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님 들어오시려는 분이 나이가 좀 있는데 괜찮으시겠어요?"
세를 오래 놓아본 사람일수록 나이가 많은 세입자를 경험적으로 꺼리게 됩니다.
그분들의 생활패턴 자체가 집에서 뭐 한약졸이고, 나물말리고, 노인특유의 군내 나고, 말귀어둡고, 멀쩡한 벽에 못박아서 농협/새마을금고 달력 거는거 좋아하고... 그런 깝깝한 점도 있지만,
그것들은 어떤 결과나 현상에 불과하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오랫동안 임차로만 주거한 경험은
타인의 재산을 거리낌없이 쓰는 하방폭를 넓히기 때문입니다
법, 관습, 번거로워서, 어르신이니까, 말이 안통하니까...
수많은 경험에서 얻은 타인의 양보를 견고하게 체화하고,
타인의 재산을 권한을 넘어 과감하게 사용하는데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법과 계약 앞에서 나이와 큰 목소리와 생떼가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큰 돈이 오가는 자리에서 안타까운 사정과 지리한 인생굴곡을 듣고싶지가 않고,
금융이나 제도에 밝지 못하여 잔금일에 일이 크게 틀어지는 경우는 상상도 하기 싫구요.
한 술 더 떠서 고령의 세입자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남의 사정에까지 머리를 디밀어야 하는 번거로운 일들이 있습니다.
경험 많은 임대인은 빅데이터가 쌓이면 시나브로 고령의 세입자를 꺼리게 되고
경험 많은 중개사도 경향성을 애저녁에 알고 있으므로 상태가 좋은 물건은 알아서 필터링을 합니다.
눈치 좋은 중개사는 한마디 덧붙입니다.
"아! 이분들은 ㅇㅇ동 재건축때문에 잠깐 사실 예정입니다."
컨디션 좋은 신축아파트에 젊은 내외들만 돌아다니는 이유가
어린연놈들이 허세에 차서 신축전세만 찾는다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습니다만
공급자 측에서도 다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왜 낙후한 도시 비탈진 거리에 빼곡한 벽돌집에서
늙고 가난한 사람들이 빠듯하게 모여서
아침잠도 없이 소일거리마냥 장독대 닦고
난잡해보이는 화분 돌보며 사는지 생각해보세요
그들도 좋아서 거기에 사는게 아닐 겁니다
수챗구멍을 흘러가서 종극엔 거기밖에 없었던 거지요
인생 서러운게 뭐 이유야 여러가지입니다만
내가 아무리 건강하고 총명하다고 주장한들
남들이 인정해주지 않는다는데는 별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말년에 돈이 충분히 많은분들은 임대차든 자가든
당신 하고싶은대로 은퇴라이프를 누리시겠지만
블라인드에 적을 둔 대부분은 그런 미래의 삶과는 거리가 멀 것이구요.
우리 모두 언제까지나 젊은이일수는 없지요
나이먹는다는 것은 슬픈거지만
더 슬프거나 덜 슬플수 있다면 전 후자를 고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