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시아준수 잡담
16,783 72
2018.11.13 12:15
16,783 72

시아준수학 박사가 썼던글

보컬역량까지 분석했었음


난 김준수의 가수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 특이한 음색이라고 생각함. 냉정하게 말해 얜 음역이 좁고 성량도 특출나지 않고 곡 해석력도 평범함. 발성을 바꾸면 성량은 개선이 되겠지만 나이 먹고 발성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예체능은 타고난 게 깡패니까 평생 그쪽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임.

대신 얘에게는 개성적인 음색이라는 장점이 붙어있음. 보편적으로 잘 먹히는 미성이 아니라서 호불호는 타지만, 바로 호불호를 타기 때문이 개성인 거지. 얘 소리는 치약맛같은 싸한 청량감이 있어. 어떤 사람들은 치약맛 싫어해서 민트초코도 안 먹지만 세상에는 일부러 치약을 짜서 먹는 인간들도 있음. 난 일부러 치약을 찾아먹진 않지만 민트초코까지는 수비 범위인지라 얘 소리도 잘 쓰면 뭔가 되겠다고 생각함.

문제는 얘의 소리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얘의 전 기획사에 있다는 점임(...). 김준수에게 맞춤형인 이 노래는 유영진 작사작곡이래. 유영진이 원래 이런 곡만 쓰는 사람이 아닌데 이런 곡을 써서 줬다는 건 아마 김준수의 소리와 장점을 잘 이해하고 애정도 있었다는 뜻일 거야. 난 이 영상을 보고 에셈이 얘를 가수로서 키워보려는 의도가 얼마간 있긴 있었구나 했어. 

김준수의 소리에 별 관심이 없는 작곡가와 김준수가 만나면 어떤 참사가 벌어지느냐. 아래가 그 예임.



레버이 옹이 얘한테 줬다는 곡인데 내가 이거 듣고 야 레버이 옹이 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구나 했음. 성량 작은 대신 개성적 음색이 강점인 애를 세워두고 요란하게 건반 두드리면서 두터운 관현악 반주에다 합창까지 깔면 어쩌자는 거여. 이런 애한테는 조용한 피아노 반주만 깔거나 아님 아예 무반주로 청중이 얘 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줘야 되는데. 게다가 노래할 때 감정 몰입은 잘해도 대사치는 감각은 없는 애한테 나레이션까지 주다니 이리 무신경할 데가. 아울러 얘 소리는 '뭔가 괜히 사연이 있어보이는' 청승맞음이 맛이라서 이렇게 쭉쭉 부르는 노래는 그 강점이 안 산단 말여. 레버이 옹이 얘 준 곡인데도 김준수니들이 이걸로는 영업 안 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 걔들도 이거 듣고 이 영감탱이가 사실은 우리 애 싫어하나하고 난감했을 거야. 

그리고 김준수는 노래할 때 순간 순간의 감정 몰입도는 높은데 곡 해석력 자체는 그냥 그럼. 이걸 연기자에 비유하자면 순간 순간 화내거나 눈물 흘릴 때의 몰입도는 좋고 '마치 진짜같으나' 표현력의 범위가 한계가 있고 완급 조절이 잘 안 돼서 장면이 길어지면 지루해지는 배우랑 비슷함. 이런 애한테는 좋은 가이드가 붙어있어야 돼. 곡을 이렇게 이렇게 해석해서 니 목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활용해서 불러야 된다고 코치해주는 음악적 구루가 필요하거든. 그게 프로듀서가 됐든 보컬 코치가 됐든 아니면 원작곡가가 됐든 말야. 내 생각에는 얘가 저 beautiful thing 을 부를 땐 원작곡가인 유영진이나 다른 사람이 꼼꼼하게 코치를 해줬을 거야.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1. 얘가 에셈에서 나온 후 부른 곡들과 beautiful thing 사이에는 해석 및 표현력의 차이가 느껴지고 2. 뮤지컬하는 영상을 봐도 김준수 본인의 텍스트 이해력이 뛰어나보이진 않아서임. 게다가 김준수 본인의 이상적 자아상이 치명적인 섹스 댄스 가수인지 에셈 나온 후 음반 타이틀로는 되도 않은 댄스곡들을 뽑아놓는데 대한민국에 그런 거 얘보다 잘할 사람은 널렸지. 춤추면서 라이브하는 능력치가 뛰어난 거랑 섹스어필을 설득력 있는 퍼포먼스로 표현해내는 건 다른 얘기임.

그나마 가요는 작곡가들이 얘 목에 맞춰서 써주기라도 하지 곡에다 얘 목을 맞춰야 하는 뮤지컬로 가면 뭔가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데 나는 마이너폴리스에 한국판 드라큘라 프레스콜을 본 후 이리 부연 소감을 남겼음.

'전 김준수 씨에게서 일종의 엉망진창미가 느껴져요. 엉망이긴 한데 거기서 상식을 파괴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거예요. 일단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는 악보대로 불러야한다는 상식부터 파괴하죠. 아니, 뮤지컬이 다 뭐야, 악보가 발명된 이후의 상식을 때려부수는 겁니다. 뮤지컬에 맞는 발성도 제대로 못 배웠고 역에 맞는 음역도 아니어서 악보에 적힌 소리를 못 내니 자의적으로 편곡을 해서 부를 수밖에 없는데 그게 엉망이지만 뭔가 신남요(...). 그리고 성량도 안 돼서 목이 찢어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데, 실시간으로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저 양반 성대가 닳고 있잖아요'라는 느낌이 팍팍 오는데, 거기서 파괴적인 미가 느껴집니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소리를 또 듣겠나 싶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수가 발성과 호흡부터 잘 기본 훈련을 받아야 하는 건 그렇게 정돈되어 나오는 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수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기도 해요. 30 년, 40 년 오래오래 노래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몸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몇 시간 동안 노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훈련을 하는 거거든요. 다른 말로 하자면 기본이 안 된 상태로 무리해서 내는 소리가 가수 자신의 목을 파괴한다는 면에서는 '틀린' 소리지만 그게 꼭 미학적으로까지 틀린 건 아녜요. 엄밀히 말하자면 세상에 백퍼센트 틀린 소리는 없죠. 용도를 잘못 찾거나, 소수의 지지만을 받는 소리가 있을뿐. 백묵이 칠판을 긁는 소리조차도 '잘 쓰면' 악기가 될 수 있어요. 영화 사운드 트랙에도 꼭 듣기 좋은 소리만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전 김준수 씨가 존나 무리해서 목청을 찢을 때 파괴적인 미학을 느껴요. 원래는 저렇게 소리를 내면 안 되는데 내고 있는, 되게 드문 악기거든요. 거기다 드라큘라나 죽음은 어차피 인간이 아니니까 그 드문 소리가 이질적인 느낌을 팍팍 부여해서 말 그대로 고딕식으로 기괴합니다. 누가 이걸 작정하고 예술적으로 써먹어줬음 좋겠어요. 돈 벌려다 우연의 산물로 나오는 거 말고. 우연의 산물로 나오는 편이 더 재밌긴 합니다만 저 미학을 저 말고는 느끼는 사람이 몇 없는 거 같아 아쉬움요. 저게 딱 내 오빠가 한다면 싫은데 남의 오빠가 하면 흥미로운 거라(...).'

만약 한국판 드라큘라가 김준수 원캐였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빡이 쳤겠지. 근데 와일드혼의 넘버에 대해 말하자면 어차피 그거 존나 잘 부르는 류정한이 트리플 캐스트 중 하나로 기용돼있거든? 와일드혼 음악빠들은 류정한 들으러 가면 되거든? 시각적으로 정통적인 드라큘라는 또 박은석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잘 장만돼 있으니까 김준수의 상식을 때려부수는 드라큘라도 웃고 즐기게 되더라. 역시 사람이 여유가 있음 관대해지는 거 같아. 더군다나 프레스콜 영상은 공짜로 보는 거니까.ㅇㅇ

사실 가수로서 김준수의 최선은 에셈에서 유영진이 주는 거 잘 받아먹는 거였겠지만 이미 버린 목이 된 거, 망가진 목의 미학을 알아주는 새 음악적 구루라도 만났음 좋겠다. 아직은 팬덤이 붙어있어서 이거 저거 괴상한 실험을 해도 굶어죽지 않을텐데.

목록 스크랩 (0)
댓글 7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플로렌스 퓨x앤드류 가필드의 따스한 로맨스! <위 리브 인 타임> 로맨스 시사회 이벤트 81 03.25 17,24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03,92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045,05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91,01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54,96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76,49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31,31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42,63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50,88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1,25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38,45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8514 팁/유용/추천 원덬 난리난 노래 50...jpg 2 03:49 106
3028513 기사/뉴스 피크타임에 주문 '뚝'... 사장님만 몰랐던 '준비 중' (MBC) 15 03:22 1,639
3028512 유머 곰냥이 jpg. 3 03:20 576
3028511 이슈 최근 주민센터 근황 10 03:11 1,761
3028510 이슈 지금까지 내가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림으로 표현해줘 1 03:05 545
3028509 유머 솔직하게 코 성형 얘기하는 서인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twt 13 02:54 2,329
3028508 이슈 손종원 셰프님의 이타닉가든 옆에 있는 식당 후기 18 02:49 2,833
3028507 이슈 어떤 트위터리안의 불미스러운 친구모아아일랜드 커스터마이징 6 02:47 664
3028506 팁/유용/추천 근데 난 솔직히 주4일제가 좀 힘들면 그냥 14 02:37 2,009
3028505 이슈 심상치 않은 영화 주인공된 것 같은 앤 해서웨이.......jpg 23 02:31 2,691
3028504 이슈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감독 신작 주연 발표.jpg 13 02:28 1,505
3028503 이슈 쿠키런 클래식 13주년 기념 쿠키 5 02:28 1,104
3028502 이슈 라이언 고슬링 딸냄이 헤일메리 주인공 이름 이니셜이, 아빠랑 똑같다구 6 02:23 1,313
3028501 이슈 이렇게 뚜껑 닫는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동우산도 저렇게 접게됩니다 10 02:21 1,920
3028500 유머 귀여운걸로 쓸모를 다한 고양이발우산꼭지캡 3 02:21 1,038
3028499 이슈 락은 자고로 소녀들이 해야 그리고 노란옷의 아기 댄서분 공연 내내 어디 가지도 않고 맡은바 임무를 다하시다 ㅜ 3 02:15 979
3028498 이슈 오늘, 베이컨이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6 02:13 1,236
3028497 팁/유용/추천 📋 더쿠 난리난 더쿠 스퀘어 큐레이터........jpg [2026. 03. 26] 📋 22 02:10 744
3028496 이슈 강형욱이 훈련 포기한 사이코패스 강아지 123 02:10 8,977
3028495 이슈 92년도 예능 몰래카메라.jpg 22 02:07 1,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