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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KTX 승무원 오미선 "12년 만에 돌아온 서울역, 행복 다시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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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01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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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선 서울역 역무원 인터뷰

KTX승무원 해고되며 긴 싸움… 양승태 재판거래 희생양되기도

지난해 복직 후 첫 명절 근무 “대목 분위기 느껴져 설레요”

서울역 플랫폼에 선 오미선 코레일 주임. 새해 바람으로 “20년 나이차 나는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서울역 플랫폼에 선 오미선 코레일 주임. 새해 바람으로 “20년 나이차 나는 후배들과 친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윤 인턴기자

“영화 ‘러브 액츄얼리’ 첫 장면에서 휴 그랜트가 이렇게 내래이션하잖아요. ‘세상 사는 게 우울할 때면, 히드로 공항을 떠올린다. 세상은 증오로 가득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출근한지 한 달 좀 지났는데 서울역 선상 부스에서 사람들 만나고 헤어지는 모습 보면 딱 그래요. 사람 냄새 나는 행복감을 다시 찾았다는 실감이 들어요.”

28일 서울역에서 만난 역무원 오미선(40) 주임은 다시 일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 주임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거래 의혹으로 거론된 ‘KTX 승무원 해고소송’의 당사자. 함께 해고됐던 동료 27명과 함께 지난해 11월 특별채용 형식으로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 사무영업 6급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15년간 오씨에게 서울역은 애증의 공간이었다. 오씨가 서울역으로 처음 출퇴근 한 건 2004년. 13대 1의 경쟁을 뚫고 ‘지상의 스튜어디스’라 불린 KTX 승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하면서다. “그때는 승무원이라 (서울역에 출근하면) 바로 열차에 들어가서 일했어요. 사람들이 KTX 초기모델이 불편하다고 하잖아요. 좌석도 좁고, 열차 길이도 너무 길다고. 한데 첫사랑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처럼 제 눈에는 지금도 초기 KTX가 제일 예뻐요. KTX산천은 투박하거든요.” 당시 명절에는 바빴던 기억만 있다. 한 열차에 최대 1,000명이 타기 때문에 티켓 확인, 안전 업무만 챙기기도 바쁜데 당시에는 특실에 물과 이어폰 등을 서비스하는 업무도 있었다. 한복과 앞치마까지 입었다.

그러나 취업 당시 회사가 약속한 철도공사와의 재계약이 차일피일 미뤄지며 2006년 첫 파업을 시작으로 12년의 지난한 싸움이 이어졌다. 이 시기 오 주임에게 서울역은 투쟁의 장소였다. 오 주임은 “딱 1년 전인 2018년 1월 28일에도 이곳에서 1인 시위하고 전단지를 돌렸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시위 현장을 자주 접해서 그런지 친구들이랑 ‘집회놀이’를 해요. 뭘 해달라고 떼쓸 때는 ‘뭐뭐 해주세요’라면서 팔뚝질을 하거나, ‘1인 시위해야겠다’고 외치죠. 웃프면서(웃기고 슬프면서)도 애들 보기 무서워 바르게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되죠.” 명절 기간 ‘복직 되는 거냐’는 주변의 걱정을 들을 때면 취업준비생이 된 것처럼 마음이 묵직했다.

오미선 코레일 주임. 김혜윤 인턴기자

오미선 코레일 주임. 김혜윤 인턴기자

코레일과 철도노조 합의가 확정된 건 지난 해 7월. 오 주임은 합의 서류에 사인하던 순간을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심정이구나 싶었다”고 회상했다. “10년 전에는 혼자 복직 투쟁했는데 그 사이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남편, 아이, 양가가 고생했거든요. 그 얼굴들이 다 떠오르면서 슬픔, 기쁨이 교차했죠.” 오 주임을 비롯한 전 KTX여승무원들은 역무원을 비롯한 다른 직책을 맡았다. 승무 업무는 코레일이 아닌 코레일 자회사의 업무로 코레일 정규직이 되려면 다른 업무를 맡아야했다. 사실상 새 업무를 수행해야 하다 보니 입사 전 교육, 채용면접 등을 거친 후 12월 15일 서울역 사무영업 3조에 배치됐다. 그는 이제 열차의 출발과 도착 일정을 확인해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바꾸고, 고객에게 플랫폼을 안내하고, 유실물을 접수받고 인계하는 일을 한다. 오 주임은 “돌아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서울역 발령 받고 3층 대합실에서 로비를 내려보는데 ‘이제 여기서 일 하는구나’ 눈물이 났다”고 덧붙였다. “코레일 직원은 1년에 기차 티켓 할인권 8장을 받아요. 12월 31일 그 할인권으로 부모님이 강릉 여행을 가셨는데 그때 서울역에서 제가 유니폼 입은 모습을 처음 보셨어요. ‘우리 딸 예쁘다’고 사진 찍는데 ‘이 맛에 일하는구나’ 싶었죠.”

특별채용 후 보내는 첫 명절, 오 주임은 2월 2,3,5일 출근한다. 10여년 만에 대목 맞는 각오를 물어보니 “몸 힘든 건 아무렇지 않다. 오랜만에 서울역 대목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설렌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사실 출근 전에, 10여 년간 복직 투쟁했던 모습이 현재 서울역 동료들한테 투사처럼 비춰질까 걱정했거든요. 3조 분위기도 좋고 다들 따뜻하게 맞아주세요. 인터뷰하면 이렇게 고객접견실도 마련해주시고(웃음). 지금처럼 일 했으면 좋겠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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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셨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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