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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권성민 PD, 김나진 아나가 말하는 김소영 아나운서 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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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1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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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이가 퇴사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이미 마음 굳혔을 거라 생각했으면서도
부질없이 말렸다.

내가 본 아나운서 중 가장 기대됐던 사람,
아나운서가 전달자를 넘어서는 저널리스트일까
고민했던 내게 '그렇다'는 확신을 준 친구.
별안간 회사의 미움을 받기 시작하더니
달리 사고 친 것도 없이 방송에서 사라졌다.
나처럼 만화를 그린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회사 문제를 떠들고 다닌 것도 아닌데.
단지 자질이 훌륭해서였을까.

그랬던 친구가 나간다니 너무 속상했다.
정상화된 방송에서 나래를 펼치길 바랐는데
이렇게 실컷 수모만 당하다가
끝내 좋은 날 한 번 보지 못하고 나간다니.

바람직한 현실은 아니지만 어쨌든
여자 아나운서는 30대 초반까지 많이 찾는 게 현실이다.
그 전성기에 들어온 온갖 섭외를
달리 이유도 듣지 못한 채 가로막히며 세월을 보냈다.

어차피 소영이는 멋진 사람이라 나가서도 잘 될 거다.
그냥, 내가 너무 속상하다.
여기서 무언가의 시금석이 되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많은 말을 꾹꾹 눌러담다가
같은 아나운서국의 나진 선배Najin Kim 가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봤다.
아직도 남은 많은 말들을 선배의 글로 갈음한다.

같은 글에 등장하는 오승훈 선배는
내 해고조치에 항의하는 글을 썼다가 마이크를 뺏겼다.
나는 이렇게 복직했는데 선배는 아직 유배지다.
속상하고 속상하다.

=======================================

김소영 아나운서가 퇴사했습니다.
5년 넘게 머물던 사람이 떠났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사무실은 고요하기만 합니다.
22명의 MBC 아나운서가 사라질 때와 마찬가지의 풍경이 연출됐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회사의 책임 있는 분들께서는 아무도 만류하지 않았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
무슨 문제가 있는 지, 어떻게 하면 해결해줄 수 있는 지를 묻지 않았습니다. 그저 떠나보내기만 급급했습니다.

답답해서 보직자들께 메일을 드렸습니다.
김소영 씨의 사직서를 반려해주실 것을 아주 정중하게 부탁드렸습니다.
떠나는 후배를 한번이라도 잡아줄 것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아나운서가 우리를 떠나갔습니다.

김소영 아나운서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십니까?
혹시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처럼 생각되나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지나가버린 과거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현실입니다.

김소영 씨가 아나운서로서의 실력이 부족했을까요?
소위 말하는 인지도는 어땠나요? 지금 MBC 아나운서국에 김소영 아나운서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사람이 있습니까? 혹시 섭외가 없었을까요? 김소영 아나운서가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받은 일이 없을까요? 지금도 제작진이 이만큼 요구하는 아나운서는 없습니다. 제가 직접 알고 있는 주요 섭외만 해도 모두 MBC 대표 프로그램들의 MC, 라디오DJ, 내레이터 등이었습니다.

이런 아나운서가 왜 10달 동안 벽만 보고 지냈을까요? 밀려오는 섭외에 가장 바빠야 할 아나운서가 왜 온종일 자리만 지키며 자괴감만을 맛보아야했을까요? 의도적인 배제가 이루어진 것 이외의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까?

네, 실제로 그랬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제작진이 김소영 아나운서를 요청하면 국에서는 안 된다고 하고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대며 다른 아나운서를 투입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지요. 그 결과 우리는 또 한 명의 실력 있는 아나운서를 잃었습니다. 2012년 이후 12번째 아나운서의 퇴사입니다.

먼저 떠난 11명의 아나운서들 역시 똑같았습니다. 5년 사이 12명이 출연제한을 받으며 면벽수련으로 이어졌고 인간적 모멸감을 느껴야만했습니다. 결국 모두 견디지 못해 스스로 떠났습니다. 이런 블랙리스트가 MBC 아나운서국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게 도대체 누구의 이야기입니까?

이게 도대체 언제의 이야기입니까?

소위 속되게 말하는 쌍팔년 대 이야기입니까!

이건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기본적인 질문이나 건전한 비판조차도 허용되지 않는 이런 조직의 문화가 계속되는 한 면벽 수련은 이어질 겁니다. 고분고분하고 조용히 불평불만 안하면 당근을 주고, 올바른 이야기를 하거나 합리적 비판을 하면 내쳐지는 이곳이 정녕 2017년의 MBC 아나운서국이 맞습니까!!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 봐야합니다.

-2012년 이후 12명의 아나운서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11명의 아나운서가 이유도 모른 채 다른 부서로 쫓겨났습니다.

-지금 MBC 라디오 뉴스의 앵커는 MBC 아나운서가 아닙니다.

-신입 아나운서는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으로 뽑습니다.

-아나운서국에 소통이란 단어는 사치입니다. 회의 시간에 질문은 없습니다.

-아나운서국의 우리말 기능은 붕괴되었습니다.

-언어운사의 모습은 어느덧 3류 가십지가 되었고 사적인 치적 쌓기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이름들을 한명 한명 기억해야합니다.

-부당전보 
변창립 강재형 최율미 김범도 김상호 신동진 박경추 오승훈 황선숙 차미연 손정은
이상 11명

-퇴사 
박혜진 최윤영 서현진 나경은 오상진 최현정 문지애 방현주 김경화 박소현 김정근 김소영 
이상 12명

자, 이제 12번째 오승훈은 누구입니까?
그리고, 13번째 김소영은 누구입니까?
다음 차례는 누구입니까?

이제 더 이상의 김소영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는 떠나야할 사람들이 떠나야 할 것입니다.


출처: 권성민 PD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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