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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처음엔 큰 액세서리 찬 느낌이었다가…전자발찌 일주일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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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07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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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감시하기에 전자발찌를 차고도 성범죄를 저지르는 거야?”, “끊을 수 있으면 뭐 하러 채워? 좀 더 강하게 못 하나!”

최근 성범죄 전과자가 전자발찌를 끊고 일본으로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발찌 착용자가 해외로 도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발찌 착용자의 성범죄 재범이나 발찌 훼손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여론은 당국의 안일한 대처를 질타한다. 전자발찌는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정말 대응이 안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일까? 또 어떤 느낌일까? 피상적인 통계나 자료보다 피부로 느껴보기 위해 법무부 협조를 얻어 발찌를 차고 위치추적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전자발찌 제도라 부르지만 정확한 이름은 ‘전자감독제도’다.

○ “왼발 찰래? 오른발 찰래?”

마음속에 음란마귀가 들었나. 차고 난 직후 느낌은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살 충동까지 생긴다”던 설명과 달리 조금 큰 액세서리 발찌를 찬 느낌이랄까? 착용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개인 신상은 물론이고 재산, 채무, 집의 방 수, 음주 및 흡연 시작 나이, 가족 및 지인의 신상 정보와 친밀도까지 5장 분량의 신고서를 깨알같이 적어야 했다. 여기에 A4용지 13장 분량의 질문지에 답해야 한다. 자신은 물론이고 배우자, 가족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과 태도 등도 묻는다. 그리고 ‘부착명령 집행 전 의무사항 고지 확인서’와 ‘전자장치 수령확인서’에 서명. 임의로 전자발찌를 끊거나 손상시키면 7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등에 처해진다는 내용이다.

“기자님, 왼발? 오른발?”

‘이건 뭔 소린가. 아무 데나 채우지….’

전자발찌 착용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이 발찌가 노출되는 것. 오른손잡이는 주로 오른발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그만큼 노출되기가 쉽다고 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덜 쓰는 발에 찬다고 한다. 채운 뒤에는 제대로 채웠다는 증거로 인증 샷도 찍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발에 채우는 전자발찌, 항상 소지해야 하는 휴대용 추적 장치, 재택 감독 장치로 구성된다. 휴대용 추적 장치가 발찌를 감지해 위치추적 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다. 이 기기는 늘 휴대용 추적 장치를 갖고 다녀야 하는 불편이 있어 올 하반기부터는 둘을 합친 일체형이 보급된다고 한다. 발찌에는 센서가 있어 끊거나 훼손하면 바로 관제센터로 신호가 간다. 재택 장치는 충전 기능과 함께 착용자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해주는 장치다. 기자에게는 오후 11시∼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외출 금지가 부과됐기 때문에 이 시간에 집 밖으로 나가면 이 기기를 통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기기는 전원만 뽑아도 경보가 센터로 전달된다.

공간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발찌와 휴대용 추적 장치가 3∼4m 이상 떨어지면 관제센터로 신호가 간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휴대용 추적 장치를 자리에 두고 5m 정도 떨어진 화장실에 갔더니 2, 3분 후 발찌에 진동이 오고 바로 전화가 왔다.

“관제센터인데, 어디세요?”

“화장실인데 깜빡했어요.”

“빨리 돌아가세요.”

마무리할 때까지 진동은 1, 2분 간격으로 세 번이나 울렸다. ‘아, 이렇게 24시간 감시되는구나.’

착용자가 피해자 거주지 등 출입제한 지역에 들어가거나, 일정 시간 이상 발찌와 휴대용 추적 장치가 떨어져 있으면 일단 전화로 고지를 하고 개선되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면 보호관찰관과 무술 유단자인 무도 실무관으로 이뤄진 신속대응팀이 출동한다. 보호관찰관들은 주기적으로 착용자들을 만나 면담을 하고 상황을 파악하는데, 위험 정도가 높은 사람들은 불시에 방문하기도 한다고 한다.

○ 생활을 옥죄는 고통감

착용 직후와 달리 발찌 하나 찼을 뿐인데,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출근하기 위해 평소 입던 슬랙스 바지를 입었더니 ‘오 마이 갓∼’ 바지가 발찌를 덮지 못해 고스란히 보였다. 이대로 나가면 ‘나 성범죄자요’ 하고 외치고 다니는 꼴이다. 지하철에 자리가 났지만 발목이 보여 앉을 수도 없었고, 참석한 모임 자리가 방인 것을 보고 “갑자기 일이 생겼다”며 나오기도 했다. 이 모임은 여자가 절반인데, 의자에 앉아도 발목이 보이거늘 하물며 방이면…. 안 신어보고 사면 모를까 신발을 사기도 어려웠다. 신고 벗을 때마다 발목이 보일까 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신어보지도 않고 사는 걸까.

2년 동안 다니던 헬스클럽도 옮겼다.(헬스클럽 만기일이 며칠 안 남아 옮기는 데 부담은 없었다.) 체육복 긴바지를 입고, 샤워는 집에 와서 하면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땀에 젖은 바지가 말려 올라갈 줄은 몰랐다. 바로 내렸는데 누가 봤을까 싶어 가슴이 콩닥콩닥, 얼굴이 화끈화끈….

실제로 헬스클럽에서 발찌에 대해 묻거나 말을 건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환청이 들리기 시작했다. ‘저 사람 봐 봐’ ‘저거 전자발찌 아냐?’ ‘멀쩡하게 생긴 놈이….’ ‘뭐? 우리 헬스클럽에 강간범이 있다고?’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별것 아닐 수 있는 시선도 의심과 경멸로 느껴지고, 옆에서 운동하던 여성 회원이 자리를 뜨는 것도 발찌 때문으로 느껴졌다. 운동을 할 만큼 해서 간 것일 수도 있는데….

실제 착용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게 착용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알려졌을 때 닥칠 상황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극소수 지인에게 알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알릴 수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 뒤에 올 것을 감당할 수 없기에….

기자가 만난 착용자 중에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아직 말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미리 말하면 헤어질 것 같고, 그렇다고 말 안 하고 할 수도 없어서다. 10년을 차야 하기 때문에 끝난 다음에 할 수도 없다. 그는 “그냥 죽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주변에 착용 사실을 알린 사람들도 대개 남자들은 별 말 안 하지만 여자들은 표정이 달라지고 더 이상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범죄가 아니라 폭행이나 강도로 교도소에 다녀왔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착용자는 “(발찌 때문에) 잠시도 내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 수가 없다”며 “TV에 관련 뉴스라도 나면 가슴이 쿵쾅거리고 조마조마해진다. 차라리 다른 중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가 숨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성범죄자라도 교도소 안에서는 발찌를 차지 않는다. 발찌는 출소 후 보호관찰 개념으로 부과되는 보안처분이기 때문이다. 죄에 따라 다르지만 부착 기간은 1년에서 최장 30년. 5년 이상 부착자가 전체의 67% 정도다. 한 착용자는 사고로 다리가 부러졌는데 병원에서 X레이를 찍으려 하자 한사코 거부하고 뛰쳐나왔다고 말했다.

성범죄 유형에 따라서는 특별한 제재가 부과되는 경우도 있다. 한 전자발찌 착용자의 경우 거주지를 지나는 특정 번호의 버스 안에서만 상습적으로 추행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당 버스 승차가 제한됐다. 승차 여부는 이동 경로를 알기 때문에 보호관찰관이 불시에 방문해 확인한다고 한다.

이것저것 신경 쓰는 것이 너무 피곤해 주말 약속을 모두 연기했다. 집에도 말을 안 했더니 거실 나가는 것조차 피하게 된다. 주말 내내 방에서 영화만 봤다. 일주일도 이런데 10년, 20년을 이렇게 산다면…. 착용자들이 대인기피증이 생기고,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생활을 옥죄는 느낌. 법무부에 따르면 2008년 9월 시행 이후 지금까지 50여 명의 발찌 착용자가 심리적 부담 등 여러 이유로 자살했다고 한다.

○ 착하게 살자

체험 기간 중 받은 성범죄자 단체 교육. 대체로 이런저런 애로점을 진지하게 토로하는데 한 착용자는 “전혀 사는 데 상관없어요. 뭐 신경 안 써요. 한쪽에만 차니까 불편한데 다른 쪽으로 옮겨주면 안 되나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착용자는 누군가 이성을 사귀는 문제를 어렵게 꺼내자 “그러니까 여자를 만나지 말아야지, 나 봐! 안 만나잖아”라고 말했다.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 피해자들은 생각이나 하고 사는지….

100% 완벽한 제도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전자발찌도 가끔 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일본으로 도주한 착용자의 경우 휴대용 위치추적기와 분리돼 경보가 울리자 차에 두고 내려서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둘러댔다고 한다. 휴대용 위치추적기는 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위치 파악이 안 되는 상황. 그리고 공항에서 바로 발찌를 끊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위치 추적은 안되지만 발찌를 차고 있으면 검색대에 걸리기 때문이다.

보호관찰은 말 그대로 보호관찰이지 감금이 아니기 때문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야 하지만 쉽지는 않다. 기자에게 부과된 오후 11시 이후 외출 금지도 단순히 그 시간에 안 나가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야근도 있고, 갑작스러운 출장도 생기기 마련.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외출 제한 시간을 풀어주기도 하지만 사고가 나면 늘 “그럴 거면 뭐 하러 발찌를 채우느냐”고 뭇매를 맞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 부착했을 때와는 달리 갈수록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정도가 심해졌다. 방바닥에 누우면 발목이 발찌에 눌려 편하게 자기도 힘들었다. 일주일이 지나고 드디어 전자발찌를 떼는 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인간 본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차-카-게 살자. 꼭.’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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