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의 맑은 눈이 모서리가 벗겨진 책등의 제목을 꼼꼼히 그리고 진지하게 훑는 것을 나는 바라본다.
그때의 난 이 방대한 책들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본 기분이 되곤 했다.
온우는 내가 읽은 책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읽을 책의 주인공도 되겠지.
시인들이 사랑한 시어는 내게로 와서 그 애가 된다.
소설가들이 빽빽하게 적어 낸 활자는 내게로 와서 그 애가 된다.
"온우야."
"응?"
"....."
"승현아. 왜?"
"그냥. 예뻐서."
이유 없는, 그러나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낡고 오래된 도서관은 어느새 하나의 방이 된다.
그 애만 있으면 그 어디든 그저 내게 하나의 방이 될 뿐이다. 네가 있는, 너로 가득한 방.
그 애가 발 딛고 선 자리마다 내가 사랑하는 곳이 된다. 나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이 좋았다.
- 너와 나의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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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온우는 겁 없이 사랑을 했다.
그러나 지옥 같은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녀는 모든 것을 버려야 했다.
자신의 첫사랑까지도.
"7년이나 기다려 줬으면 됐잖아. 뭘 더 얼마나 기다려야 해."
다시 만난 승현은 잊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듯 변함이 없었다.
찬란했던 시절의 그는 근사한 모습으로 온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넌 내가 왜 그렇게 좋은데?"
"넌 내가 왜 그렇게 지긋지긋한 건데?"
그건......
"그걸 묻는 게 이상한 거 아냐?"
"내 말이. 그걸 묻는 게 이상한 거야, 너."
그제야 이해했다.
내가 날 좋아하는 걸 새삼 묻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한 번만 더 좋아해 줘. 그게 안 되면, 싫어하지만 마."
승현이 다가왔다. 코끝에 그의 코끝이 닿았다.
열아홉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그때처럼 입을 맞출 순 있다.
눈을 감았다.
다시 시작이었다.
- 너를 만나는 시간 -
오랜만에 추천할 만한 작품이 있어서 들고 와 봤는데, 위의 글들은 책 표지 뒷면에 적혀 있는 글이야.
작가는 박영. 이 작품은 장편의 소설이고 로맨스 소설이야. 상단에 표기를 했지만 타이틀이 조금 다르지?
보통의 책은 같은 타이틀에 <상> <하> / <1> <2>로 나뉘어서 출간이 되지만, 이 책은 다른 이름의 타이틀로 출간이 되어있어.
물론 등장인물들은 두 작품 모두 동일해! 다만, 과거와 현재를 작가는 따로 분류를 해서 출간을 한건데
개인적으로 모두 읽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
열아홉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너와 나의 시간은 여자주인공만큼이나 남자주인공 승현이의 감정 또한
세세하게 표현해줬는데 그 부분이 꽤 인상적이었어.
물론 이야기는 여자 주인공의 감정도 잘 들어내주지만 그만큼이나 남자 주인공의 감정 묘사도 숨김 없이
보여주고 있어. 너와 나의 시간이 과거의 이야기를 풀어주고 있기 때문에 너를 만나는 시간만 읽기에는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으니 꼭 둘을 같이 읽어 줘!
[7년의 오랜기다림 , 첫사랑]
단 두가지의 단어만으로도 설명 되는 소설인만큼
봄에 읽을만한 로맨스 소설책을 찾는 덬들에게 추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