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루 중에 잠도 깰 겸 한...2n년 전 이야길 할까 함. 덕분에 원덬은 비행기 문제 생기면 매우 평온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음.
때는 휴대폰에 카메라는 커녕(!) 전화와 문자만 되던 시기...로밍도 안되던 2000년 초반임. 대학생이던 원덬은 미성년자인 동생을 데리고 호주로 배낭여행을 가게 됨. 비행기를 알아보니 캐세이퍼시픽이 제일 쌌고, 홍콩에 대한 로망이 있던 원덬은 냉큼 이 경유편을 잡게 됨. 그리고 이때는 인천공항이 개항한 지 얼마 안된 때여서 인천공항으로 가려면 차 또는 몇 안되는 리무진 버스밖에 없었음.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홍콩에 태풍이 와서 비행기가 못 뜬다는 거예요... 그래서 내일은 뜨냐니까 내일은 뜰거래.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야 맞겠지만...늦은 오후 비행기기도 했고 짐을 다시 들고 나오기가 너무 귀찮은 것(원덬 집 서울임)... 설레는 맘으로 나왔는데 다시 가기 싫기도 하고 다음날 데려다줄 사람도 없어서 공항에서 노숙을 하게 됨. 그거까진 괜찮은데 쓸 일 없는 휴대폰을 가져가긴 귀찮아서 엄마아빠에게 맡김. 어차피 카운터 근처에 있으니까 카운터에서 확인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공중전화로 1시간에 한 번 전화 걸면 된다고 생각함. 여기서부터 모든 비극이 시작됨.
하룻밤은 어찌어찌 버텼음. 옆에는 경상권에서 온 내 또래 여성들이 똑같이 노숙하고 있었고(행선지가 동일). 머리야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거고.
다음날, 전 비행기 카운터 열리자마자 확인하러 감 (비행기가 2시간 간격으로 3대인가 있었음) 그러자 당시 매니저가 매우 쌀쌀맞게 "그 시간 비행기 탑승자가 왜오냐. 시간 맞춰 와라"하는 거. 그래서 비행기가 문제 없는지 확인해달라니까 귀찮다는 듯이 괜찮다는 거야. 그래서 2시간 반 전에 다시 카운터로 감. (직원이 괜찮다고 했고, 나도 귀찮아서 그 사이에 부모님께 전화는 안함)
직원: 왜 이제 오셨어요?
나: 네???
직원: 이 비행기는 현지 기상 문제로 취소돼서 이전 비행기(=아까 매니저한테 욕먹었을 그 시점에 체크인하는 비행기)로 탑승하시라고 연락드렸어요. 연락 못받으셨어요?
이러길래 니네 매니저가 이차저차 했다고 하니까 이름 물어보더라. 다행히 내가 이름을 기억해서 말했더니 직원 둘이 조용히 자기들끼리 미스인포 줬다고 머리 쥐어뜯음. 조금만 기다리라더니 그 매니저가 어디서 아시아나 보딩패스를 구해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40분 정도 뒤에 출발하는 거)
그러더니 사과 한 마디 없이 시간 없으니까 아시아나에서 짐 체크인하라고 함. (홍콩에서 호주가는 건 따로 줌)
아시아나 카운터 갔더니 "호주까지 짐은 저희가 보내드릴 수 없어요" (사유: 너넨 원래 우리 승객 아니잖음)
그럼 어쩌라는 거냐니까 홍콩 가서 알아서 하라고 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은 웃긴데 그 때 머리가 하얘짐. 일단 빨리 가서 뛰라고 해서 문닫고 탑승함. 더웃긴건 이때 우리는 배기지택을 받지 못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홍콩도 처음이고 경유도 처음이었던 사람인데...요...(해외여행은 처음 아님)
그렇게 홍콩에 도착함. 그 어디에서도 우리는 아시아나 카운터와 지상직을 만나지 못했으며...캐세이 퍼시픽 트랜스퍼 카운터에 가서 자초지종을 설명했음(영어 잘 못할 때임)
답: 뭔소린지 알겠는데 님들 지금 늦었고 홍콩공항은 아주 넓어서(원래 시간 여유로워야 하는데 비행기가 착륙을 못해서 1시간도 안 남았음) 지금 뛰어가도 비행기 못탈 수 있음. 대신 내가 짐찾아 보고 다음 비행기에라도 반드시 보내주겠음! (하고 보딩패스 받아감)
그래서 또 뜀. 비행기에 겨우겨우 탑승함.
하지만 비행기는 못 뜸^^ 당연함. 그 다음 홍콩 오는 비행기가 취소됐는데 이륙이 되겠냐고.................... 장장 3시간을 비행기에 앉혀두었다가 이륙을 포기함ㅋㅋㅋㅋㅋ 그리고 캐세이에선 홍콩달러 1000불을 내면 호텔에서 재워주겠다고 함. 나는 호주 갈 사람이라 호주달러만 가지고 있을 뿐더러 체크카드만 있음...
다시 공항 노숙 시작. 홍콩 호텔에 대한 정보는 1도 없으니 그냥 카운터에서 주는 담요 덮고 자.....면 좋겠는데 이제 너무 씻고 싶은 거야... 지금은 알지만 그땐 샤워시설이 있는지도 모르니까 진상 상태가 되어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고...(앞에서 말한 경상권 여성들과 함께...) 핸드워시로 머리 감기는 했는데...어떻게 말렸는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근데 이제 슬슬 짐 걱정이 시작된 거지. 비행기야 다 못 떴지만 내 짐은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 알게 뭐야..ㅠㅠㅠ 그래서 열심히 쪽지에 써서 카운터에서 돌봐주는 지상직 직원에게 내밀었음. 그들은 텔렉스를 보낸다느니(그런 시절이었다...) 어쩌느니 하고 다음날 아침 사라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단 주는 밀쿠폰 받아서 먹고 입버리고(메뉴 선택마저 실패함) 다시 경유 구역까지 나아감. 지금은 그렇게 못들어가는데, 당시에는 보안이 까다롭지 않아서(911 전임) 경유 구역 다시 나가는 게 어렵지 않았거든. 다시 갔더니 어제는 없었던 아시아나 카운터가 생겼고! 가서 이야기했더니 무심한듯 시크하게 배기지 택 주더니 캐세이퍼시픽에 주면 짐 연결해줄거라고 함.
그렇게 짐을 배기지 택으로나마 찾고 캐세이 카운터에 가니 보딩패스를 새로 발급해주는 거야. 그래서 ??? 하니 이거 발급받아야만 한대. (교훈은 아래에 정리함) 얼떨떨하게 보딩패스를 받고 게이트로 돌아가면서 어제 같이 노숙했던 한국인들에게 알려주는데 그 경상권 분들을 못만남ㅠㅠㅠ...
더 웃긴건 보딩패스 상 내 비행기는 공항 내 모니터에 안 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의 2시간 전까지 보이지도 않았고, 게이트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도 이 안내를 따로 받지 못했다고 함.
어쨌든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경상권 분들이 그제야 이전 보딩패스를 들고 오신 거...그 분들은 탑승거절당함.... (나중에 서퍼스패러다이스에선가 만났는데 다음 비행기로 무사히 왔다고 하심)
별건 없는데 다시 생각해도 어지간히 고생하긴 했다 싶음...지금이야 영어를 하는데 그때는 진짜 딱 고등학생 수준 영어고, 스마트폰 없고 인터넷 연결은 불가하고ㅋㅋㅋㅋㅋㅋㅋ 휴대폰도 없는 상태에서.... 저런 일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됨.
일단 지금에야 알게된 여러 교훈.
1. 티켓에 붙여주거나 따로 주는 배기지택은 기념 스티커나 쓰레기가 아니다 - 유사시 내 짐의 신분증임.
2. 트랜스퍼 카운터에 모든 항공사가 매일 상주하는 것이 아니다(운항시에만 열 거야) -> 이 때는 아마 아예 나가서 체크인 카운터를 갔어야 하는 듯(배기지택 없으니까)
3. 경유지에서 어떤 사정으로든 비행기가 이륙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보딩패스를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트랜스퍼 카운터에서 받아야 함)
4. 일단 항공사 방침이 결정되기 전까진(해외에 있을 경우) 게이트나 체크인 카운터 주변을 떠나지 말아야 한다. 휴대폰으로 연락 주는 경우도 있는데 천재지변 상황이라...
* 이후로도 많이 겪음...
5. 답변을 한 직원 이름은 정확히 기억해둔다. (진상피우라는 게 아니라, 내 경우 중간에 짐 확인해주겠다던 캐세이 직원 이름을 몰라서 더 힘들었음. 그러면 자기들끼리 확인을 해볼 수 있잖아)
6. 천재지변은 항공사에서 보상 안해줌.
원덬은 그 이후로 영어 공부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영어를 공부해도 사람을 산에다 버리고 가면 방법이 없긴 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또 다른일)
안물안궁이지만 호주는 재미있었어ㅎㅎㅎ 길지만...너희들은 이런 일 겪지말고 무사여행하길 바래! (스마트폰이 있으니까 좀 나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