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지성 지지가 항상 진실에 가까워서가 아니라, 인간 집단을 결속시키는 데 강력한 기능을 했기 때문.
인간은 수십만 년 동안 대부분 부족등 소규모 집단 안에서 살았고, 그 환경에서는 누가 진짜 우리 편인지, 누가 배신자인지, 누가 규칙을 지킬 사람인지 판별하는 게 생존 문제였음.
여기서 비용 큰 의례와 금기가 작동함. "나 충성함"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금식, 순례, 박해 감수 같은 행동은 가짜가 오래 하기 어려움.

그래서 비용이 큰 행동일수록 "저 사람은 진짜 우리 사람"이라는 신호가 강해짐. 종교적 의례와 고비용 행동을 협력과 신뢰의 신호로 보는 costly signaling 이론도 바로 이 지점을 설명.
동시에 종교는 협력 유지 장치이기도 했음. 사냥, 전쟁, 육아, 식량 분배는 무임승차가 생기기 쉬운 구조.
경찰도 CCTV도 없던 시대에는 "신이 보신다", "금기를 어기면 벌받는다" 같은 믿음이 규칙을 지키게 만드는 사회통제 장치로 기능할 수 있었음.
또 그런 신앙은 죽음과 고통을 의미화함. 현대 의료-보건-국가 체계가 없던 소규모 사회에서 아이의 죽음, 굶주림, 질병, 폭력은 현대보다 훨씬 가능성 높은 현실.
이런 일을 그냥 "운 나빠서" 로만 처리하면 심리적 충격을 버티기 힘듬. 그런데 종교는 그것을 영혼, 사후세계, 선택받은 고난 같은 의미로 바꿈. 현실을 설명한다기보다, 사람들이 고통과 상실을 해석하고 견디게 하는 의미체계로 기능.
전쟁과 집단 경쟁에서도 비슷함. "우리 부족은 선택받았다", "조상이 우리를 지킨다", "죽어도 의미 있다" 같은 믿음은 공포를 없애지는 못하지만, 위험한 상황에서 집단을 위해 고통과 죽음을 감수할 심리적 문턱을 낮춤.

개인에게는 큰 비용이지만, 그 비용이 충성-신뢰-협력 가능성을 드러내는 신호가 되면 집단 안에서 보상받고, 장기적으로 그런 집단이 더 잘 결속될 수 있음.
뿐만 아니라 인간 뇌에 원래 있던 여러 인지 기능이 합쳐진 결과기도 한데, 인간은 불확실한 자극에서 패턴, 의도, 행위자를 과하게 찾는 경향이 존재.
예컨대, 풀숲이 흔들릴때 "바람인가?" 하고 무시한쪽보다 "짐승인가?" 를 의심한 쪽이 생존에 더 유리. 이걸 자연현상과 불행에도 적용. 번개가 치면 -> 누가 화냈나?, 전염병이 돌면 -> 금기를 어겼나?, 아이가 죽으면 -> 신의 뜻인가?
현대 과학 기준으로는 이상하게 들릴수 있으나, 위협 탐지가 생존에 중요하던 환경에서는 없는 의도를 있다고 착각하는 비용보다 있는 위협을 놓치는 비용이 더 컸음.
그래서 인간 뇌는 원래 약간 과잉 의미부여-과잉 행위자 탐지 쪽으로 기울었고. 여기에 저런 집단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까지 더해진 것.
결국 부족사회에서 혼자 똑똑한 개인보다, 서로 믿고 협력해서 배신자를 처벌하고 위기 때 안 흩어지는 집단이 더 생존 확률이 높으니까.
그리고 현대인의 뇌는 수렵채집-부족 사회에서 형성된 기본 인지 장치와 크게 단절되어 있지 않음. 그래서 현대 정치나 종교도 여전히 우리 편/남의 편, 배신자/충성자, 선한 편/악한 편 같은 구도.
그래서 어떤 믿음이 집단정체성과 연결되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단순한 의견 수정이 아니라 자기 정체성의 붕괴처럼 느껴지는 것.
종교와 극단화된 정치 모두 소속감, 도덕분노, 집단정체성, 사회적 보상 피드백과 연결. 정치나 종교가 인간이 원래 갖고 있던 도덕-동맹-위협 처리 시스템을 끌어다 쓰는 쪽에 가까움.
그 결과 뇌는 손실을 단순 손실로 처리하지 않고 고통을 의미화 해버림. 실제로 Berns 등의 연구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한 신성 가치에서 뇌의 좌측 측두두정접합부와 복외측 전전두피질 활동이 증가했다고 보고.
인간은 그런 가치를 단순한 손익계산 문제가 아니라, 도덕과 정체성의 문제로 처리. 현대 정치도 이 회로를 그대로 이용. 정치가 단순히 세금, 월세, 복지 같은 손익계산 문제일 때는 현실 피해가 커지면 지지가 흔들림.
그런데 정치가 혁명, 민족, 정의랑 외세 투쟁, 역사적 사명 같은 신성 가치가 되면 종교와 비슷해짐. 그 순간 사람들은 손실을 손실로만 보지 않고, 의미 있는 고통이나 충성의 증거로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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