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신나라 기자] 배우 문지인이 또 한 번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 폭을 증명했다. TV조선 특별기획드라마 '대군-사랑을 그리다'(이하 '대군')에서 끝단이로 열연한 그.
문지인이 맡은 끝단이는 다수의 배우들이 탐냈던 역할이다. 밝고 푼수 같기만 한 게 아니라 실리에 밝고 의리 있고 당돌하고 자기주장도 할 줄 아는, 능동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다. 때문에 오디션에서도 서로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인물. 문지인이 끝단이 역에 최종 낙점됐다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고 축하해준 이유가 이 때문이다. 사극에서는 볼 수 없었던 전무후무한 캐릭터의 탄생, 문지인이 해냈다.
문지인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대군'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남다른 종영 소감을 전했다.
문지인은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것도 감사한데 시청률까지 잘 나와서 포상휴가도 가게 됐다.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다. 사람도 남은 작품인데 보상까지 있으니 이렇게 기쁠 수가"라며 감격스러워했다.
귀여운 매력의 끝단이여서 몰랐겠지만, 문지인은 '대군' 또래 배우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다. 진세연보다 8살이나 많은 33살이다. 문지인에게 동안 콤플렉스에 대해 묻자 "덕분에 끝단이를 맡을 수 있었고, 이 얼굴로 오래 해 먹을 생각이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데뷔한 지도 어느덧 10년 차. 2009년 SBS 1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차근차근 한계단씩 올라왔다.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면, 문지인은 어떤 작품이건 들어갈 때마다 쉽게 풀린 적이 없었다. 열망해야 했고, 철저하게 오디션을 봤다. '어떤 친구들은 한두 작품 해서 빛도 보는데, 왜 난 계단 하나하나를 다 밟고 가야 하나' 원망도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문지인은 '이것 또한 나의 그릇을 만들어가는 거고 내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연기를 열심히 하는 것밖에 없었다.
"회사에 다녀도, 신입이 있고 대리를 거쳐 과장으로 승진하지 않나. 보통 과장이 되는데 10년은 걸리는 것 같다. 연기자들이 한방이 있고 빨리 걸어야 성공했다고 보이지만, 저는 장기 플랜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40년은 연기할 거니까 이제 배우 인생 4분의 1을 지나온 것뿐이다. 공로상을 받는 게 제 꿈이다."
문지인은 10년을 걸어오면서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욕심을 내려놨다. 드라마 '드림' '망설이지마' '여자를몰라' '내 사랑 내 곁에' '비밀' '미스코리아' '용팔이'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닥터스' 등에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는 동안 인기도, 시청률도 내 의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것에 매달리면 자존감만 낮아질 뿐이다.
"지금 이 정도까지 올라오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배우는 겨우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 중에 톱의 위치에 올라가는 배우는 고작 0.1%라니, 제가 프로 세계에 함께 몸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문지인은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고 보고 있다. 더 건강하게 연기하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인다.
"늦을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은 해요. 지금의 과정을 겪고 나면 그 다음은 부장으로 승진하지 않을까요? 5000만 국민이 한 번 씩 제 작품을 봤다고 할 만큼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신나라 기자 norah@tvreport.co.kr/ 사진=문수지 기자 suji@tvrepo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