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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끌올. 세월호 김탁환 거짓말이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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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3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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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정적 진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논리나 실증이 아닌 감정이나 주관적 의견에 근거한 진실, 책에 나온 사실이 아닌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진실 혹은 진실이라고 알려진 것보다 진실이라고 믿고 싶은 개념이나 사실을 선호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심정적 진실'에서 힘을 발휘하는 건 진실 그 자체가 아닌, 나의 직관, 나의 주관적 의견입니다. 내가 그것을 믿는 이유는 그것이 진실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길 바라서입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복잡하게 엉킨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쉽게 '심정적 진실'


▲ 책표지
ⓒ 북스피어

저 역시 그렇습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에 관심을 갖긴 어렵지만, 때론 몇몇 문제엔 관심을 갖습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일까 궁금해 나름대로 열심히 파고들어가 봅니다.
책도 읽고, 사설도 읽습니다. 전문가 못지않게 깊은 블로거들의 글도 읽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진실 찾기를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접한 정보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인데요. 그리곤 '심정적 진실' 쪽으로 기우는 것이죠.

대개 '심정적 진실'의 바탕을 이루는 건 어딘가에서 흘려들은 정보 몇 개에 대한 개인의 해석입니다. 그간의 경험에 의해 형성된 가치관을 토대로 직관적인 해석을 해내지요. 이러한 해석을 통해 임의대로 거짓과 진실을 가려내고, 이렇게 가려낸 진실을 개인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도 모르게 철썩 같이 믿고 따르며, 심지어는 이것이 '진짜' 진실이라 주장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불어난 주장들은 '진짜 진실'을 '거짓'으로 둔갑시켜 버리기도 하고요. 이렇게 거짓으로 둔갑된 진실 앞에서 진실을 아는 자가 할 수 있는 말이란 '당신이 아는 사실은 거짓이다' 정도일 거예요.

"형님, 그런데 소설 제목을 왜 '거짓말이다'라고 지었어요?"

"내가 만난 민간 잠수사에 대해 이런저런 질문했을 때, 관홍이 네가 대답하며 가장 자주 썼던 말이잖아?"

"그랬나요, 제가?"

"응! 어렴풋이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라고." - <작가의 말> 중에서

민간 잠수사들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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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참사 특위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한 잠수사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사흘째인 2015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김관홍(오른쪽), 전광근 잠수사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선체 수색작업에서 일어난 각종 혼선과 무리수를 증언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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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가족, 수색작업 벌인 잠수사들에게 박수갈채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이 2015년 12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참여한 김관홍, 전광근 잠수사의 노고에 박수 갈채를 보내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김 잠수사는 "아직까지 세월호에서 못 올라온 9구의 실종자들을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 마지막까지 다 수습하겠다고 약속했고 그만큼 열심히 했는데 결국 많은 유가족에게 끝까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며 "추후에 이런 사고가 있을 때 저희는 또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다. 할 수 있는 일은 해드리고 나서 욕을 먹든 칭찬을 듣든, 저희의 결정은 똑같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성호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는 세월호 사건 당시 시신 수색, 수습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난 6월 사망한 김관홍 잠수사 포함, 저자는 민간 잠수사들을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종합해 소설화합니다. 소설에선 '그때, 민간 잠수사에겐 무슨 일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그려지고 있는데요. 저자는 이 답을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표현하고자 상징과 은유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실에 다가가고자 했던 저자의 노력은 소설의 형식에서도 드러납니다.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탄원서' 형식입니다. 민간 잠수사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류창대 잠수사의 무죄를 주장하며 나경수 잠수사는 판사에게 탄원서를 제출합니다.

우리 모두 알고 있다시피, 탄원서에는 진실만을 말해야 하잖아요. 나경수 잠수사는 민간 잠수사들이 어떻게 세월호 수색에 참여하게 됐으며, 어떤 마음, 어떤 방식으로 수습을 했고, 그 후 어떤 일을 겪어야 했는지를 경험한 바 대로 이야기합니다.

둘은, '인터뷰' 형식입니다. 인터뷰어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합니다. 동거차도 어민, 생존자 학생 아버지, 세월호 사건 당시 취재에 투입됐던 기자, 민간잠수사, 세월호 사건 당시 바지선에 상주했던 물리치료사, 민간 잠수사들의 잠수병을 치료했던 의사, 공무원 등등. 인터뷰이의 입장과 의도를 사실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인터뷰어는 질문만 던질 뿐 인터뷰이의 말에 사족을 붙이지 않고요.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사실이 많습니다. 잠수사들이 시신을 수습했다, 정도가 제가 민간 잠수사에 대해 아는 거의 전부였거든요. 선내로 진입해 시신을 수습한 잠수사는 민, 관, 군 잠수사 중 민간 잠수사가 유일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해경 잠수사는 침몰선 밖에서 민간 잠수사를 보조하는 역할만 했다고 해요.

심해 잠수는 워낙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보통 하루에 한 번 잠수하고, 5일 일한 후, 2일 쉬는 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민간 잠수사들은 당시 하루에 두, 세 번 잠수를 했고 쉬지도 못했습니다. 잠수 교본에서 벗어난 이와 같은 작업을 석 달 가까이 한 민간 잠수사들은, 바지선에서 내려온 후,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합니다. 잠수병에 걸려버렸거든요.

유속이 빠르기로 우리나라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맹골수도에선, 조류가 가장 약할 때에도 시야가 겨우 45센티미터라고 해요. 막상 침몰선 안으로 들어가면 그 시야마저 20센티미터도 채 안 되게 좁아지고요. 뻘 때문입니다. 뻘 때문에 빛이 투과되지 않는 어둠 속에서 약 90도로 기울어져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선내로 잠수사들은 홀로 시신을 수습하러 들어갔던 것이죠.

몸도 힘이 들었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많이 무너졌다고 합니다. 민간 잠수사 중 그전엔 수중에서 시신을 본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모두 산업 잠수사들이었으니까요. 사고가 났다고 하여 달려갔더니, 민간 잠수사에게만 수습, 수색 임무가 떨어진 거였고, 비상시국이니만큼 앞 뒤 재지 않고 잠수사들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던 겁니다.

잠수사들은 시신을 껴안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 다섯 배는 강하게 포옹해야 놓치지 않고 무사히 데리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신을 수습한 날엔 정신적 충격이 엄청나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해요. 잔영이 며칠이나 이어졌지만, 잔영을 떨쳐내기도 전에 다시 잠수를 해야 했고요. 그런데 바지선엔 잠수사들 몸과 마음을 치료해줄 의사도 한 명 없었습니다. 5월 7일이 되어서야 의사가 바지선에 처음 올라왔다고 합니다. 책에서 인터뷰이였던 잠수의학 전문의는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나 혹사당한 줄 압니까? 자, 여기 어깨, 여기 무릎, 여기 고관절을 보십시오. 뼈가 완전히 썩었습니다. 내가 맹골수도 현장에 있었다면, 잠수 횟수를 절반 이상 줄였을 겁니다. 골괴사만 문제가 아닙니다. 잠수사들의 트라우마 치료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잠수 횟수와 실종자 수습 숫자에만 관심을 두고, 수중에서 홀로 선내로 진입하여 시신을 품에 안고 나오는 잠수사의 마음에 대해선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수수방관한 겁니다. 맹골수도에 가기 전엔 수중에서 시신을 한 번도 못 본 잠수사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심해에서 무방비 상태로 계속 시신을 모시고 나왔습니다. 상상을 해 보세요. 온전한 시신도 있지만 끔찍하게 최후를 맞은 시신도 있습니다. 잠수사들은 그 시신들까지 고스란히 봤고, 봤을 뿐만 아니라 끌어안고 왔단 말입니다. 여러분 같으면 다시 그 선내로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옳은 일을 할 수 있어 했을 뿐

골괴사뿐 아니라, 하반신 감각이 떨어져 소변도 대변도 못 보고, 평생 투석을 해야 하는 잠수사도 생겼습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우울증, 수면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잠수사는 태반이었고요. 그중 반 이상은 병든 몸과 마음 때문에 이후 다시 현업으로 복귀하지 못합니다. 일을 하지 못하자 생계가 곤란해졌고요.

이런 이들을 보며 누군가는 묻습니다. 그러게 그곳에 왜 갔느냐고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중간에라도 그만둬야 했던 것 아니냐고요. 이에 대해 나경수 잠수사도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내가 왜 맹골수도로 갔을까. 몸과 마음이 망가질 줄 알면서도 왜 계속 바다로 뛰어들었을까. 생각을 계속 곱씹지만 결론은 매번 같습니다.

민간 잠수사가 일손을 놓으면 선내 수색도 중단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우리 마음은 하나였습니다. 비상 상황이니 지금은 무리를 해서라도 작업하자. 혹시 몸과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나라에서 치료해 주겠지!

하지만 2015년 3월, 우리나라는 민간 잠수사에 대한 치료비 지원을 전면 중단합니다. 잠수사들은 어쩔 수 없이 치료를 그만두거나 간단한 신체 치료만 자비로 이어가야 했습니다. 전문 병원에서 전문가 관리하에 긴 시간에 걸쳐 이어져야 하는 잠수병 치료를 잠수사 개인이 자비로 계속 이어가기는 어려웠거든요(정부는 올해 1월 지원을 재개했다가 7월 다시 중단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심정적 진실'은 '진짜 진실'을 가립니다. 엄청난 돈을 약속받지 않고서야 사람이 그렇게 이타적인 일을 할 리가 없다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동조합니다. 병원에 누워 치료를 받고 있는 잠수사에게 돈을 꿔달라는 사람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잠수사가 진실을 말하자 그는 거짓말하지 말라며 도리어 화를 냅니다. 김관홍 잠수사는 생전에 김탁환 소설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실종자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는 것이 옳고 제가 심해 잠수 기술을 지녔으니 가서 한 겁니다." - <작가의 말> 중에서

옳은 일을 할 수 있어서 한 것뿐이라고 잠수사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말이 거짓이라며 믿지 않은 것이죠.

중반부 이후 소설에선 나경수 잠수사가 세월호의 진실에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바지선 밖 상황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던 나 잠수사는 혼자 공부도 하고 유가족과 교류도 하면서 마치 잠수를 하듯 바닷속 깊은 곳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갑니다.

"어렴풋이 아는 건 아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듯, 진실은 그리 쉽게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요. 거짓과 진실 싸움은 언제까지나 계속될 테지만, 끝까지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결국 '진짜 진실'을 만나게 될 거라는 듯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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