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약판매 年 30% 증가
경실련 품목확대 설문조사 응답자 87%가 찬성했는데 약사단체 반발에 전전긍긍
업계, 복지부 결단 내려야할때…단독으로 20개까지 확대 가능
소매점 약 판매 전세계적 추세…日95%약·美 3만여종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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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7시부터 4시간 가까이 회의가 이어졌지만 약사들 반대에 부딪혀 또다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안전상비약 확대 결정이 미뤄졌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 확대를 원하는 소비자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약사들 기득권에 무기력하게 굴복한 셈이어서 결정장애에 빠진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6월까지 품목 확대 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이미 정부 측 약속이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날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위한 6차 지정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날 6차 위원회 회의에서 제산제(갤포스)와 지사제(스멕타) 추가 여부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었지만 약사단체가 기존 안전상비약인 타이레놀과 판콜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면서 품목 확대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다음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 의약품 추가 여부를 검토키로 했고 개별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사제와 제산제 그리고 알레르기를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으로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사단체 반발 때문에 제대로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약사단체는 "약 판매는 약국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에 따른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타이레놀 500㎎은 부작용 논란이 많은 제품"이라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복용하거나 과다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발현 등 우려가 있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성분은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과 시민단체, 제약업계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품목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 대다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달 초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86.8%(1515명)에 달했다. 현행 수준 유지는 9.9%(173명), 현행보다 축소는 1.7%(29명)에 불과했다. 또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도 97%(1693명)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공휴일, 심야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할 때라는 답변이 74.6%(1179명)였다.
약사들이 주장하는 약물 부작용 등 명분도 억지라는 지적이다. 국내에 보고된 타이레놀 500㎎ 부작용은 2013년 80건, 2015년 88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제품 판매량이 2013년 7751만정에서 2015년 1억1825만정으로 큰 폭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타이레놀 500㎎ 포장단위당 최대 용량은 8정(4000㎎)으로 영국 16정, 미국 325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남용 위험도 작다"고 말했다.
따라서 더 이상 품목 확대를 미룰 수 없는 만큼 복지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2012년 개정된 현행 약사법은 편의점에서 약을 20개 품목까지 팔 수 있다고 규정해놨기 때문에 복지부가 단독으로 품목 확대를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2012년 11월 안전상비약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소비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편의점 판매 품목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군, 13개 제품으로 6년째 묶여 있다. 품목 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편의점 판매 금액은 2013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안전상비약 판매 금액은 285억원으로 전년 239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30%에 육박한다. 제산제, 지사제 등으로 안전상비약 품목이 확대된다면 성장률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편의점 의약품 구매수요가 높다는 얘기다.
일반의약품을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전 세계적 추세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중 95%를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3만여 종에 이르는 안전상비약을 편의점 슈퍼마켓 마트 등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판매 장소나 판매원에 대한 제한, 인터넷 유통 허용 여부 등 세부 사항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반의약품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경실련 품목확대 설문조사 응답자 87%가 찬성했는데 약사단체 반발에 전전긍긍
업계, 복지부 결단 내려야할때…단독으로 20개까지 확대 가능
소매점 약 판매 전세계적 추세…日95%약·美 3만여종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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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7시부터 4시간 가까이 회의가 이어졌지만 약사들 반대에 부딪혀 또다시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안전상비약 확대 결정이 미뤄졌다. 편의점에서 살 수 있는 의약품 확대를 원하는 소비자의 거센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또다시 약사들 기득권에 무기력하게 굴복한 셈이어서 결정장애에 빠진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6월까지 품목 확대 조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이미 정부 측 약속이 1년 이상 지체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날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를 위한 6차 지정심의위원회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불확실성만 더 커졌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날 6차 위원회 회의에서 제산제(갤포스)와 지사제(스멕타) 추가 여부를 깊이 있게 다룰 예정이었지만 약사단체가 기존 안전상비약인 타이레놀과 판콜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하면서 품목 확대 표결조차 하지 못했다. 윤병철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다음 회의에서 제산제와 지사제 효능군 의약품 추가 여부를 검토키로 했고 개별 품목에 대해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지사제와 제산제 그리고 알레르기를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화상연고 등으로 품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약사단체 반발 때문에 제대로 소신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약사단체는 "약 판매는 약국의 고유 권한"이라며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에 따른 부작용과 오남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찬휘 대한약사회장은 "현재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타이레놀 500㎎은 부작용 논란이 많은 제품"이라며 "술을 마신 상태에서 복용하거나 과다 복용하면 심각한 간 손상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히 복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 발현 등 우려가 있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성분은 안전상비약으로 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론과 시민단체, 제약업계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품목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 대다수는 안전상비약 품목 확대에 찬성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이달 초 시민 174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답변이 86.8%(1515명)에 달했다. 현행 수준 유지는 9.9%(173명), 현행보다 축소는 1.7%(29명)에 불과했다. 또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제도 필요성에 대해서도 97%(1693명)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하는 이유로는 공휴일, 심야 등 약국 이용이 불가능할 때라는 답변이 74.6%(1179명)였다.
약사들이 주장하는 약물 부작용 등 명분도 억지라는 지적이다. 국내에 보고된 타이레놀 500㎎ 부작용은 2013년 80건, 2015년 88건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제품 판매량이 2013년 7751만정에서 2015년 1억1825만정으로 큰 폭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늘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타이레놀 500㎎ 포장단위당 최대 용량은 8정(4000㎎)으로 영국 16정, 미국 325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남용 위험도 작다"고 말했다.
따라서 더 이상 품목 확대를 미룰 수 없는 만큼 복지부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2012년 개정된 현행 약사법은 편의점에서 약을 20개 품목까지 팔 수 있다고 규정해놨기 때문에 복지부가 단독으로 품목 확대를 결정할 수 있다. 정부가 2012년 11월 안전상비약 제도를 도입한 것은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소비자들이 필요한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편의점 판매 품목은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 등 4개 효능군, 13개 제품으로 6년째 묶여 있다. 품목 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편의점 판매 금액은 2013년 이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안전상비약 판매 금액은 285억원으로 전년 239억원 대비 19% 증가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성장률이 30%에 육박한다. 제산제, 지사제 등으로 안전상비약 품목이 확대된다면 성장률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편의점 의약품 구매수요가 높다는 얘기다.
일반의약품을 편의점 슈퍼마켓 등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전 세계적 추세다. 이미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영국 등 많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일본은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 중 95%를 소매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3만여 종에 이르는 안전상비약을 편의점 슈퍼마켓 마트 등에서 자유롭게 구입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판매 장소나 판매원에 대한 제한, 인터넷 유통 허용 여부 등 세부 사항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일반의약품 판매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