가"라며 "OK저축은행도 분명히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강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대한민국배구협회는 17일 회의를 갖고 김호철 감독을 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에 넘기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