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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에 2시간 기다리겠느냐"..울며 관광한 노인들

무명의 더쿠 | 06-30 | 조회 수 67493



선택관광·쇼핑 강요하며 반 협박..어르신들, 낯선 해외서 가이드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삽화=김현정디자인기자

/삽화=김현정디자인기자


#"자녀들이 효도관광이라며노부모 2명만패키지 여행을 보내드리는건 부모를 해외에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 장년층 이상이 패키지여행으로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에서 일하는 한 가이드의 말.

#"선택관광하지 않을거면 2~3시간 기다리셔야 합니다. 버스에서 기다리셔도 에어컨 틀어드릴 수 없습니다" 지난달 베트남 다낭으로 여행을 갔던 60대 노부부는 선택 관광(일명 '옵션' : 패키지여행에서 기본 여행 일정 외 요금을 지불하고 관광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다 가이드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가이드는낮 기온 섭씨 32도를 넘는 무더위에땡볕이 내리쬐는 길거리를 가리켰다. 노부부는 울며 겨자먹기로 선택관광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해외 여행에서 가이드 의존도가 높은 어르신들을 볼모잡는 패키지여행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가이드가 데려가는 쇼핑몰 2~3군데를 매일같이 들르거나, 선택관광을 '강매'당하는 등 대부분 현지 가이드와의 마찰이 대부분이다. 말이 안 통하는 낯선 환경에 겁먹은 어르신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가이드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선택관광, 쇼핑 강요에 바가지까지…가이드가 반 강요

패키지여행 중 선택 관광 강요는 해묵은 문제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이번달 초 아들이 보내준 베트남 다낭 패키지여행을 남편과 다녀온 A씨(66)는 "돈 뺏기고 극한 체험을 했다"고 여행 당시를 회상했다. 쇼핑센터를 3군데 이상 들르며 밤 10시에 간신히 호텔에 도착한 A씨 방에 가이드가 찾아왔다. 가이드는 선택 관광을 해야 한다고 강요했다. 더운 날씨에 몸이 아파 거절하려했지만, 가이드는 "다른 관광객들도 모두 선택관광을 하기로 했으니 분위기 망치지 말고 하시라"며 반 협박조로 나섰다.

A씨는 어쩔수 없이 선택관광 5개를 모두 신청했다. 현지 돈과 달러, 한화까지 입금해 없는 돈 있는 돈을 탈탈 털어 선택관광비를 지불하고 보니 50만원을 훌쩍 넘겼다. 기존에 지불했던 여행비보다 더 비쌌다. 알고보니 다른 관광객들도 A씨와 마찬가지로 반강제로 선택관광을 신청했다.

지나친 바가지도 문제다. 다낭을 찾은 또 다른 여행객 B씨는 패키지 선택 관광에서 광주리 배를 4만원에 탔다. 나중에 알고 보니 현지에서 4000원에 탑승 가능한 상품이었다. 무려 10배나 비싸게 지불한 셈이다. B씨는 "아무리 중개료가 있다고 해도 10배는 심한 것 아니냐"며 황당해했다.

지난해 캄보디아로 패키지여행을 갔던 C씨는 "일행 전체가 옵션 관광을 다 했음에도 아무것도 안 샀더니, 가이드가 말 한마디 없이 분위기를 살벌하게 만들었다"고 불쾌한 기억을 떠올렸다. 푸껫 여행객 D씨는 "일행 모두가 맛이 없다고 했음에도 계속해서 가이드가 같은 식당을 반복해 데려갔는데 알고보니 가이드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었다"고 혀를 내둘렀다.



◇가이드 의존도 높은 어르신 여행객, 따를 수 밖에

문제는 패키지 여행객 피해자가 대부분 노인이란 점이다. A씨는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걸 악용하는 것 같았다"며 "젊은 사람이면 모르겠지만 나같은 늙은이가 말 한마디 못하는 해외에서 가이드와 사이가 틀어지면 부당한 혜택을 받을까봐 불평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이드들은 왜 과도한 선택관광을 강요할까.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는 1차 여행사- 2차 여행사-현지 여행사-현지 가이드로 이어지는 구조 때문이다.

가격을 내리기 위해 1차 여행사가 미리 항공권과 호텔 등을 확보한 뒤 그 수에 맞춰 손님을 모객한다. 손님을 모은 후 다시 2차 여행사에 배분하고, 2차 여행사가 손님을 현지 여행사에 도매급으로 넘겨버리는 방식이다. 1차 여행사와 2차 여행사가 손님을 모으기 위해 무리해서 싸게 사들인 항공권과 호텔 비 등에서 비는 돈을 영세한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가 선택관광과 쇼핑 등으로 메꿔야 하다보니 결국 관광객이 피해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하청구조가 복잡해 책임 소재를 찾으려해도 서로에게 전가해버리기 일쑤다. 국내 한 여행사 대표는 "선택관광이나 쇼핑은 가이드의 판매수당 같은 개념이다"라며 "패키지 여행이 원래 싸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 "손님 중에도 오히려 기존에 없었던 곳에 갈 수 있었다고 좋아하는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저렴한 패키지여행의 특성상 어느 정도 눈감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하이로 여행을 다녀온 E씨는 "패키지여행은 어차피 '뽑기'인 것 같다"며 "가이드 개개인의 성품에 따라 패키지여행이 달라지는 듯 하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광기반과 관계자는 "패키지여행시 모객을 할 때 '선택관광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놓고 반강제로 강요하는 것은 계약 위반 행위"라며 "문체부 산하 여행업 불편처리신고센터에 피해 입은 상황을 신고 접수하면 여행사에게 사실 관계를 확인해 보상 등 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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