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머니]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외국인이 무조건 맞고 개인이 무조건 틀리다는 시각은 지금 시대에는 더 이상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2024년 9월 한 글로벌 투자 회사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해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고 했지만, 실제로는 겨울이 오지 않고 시장이 불타올랐잖아요. 결국 수급은 펀더멘털에 수렴하게 됩니다.”
10일 조선일보 경제부가 만드는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의 ‘이기자의 취재 수첩’ 시간에는 반도체 전문가인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이 출연했다.
노 센터장은 최근 반도체 수급이 외국인은 팔고, 개인 투자자는 사는 분위기인 것에 대해 “외국인들은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지분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차익 실현을 하는 측면이 있고,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반도체가 많이 올랐는데 다른 섹터로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다시 반도체를 사게 되는 구조”라며 “외국인은 팔다가도 판단을 바꿔 다시 사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반도체는 숫자가 분명하게 나오는 산업이기 때문에, 수급은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정보가 매우 자유롭게 공개되는 시대이고, 누구나 나름의 판단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에 외국인·기관·개인으로 나눠서 보면 안 되고, 내가 어떤 무게 중심을 갖고 이 산업을 바라보고 판단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4년 9월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추며 주식 시장을 달궜던 ‘겨울이 닥친다(Winter Looms)’ 보고서 이후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최근까지 약 449% 올랐다.
노 센터장은 “펀더멘탈 측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은 모두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특히 HBM3까지는 SK하이닉스가 완전히 주도했다면, HBM4부터는 삼성전자도 못지않게 따라온 상황이라는 것이다.
“HBM3가 시속 100㎞로 10차선을 달리는 차라면, HBM4는 20차선을 시속 130㎞로 달릴 수 있게 허용한 겁니다. 데이터를 두 배 이상, 훨씬 빠르게 보낼 수 있다는 의미죠. 과거를 보면 하이닉스가 어쨌든 엔비디아 쪽에서 1등 거래선이었고 점유율도 높았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양사 모두 ‘우리가 더 괜찮다’고 얘기하는 국면이라서, 섣불리 단정해서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다만 HBM3보다는 HBM4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좋아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두 기업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고, 같은 글로벌 거래선 내에서 좋은 공급자가 되면 상승 효과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봅니다."
노 센터장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고점 우려에 대해서도 “지금은 ‘다 팔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1분기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은 역사적이기 때문에 오는 4월 잠정 실적 발표까지는 확인하고 판단해도 늦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1분기를 보면 PC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0% 올랐고요. SSD도 100% 이상 올랐습니다. 모바일 D램도 약 90% 올랐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인데도 서버 D램은 1분기에 거의 95% 오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가격 상승은 거의 없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제조 원가에서 재료비 비율이 원래 10~15% 정도인데, 가격이 이렇게 올라가면 재료비 비율이 더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변화가 매출총이익률을 얼마나 끌어올리고, 그게 영업이익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실제 실적을 열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노 센터장은 특히 “삼성전자가 이렇게까지 올라도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과 비교해 보면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R)은 싼 상황”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국내 기업들을 따라오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기술적인 부분입니다. EUV 장비 없이는 미세 공정 구현에 한계가 있습니다. 7나노 이하 공정도 어렵고, D램도 1β(베타) 이하로 내려가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수요처입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와 클라우드 수요를 보면, 전체의 약 90%가 미국 기업입니다. 미국의 클라우드 사업자나 새로 등장하는 대형 AI 프로젝트들은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정치적인 이유입니다. 기술 제재와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중국산 반도체를 쓰지 않는 구조가 이미 고착화돼 있습니다. 이 세 가지를 종합해 보면, 중국 반도체가 단기간에 한국 기업들을 위협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봅니다.”
노 센터장은 “최근 미국 주식 시장에서 시작한 반도체 주가 조정은 오픈AI 라이벌로 알려진 앤스로픽의 B2B 솔루션 발표 여파가 컸다”며 “앤스로픽의 AI 에이전트가 기존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들의 영역을 침범하면서 시장에 공포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오해”라며 “오히려 경쟁사들은 방어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하고, 특히 AI 에이전트의 핵심인 ‘추론(Reasoning)’ 서비스는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폭발시킨다”고 말했다.
ㅊㅊ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58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