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준수학 박사가 썼던글
보컬역량까지 분석했었음
난 김준수의 가수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 특이한 음색이라고 생각함. 냉정하게 말해 얜 음역이 좁고 성량도 특출나지 않고 곡 해석력도 평범함. 발성을 바꾸면 성량은 개선이 되겠지만 나이 먹고 발성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고 예체능은 타고난 게 깡패니까 평생 그쪽으로는 한계가 있을 거임.
대신 얘에게는 개성적인 음색이라는 장점이 붙어있음. 보편적으로 잘 먹히는 미성이 아니라서 호불호는 타지만, 바로 호불호를 타기 때문이 개성인 거지. 얘 소리는 치약맛같은 싸한 청량감이 있어. 어떤 사람들은 치약맛 싫어해서 민트초코도 안 먹지만 세상에는 일부러 치약을 짜서 먹는 인간들도 있음. 난 일부러 치약을 찾아먹진 않지만 민트초코까지는 수비 범위인지라 얘 소리도 잘 쓰면 뭔가 되겠다고 생각함.
문제는 얘의 소리를 제일 잘 쓸 수 있는 사람이 얘의 전 기획사에 있다는 점임(...). 김준수에게 맞춤형인 이 노래는 유영진 작사작곡이래. 유영진이 원래 이런 곡만 쓰는 사람이 아닌데 이런 곡을 써서 줬다는 건 아마 김준수의 소리와 장점을 잘 이해하고 애정도 있었다는 뜻일 거야. 난 이 영상을 보고 에셈이 얘를 가수로서 키워보려는 의도가 얼마간 있긴 있었구나 했어.
김준수의 소리에 별 관심이 없는 작곡가와 김준수가 만나면 어떤 참사가 벌어지느냐. 아래가 그 예임.
레버이 옹이 얘한테 줬다는 곡인데 내가 이거 듣고 야 레버이 옹이 얘한테 진짜 관심이 없었구나 했음. 성량 작은 대신 개성적 음색이 강점인 애를 세워두고 요란하게 건반 두드리면서 두터운 관현악 반주에다 합창까지 깔면 어쩌자는 거여. 이런 애한테는 조용한 피아노 반주만 깔거나 아님 아예 무반주로 청중이 얘 소리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줘야 되는데. 게다가 노래할 때 감정 몰입은 잘해도 대사치는 감각은 없는 애한테 나레이션까지 주다니 이리 무신경할 데가. 아울러 얘 소리는 '뭔가 괜히 사연이 있어보이는' 청승맞음이 맛이라서 이렇게 쭉쭉 부르는 노래는 그 강점이 안 산단 말여. 레버이 옹이 얘 준 곡인데도 김준수니들이 이걸로는 영업 안 뛰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음. 걔들도 이거 듣고 이 영감탱이가 사실은 우리 애 싫어하나하고 난감했을 거야.
그리고 김준수는 노래할 때 순간 순간의 감정 몰입도는 높은데 곡 해석력 자체는 그냥 그럼. 이걸 연기자에 비유하자면 순간 순간 화내거나 눈물 흘릴 때의 몰입도는 좋고 '마치 진짜같으나' 표현력의 범위가 한계가 있고 완급 조절이 잘 안 돼서 장면이 길어지면 지루해지는 배우랑 비슷함. 이런 애한테는 좋은 가이드가 붙어있어야 돼. 곡을 이렇게 이렇게 해석해서 니 목소리를 이렇게 저렇게 활용해서 불러야 된다고 코치해주는 음악적 구루가 필요하거든. 그게 프로듀서가 됐든 보컬 코치가 됐든 아니면 원작곡가가 됐든 말야. 내 생각에는 얘가 저 beautiful thing 을 부를 땐 원작곡가인 유영진이나 다른 사람이 꼼꼼하게 코치를 해줬을 거야. 그렇게 짐작하는 이유는 1. 얘가 에셈에서 나온 후 부른 곡들과 beautiful thing 사이에는 해석 및 표현력의 차이가 느껴지고 2. 뮤지컬하는 영상을 봐도 김준수 본인의 텍스트 이해력이 뛰어나보이진 않아서임. 게다가 김준수 본인의 이상적 자아상이 치명적인 섹스 댄스 가수인지 에셈 나온 후 음반 타이틀로는 되도 않은 댄스곡들을 뽑아놓는데 대한민국에 그런 거 얘보다 잘할 사람은 널렸지. 춤추면서 라이브하는 능력치가 뛰어난 거랑 섹스어필을 설득력 있는 퍼포먼스로 표현해내는 건 다른 얘기임.
그나마 가요는 작곡가들이 얘 목에 맞춰서 써주기라도 하지 곡에다 얘 목을 맞춰야 하는 뮤지컬로 가면 뭔가 한 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하는데 나는 마이너폴리스에 한국판 드라큘라 프레스콜을 본 후 이리 부연 소감을 남겼음.
'전 김준수 씨에게서 일종의 엉망진창미가 느껴져요. 엉망이긴 한데 거기서 상식을 파괴하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거예요. 일단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는 악보대로 불러야한다는 상식부터 파괴하죠. 아니, 뮤지컬이 다 뭐야, 악보가 발명된 이후의 상식을 때려부수는 겁니다. 뮤지컬에 맞는 발성도 제대로 못 배웠고 역에 맞는 음역도 아니어서 악보에 적힌 소리를 못 내니 자의적으로 편곡을 해서 부를 수밖에 없는데 그게 엉망이지만 뭔가 신남요(...). 그리고 성량도 안 돼서 목이 찢어져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는데, 실시간으로 '어디서 타는 냄새 안 나요? 저 양반 성대가 닳고 있잖아요'라는 느낌이 팍팍 오는데, 거기서 파괴적인 미가 느껴집니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소리를 또 듣겠나 싶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가수가 발성과 호흡부터 잘 기본 훈련을 받아야 하는 건 그렇게 정돈되어 나오는 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수의 목을 보호하기 위해서기도 해요. 30 년, 40 년 오래오래 노래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하니까 몸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몇 시간 동안 노래를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훈련을 하는 거거든요. 다른 말로 하자면 기본이 안 된 상태로 무리해서 내는 소리가 가수 자신의 목을 파괴한다는 면에서는 '틀린' 소리지만 그게 꼭 미학적으로까지 틀린 건 아녜요. 엄밀히 말하자면 세상에 백퍼센트 틀린 소리는 없죠. 용도를 잘못 찾거나, 소수의 지지만을 받는 소리가 있을뿐. 백묵이 칠판을 긁는 소리조차도 '잘 쓰면' 악기가 될 수 있어요. 영화 사운드 트랙에도 꼭 듣기 좋은 소리만 들어가는 건 아니잖아요?
전 김준수 씨가 존나 무리해서 목청을 찢을 때 파괴적인 미학을 느껴요. 원래는 저렇게 소리를 내면 안 되는데 내고 있는, 되게 드문 악기거든요. 거기다 드라큘라나 죽음은 어차피 인간이 아니니까 그 드문 소리가 이질적인 느낌을 팍팍 부여해서 말 그대로 고딕식으로 기괴합니다. 누가 이걸 작정하고 예술적으로 써먹어줬음 좋겠어요. 돈 벌려다 우연의 산물로 나오는 거 말고. 우연의 산물로 나오는 편이 더 재밌긴 합니다만 저 미학을 저 말고는 느끼는 사람이 몇 없는 거 같아 아쉬움요. 저게 딱 내 오빠가 한다면 싫은데 남의 오빠가 하면 흥미로운 거라(...).'
만약 한국판 드라큘라가 김준수 원캐였음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빡이 쳤겠지. 근데 와일드혼의 넘버에 대해 말하자면 어차피 그거 존나 잘 부르는 류정한이 트리플 캐스트 중 하나로 기용돼있거든? 와일드혼 음악빠들은 류정한 들으러 가면 되거든? 시각적으로 정통적인 드라큘라는 또 박은석이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잘 장만돼 있으니까 김준수의 상식을 때려부수는 드라큘라도 웃고 즐기게 되더라. 역시 사람이 여유가 있음 관대해지는 거 같아. 더군다나 프레스콜 영상은 공짜로 보는 거니까.ㅇㅇ
사실 가수로서 김준수의 최선은 에셈에서 유영진이 주는 거 잘 받아먹는 거였겠지만 이미 버린 목이 된 거, 망가진 목의 미학을 알아주는 새 음악적 구루라도 만났음 좋겠다. 아직은 팬덤이 붙어있어서 이거 저거 괴상한 실험을 해도 굶어죽지 않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