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에서 열린 '글로벌 AI 프론티어 심포지엄 2026' 무대에 선 레슬리 팩 캘블링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파나소닉 석좌교수는 화면 속 로봇 두 대를 비교하며 이렇게 말했다.
한쪽엔 캘블링 교수팀이 개발한 추론 시스템을 탑재한 로봇, 다른 쪽엔 6개월 전까지 최고 성능으로 꼽히던 '비전-언어-행동 모델'이 있었다. 둘에게 똑같은 임무가 주어졌다. "커피 캡슐 세 개를 네모난 쟁반에 담아라." 경쟁 로봇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반면 캘블링 교수팀 로봇은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캘블링 교수는 설명했다. 잠시 후 그 이유가 드러났다. 쟁반 위에 콜라 캔이 하나 놓여 있었던 것이다. 캘블링 교수팀 로봇은 캔부터 치운 뒤 캡슐을 담기 시작했다. 경쟁 로봇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캘블링 교수는 "이렇게 앞을 내다보고 '저걸 먼저 치워야 이 일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깊은 수준의 인과 추론"이라며 "지금 대부분의 로봇 모델은 이런 걸 못한다"고 말했다.
처음 보는 배로 주스 만든 로봇…비결은 '이해력'
캘블링 교수는 인공지능·로봇공학에 확률적 의사결정 이론을 접목한 선구자로 꼽히며, 머신러닝 분야 대표 학술지 'JMLR'을 창간해 초대 편집장을 지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사람만큼 똑똑하고, 사람만큼 일을 잘하는 로봇을 만드는 게 제 오랜 목표"라며 "그런데 우리에게 있는 재료는 딱 두 가지, 엔지니어와 데이터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엔지니어가 완벽한 프로그램을 손으로 짤 수 없다는 건 이제 우리 모두 배웠다"면서도 "그렇다고 데이터만 잔뜩 밀어 넣는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캘블링 교수가 즐겨 든 비유는 '요리'였다. 그는 "요리 전문가는 남이 요리하는 걸 한 번 보고도 '아, 그거구나' 하고 따라 할 수 있지만, 초보자는 재료 하나만 달라져도 완전히 당황한다"고 말했다. 로봇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이해한 로봇은 낯선 상황에서도 응용할 수 있지만, 그냥 동작만 외운 로봇은 조금만 달라져도 멈춰버린다는 설명이다.
그 예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이 즉석에서 '배 주스'를 만들어내는 영상을 보여줬다. 로봇은 사과나 다른 과일로 주스 만드는 법을 딱 몇 번 본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처음 보는 배를 집어넣고, 컵 하나만 새로 갈아 끼우며 요령껏 주스를 만들어냈다. 캘블링 교수는 "로봇이 정해진 순서를 그대로 따라 한 게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밤새 혼자 빗자루질 연습한 로봇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 밤새 혼자 연습하는 영상이었다.
사람이 잠든 사이, 스팟은 장난감을 빗자루로 쓸어 담는 일을 맡았지만 처음엔 서툴렀다. 그러자 스스로 "내가 이걸 잘 못한다"고 판단하고, 배터리만 갈아 끼우며 3시간 동안 혼자 연습을 반복했다. 다음 날 아침, 스팟은 능숙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중간에 누군가 일부러 장난감 위치를 흐트러뜨려도, 스팟은 발판을 끌고 와 올라서서 다시 물건을 되돌려 놓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3/0014046166?sid=105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혼자 연습도..
(게으른 인간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