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다산카페에서 열린 제7회 혼불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자인 권정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한 권정현 작가 기자간담회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개고기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를 아버지로 둔 중국인 요리사 첸은 일본 관동군 사령관 모리를 암살하기 위해 만주의
황궁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헌병대에 잡힌다. 잡혀온 첸에게 사령관 모리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의 재료를 이용해 자신을
만족시키는 요리를 하라고 명한다.
첸이 택한 재료는 송이버섯. 첸은 불에 태워 숯덩이처럼 된 송이버섯을 제 손을
익혀가며 쥐고, 탄 부분을 깍아낸 뽀얀 송이버섯 구이를 바친다. 이로서 목숨을 구하는 것은 물론 암살을 실행할 수 있도록 모리의
지척에 머물 수 있는 기회도 얻는다.
올해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자로 만장일치로 선정된 권정현 작가(47)의 소설
'칼과 혀'(다산책방)는 1945년 일제 패망 직전의 만주를 배경으로 일본 사령관과 중국인 요리사, 그리고 그의 아내인 일본군
위안부 출신의 한국인이 요리를 통해 그려내는 생과 사의 탐구다.
첸은 아버지가 사용한 개의 피가 얼룩진 도마를 애지중지하며 요리에 사용하고 관동군 사령관이지만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 겁쟁이'로 역사에 기록된 실존인물인 야마다 오토조를 모델로 한 모리는 두려움을 잊기 위해 음식에 탐닉한다.
여기에 독립운동을 하는 오빠와 길순이 세 꼭지점처럼 만나 한국과 일본, 중국인의 시선으로 전쟁을 재구성한다. 그러면서 일제의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미의 본질, 나아가서는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권정현 작가는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다산카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을 근대에서 현대로 변모하는 접점에서 사라져 버린 목소리들을 담기 위한 12권의 역사소설을 쓰기 전의 '워밍업'으로 썼다고 밝혔다.
권
작가는 "어릴 때 내가 살았던 충청도 시골에서는 실제로 '혼불'(민간에서 사람이 죽기 전 몸안에서 빠져나간다고 하는 푸르스름한
빛)을 봤다는 사람도, 죽은 마을 사람이 골목길에 서성이는 걸 봤다는 사람도 있었다. 도시아이가 상상할 수 없는 신화와 현실이
뒤섞인 기억이 수백가지 있는데 사라진 이것을 되살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19세기 파리의 뒷골목을
에밀 졸라의 작품을 통해 내밀하게 할 수 있듯이 100년, 200년 후에도 우리가 겪어온 100년의 역사를 직접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 12권을 쓰려 했다"며 "하지만 내공 부족을 깨닫고 해방 전후를 배경으로 한 역사를 먼저 써보자 생각해서 이 작품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사는 작가라면 내야 할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볍고
발칙한 소설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히지만 나는 사회를 움직이는 힘, 그 균형의 맞추려는 사람들, 역사를 견디는 민중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덧붙였다.
혼불문학상은 우리 근현대사를 담은 장편대하소설 '혼불'의 작가인 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에 제정된 상이다. 1회 '난설헌', 2회 '프린세스 바리', 3회 '홍도', 4회 '비밀 정원', 5회
'나라 없는 나라', 6회 '고요한 밤의 눈' 등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예리하면서도 깊은 관점이 담긴 작품들을 수상작으로 선정해
왔다. 상금은 5000만원이며 올해는 282편의 작품들을 심사 대상으로 했다.
권정현 작가는 2002년 충청일보와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2016년 단편소설 '골목에 관한 어떤 오마주'로 제8회 현진건문학상을 수상했다.
11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다산카페에서 열린 제7회 혼불문학상 기자간담회에서 수상자인 권정현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News1
ungaungae@
재밌을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