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김동률이 설명해주는 벌스, 사비, 브릿지
70,066 140
2018.02.07 01:02
70,066 140
오늘은 곡의 구성, 구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요즘엔 너무 다양하고도 변칙적인 구조의 곡들이 많아서 일일이 다 예를 들 수는 없는지라, 저는 그냥 일반적인 발라드 곡을 예를 들어 설명하려 합니다.

보통의 발라드 곡의 일반적인 구조를 풀어보자면,

Intro(전주)– A(verse) - A’ - B – Sabi(후렴부) - Interlude(간주) - A or B – SABI –Bridge – Sabi – Outro (후주)

이렇게 정리할 수 있는데요, 물론 곡마다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용어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각 파트의 정의와 역할부터 간략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INTRO

말 그대로 노래의 전주입니다.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고, 또 기대하게 만드는 첫 시작입니다. 
노래의 첫인상이 전주에서 좌우되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합니다. 전주만 들어도 설레는 곡들이 많지 않나요? 어렸을 때 친구들과 전주만 듣고 곡 명 알아맞히기 게임을 하며 놀았던 기억도 있습니다. 확실한 개성을 갖고 있는 전주일수록 기억에 많이 남는데요. 노래의 멜로디를 차용한 전주도 있고, 아예 독자적인 멜로디를 쓰기도 합니다. 리듬비트로만 전주가 시작되기도 하지요. 어떤 경우엔 곡의 후렴부를 전주대용으로 먼저 선보이기도 합니다. 후렴부의 멜로디를 확실하게 각인시키게 되지요. 
어떤 곡들은 전주가 과감히 생략된 채 곧바로 노래로 시작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이런 구성이 더 임팩트 있게 느껴질 때도 많은데요. ‘기억의 습작’ 같은 경우는 곡이 너무 길어서 전주까지 입히는 것은 사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노래부터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론 웬만한 전주보다 더 강렬한 첫인상을 갖게 된 도입부가 되었지요. 꼭 일부러 이런 효과를 누리자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어떤 전주도 사족같이 느껴지는 경우엔 이렇게 노래부터 시작하는 구성이 종종 쓰이곤 합니다.

A & A’

노래의 앞부분입니다. 외국에선 Verse라는 용어를 씁니다.
예전에 작곡 할 때는 앞부분은 그저 후렴구를 가기 위한 전개로서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후렴구의 멜로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잔잔하게 시작하는 앞부분의 멜로디에 마음이 더 움찔거립니다. 좋은 가사가 붙었다면 더 공감이 가게 되죠. 어렸을 땐 곡을 쓸 때 후렴부를 먼저 작곡하고 앞부분을 나중에 짜 맞춰 넣기도 했는데요. 그럴 경우엔 처음부터 곡을 쭉 풀어나가는 것 보다 부자연스럽다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기가 쉬워서 요즘엔 순서대로 곡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A 파트는 보통 8마디로 구성되어, 한 번 더 반복을 하게 됩니다. 그 반복 부분이 A’입니다.

B

A 와 SABI를 연결하는 파트입니다.
짧게는 4마디 길게는 8마디 정도의 분량입니다.
어떤 곡들은 B파트를 생략한 채 바로 A’에서 SABI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SABI (후렴구)

왜 이 후렴구 파트를 뮤지션들이 사비라는 용어로 칭하는지 그 어원은 저도 잘 모릅니다. (혹시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글을...) 외국에선 CHORUS 파트라고 부르는데요. 화음을 넣는 코러스와 헷갈려서 그런지 국내에선 그렇게 칭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네요. 다들 사비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사비가 좋아, 사비가 꽂혀, 뭐 이런 표현을 쓰는데요. 추측으론 일본에서 온 용어가 아닐까 싶지만요.
이 후렴구 파트의 멜로디가 쉽고 좋으면 사람들이 훅이 있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의 가사가 노래의 제목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세월이 가면’, ‘천일동안’,‘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이런 곡들이 대표적인 예죠.
그런데 사실 이런 분석은 결과론적인 얘기고, 곡을 쓰는 당시에 염두를 두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마음은 새침한 여자와 같아서, 항상 이러면 되겠지 라고 예상하는 것은 무의미하니까요. 오히려 그런 대중성에 입각한 작법은 진심성이 떨어지거나 작위적으로 들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가는 대로 만들었지만 나중에 살펴보니 이런 대중적 요소들을 갖추고 있더라...뭐 이런 순서가 아름답지 않을까요.

Interlude (간주)

언제부터인가 곡의 간주가 짧아지고 간소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올드팝이나 가요들을 들어보면 간주가 멋지고 아름다운 곡들이 참 많았는데요. 요즘엔 길고 장황한 간주는 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아 좀 안타깝습니다. TV나 라디오 방송 플레이를 고려한 측면도 있고요, 대중들이 점차 한 곡을 진득하게 듣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광고가 길면 채널을 돌리게 되듯 말이죠. 
자꾸 ‘기억의 습작’을 예로 들게 되는데요. 원래 이곡의 간주는 트럼펫 솔로 8마디 뒤에 트럼본 솔로가 다시 8마디를 이어받는 구조였습니다. 녹음을 다 끝내고 6분이 넘는 곡 길이에 고민하고 있는 저희에게 같은 소속사 선배였던 종신형이 트럼본 솔로 파트를 들어내라 조언 해주셨죠. 그때는 지금처럼 컴퓨터 녹음이 아닌 멀티 테입 녹음 시절이어서 정말 말 그대로 테입을 잘라서 붙이는 수작업을 감행하여 편집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게 두고두고 안타까워서 공연 때는 간주를 원래의 버전으로 트롬본 솔로까지 연주하곤 합니다.

간주의 솔로 악기로 뭘 선택할지도 큰 고민이었는데요. 
특히 일렉 기타는 예나 지금이나 대표적인 간주 솔로 악기입니다. 밴드의 기타리스트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서가 간주 파트일겁니다. 기타 솔로를 들을 때 마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요. 93년도 대학가요제 예선 때, 부자 밴드가 한 팀이 있었습니다. 엄청난 양의 앰프와 기타 이펙트를 가져와서 세팅 하는 데만도 많은 시간이 걸렸더랬죠. ‘와 장비 많아서 좋겠다!’, 부러워했던 것도 잠시, 노래가 1절이 끝나 가는데도 기타리스트는 줄 한 번 튕기지 않고 서 있었습니다. 아마도 간주 솔로부터 연주를 시작할 예정이었나 본데, 애석하게도 간주가 시작되기 전에 심사위원들이 노래를 끊는 바람에 그대로 다시 장비를 해체하고 돌아가야만 했다는 슬픈 사연입니다. 그리고 2차 예선에선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었죠. ㅠㅠ

피아노, 색소폰 간주가 너무 흔하게 느껴져서, 새로운 간주 악기를 모색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 곡들의 간주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걸 보면 어쩔 수 없이 저도 시대에 편승하고 있는 걸까요.

Bridge

2절의 후렴구가 끝나고 다시 후렴구를 반복하기 전에 등장하는 파트입니다. (때로는 2절의 후렴구 대신 브릿지가 먼저 등장하기도 합니다. 제 노래 중에 ‘다시 시작해보자’ 라는 곡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1,2절을 들으며 쌓인 감정이 폭발할 수 있게 기폭제 역할을 맡아 곡의 상승무드를 주도합니다. 그래서 브릿지가 끝나고 다시 반복 되는 후렴구는 전조가 된다거나 편곡이 더 웅장해져서 감정의 극에 치닫게 됩니다.

이 브릿지 파트는 마치 두 번째 간주처럼 솔로악기를 동반한 연주로 처리 되는 경우도 있고, 새로운 멜로디의 노래가 추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브릿지 파트가 너무 일반화 된 나머지, 너무 형식적이거나 작위적인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너무 보컬이 장기자랑을 하는 나머지, 감정 상승을 강요받는 느낌이 들기도 하죠. 곡의 흐름상 자연스럽지 않다면 브릿지가 없는 곡이 더 자연스러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너무 뻔한 진행의 브릿지는 식상하기도 하니 의무처럼 채워 넣어야하는 구성요소는 아니라 생각합니다.

OUTRO

곡의 후주입니다.
모든 노래 곡들은 크게 두 가지의 방법으로 끝을 맺는데요.
하나는 완결한 형태의 후주를 갖고 모든 반주가 마침표를 찍는 방법이구요.
또 하나는 Fade Out, 즉 전체의 볼륨을 서서히 줄여서 마무리를 짓는 것입니다.

후주는 주로 전주를 차용해서 반복하는 수미상관 형식이 많이 쓰입니다.
따로 후주를 덧입히지 않고 노래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끝을 맺는 경우도 있지요.

곡의 감정 선상 더 여운을 주고 싶을 경우에는 페이드아웃으로 처리합니다. 장대하게 벌린 곡을 허겁지겁 마무리해버리면 성급하게 들리겠지요. 노래를 포함한 전체 음악이 페이드아웃 되는 경우도 있고, 노래는 끝이 나고 반주 부분만 페이드아웃 되기도 합니다. 더 세심한 경우엔 반주에서 특정 악기를 더 길게 놔두는 경우도 있는데요. ‘Replay’라는 곡은 의도적으로 뒤에 스트링 연주만 더 길게 들리게 페이드아웃을 했습니다.

페이드아웃으로 끝나는 곡을 공연에서 부를 때는 따로 엔딩을 만들어야 하는 애로 사항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연주자가 각자의 소리를 줄여가며 수작업 페이드아웃으로 엔딩을 처리하는 경우도 간혹 있지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목록 스크랩 (120)
댓글 14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유세린🩵 유세린 이븐래디언스 브라이트닝 부스터 세럼 체험단 50인 모집 443 03.09 73,49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65,967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29,32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56,95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270,649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5,4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15,50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0,23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2 20.05.17 8,640,6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0,1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07,49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17456 유머 화내고 짜증내는 박지훈 22:46 90
3017455 이슈 효자 아들이 어머니를 지하실에 가둔 이유 22:45 342
3017454 이슈 사상 최초(?) 새 앨범 세계관을 신박한 VR 전시회 컨셉으로 풀어준 신인 남돌 22:44 140
3017453 유머 서울역에서 헤매는 여행객 모자에게 도움이 필요하냐고 영어로 물어보니 일본인이라해서 잠깐 버퍼링걸린 한국인 22:44 360
3017452 이슈 다음주 유퀴즈 브리저튼4 하예린 CUT 3 22:44 544
3017451 이슈 프랑스에서 부활절 기념으로 판매되는 최고급 디저트들 1 22:44 312
3017450 기사/뉴스 한국인 3천만명은 어디로 여행했나? 2025년 인기 해외여행지 10 2 22:43 264
3017449 기사/뉴스 이동휘 "무명시절, 유재석과 CF촬영...대본에 사인 받아" (유퀴즈)[종합] 22:43 157
3017448 기사/뉴스 정몽규 축구협회장 "월드컵 대표팀 전력 4년 전보다 나아졌다, 16강은 갈 수 있을 듯" 1 22:43 76
3017447 이슈 당시엔 몰랐는데 지금보면 인자강인 걸그룹 3 22:42 824
3017446 이슈 엄흥도 직계 후손 '왕사남' 출연..'광천골 마을사람 3번' 배우 엄춘미 22:40 499
3017445 유머 잘 잠 인증 마크.jpg 7 22:39 1,196
3017444 정치 "전례가 없어요. 성범죄 사건에서 피고소인이 나서서 수사심의위원회를 열어달라, 대질해달라 요구하는 거 자체가…" 1 22:39 539
3017443 유머 앵무새의 음식취향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만화 3 22:37 434
3017442 이슈 다시 컬러풀하게 바뀐 다음 로고 7 22:36 1,161
3017441 유머 틱톡 쇼츠 릴스 보는 덬들 사찰하기 1 22:36 162
3017440 이슈 인형더쿠들 지금 당장 코스트코로 달려가셈!!! 7 22:36 1,914
3017439 유머 80년대에 가게에서 80여장 음반훔쳐간 미식가 도둑 4 22:35 979
3017438 유머 한 달 동안 덬들이 봐줄 청소년들 선택하기! 3 22:35 229
3017437 유머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 제3세계 글로벌 사우스 지도자 둘이 한국인도 안 꼈는데 알아서 K-손가락하트를 하는 시대가 열렸읍니다. 8 22:35 1,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