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주간 근무를 하던 동료 요양보호사가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였습니다.
A 씨는 때마침 치매를 앓던 입소자 80대 B 씨가 구름다리를 건너가 빈 방 베란다 앞을 서성이는 것을 보고 다시 데리고 온 참이었습니다.
이 요양원 2층에는 빈 방과 입소자들의 생활 공간이 구름다리를 통해 연결돼 있고, 구름다리 양쪽의 철문은 잠겨 있지 않았습니다.
이후 B 씨는 A 씨가 다른 입소자의 기저귀를 갈아주러 가자 불과 2분 만에 다시 빈 방으로 건너갔습니다.
B 씨는 베란다로 나가 난간을 잡고는 바닥에서 59㎝ 높이의 턱을 밟고 올라갔다가 1층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오후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끝내 숨졌다. 요양원 입소 닷새 만이었습니다.
B 씨는 요양원에 들어올 때부터 치매로 인한 섬망(일시적으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 혼란 상태) 증세가 심했습니다.
그에 대한 관찰 일지에는 '망상과 배회가 심하고 요양원이 외국이라고 알고 계심.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함'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B 씨는 사고 사흘 전과 전날 "아들과 러시아로 가야 한다", "자녀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며 요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B 씨의 상태와 추락 위험을 알면서도 안전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요양보호사 A 씨와 요양원 대표 60대 C 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러나 오늘(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6단독 유승원 부장판사는 최근 이들 피고인 2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유 판사는 "사고가 난 베란다 난간은 바닥에서부터 철제봉까지 높이가 131.5㎝로 치매 노인뿐 아니라 일반 성인의 추락을 막기에 충분한 높이"라며 "B 씨는 턱을 딛고 철제봉을 넘어 추락했는데 C 씨가 이를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는 "요양원은 입소자들의 탈출을 막기 위한 교도소나 감호시설이 아니라 노인복지시설일 뿐"이라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사고 이전 상황을 봐도 B 씨가 2층 베란다 난간을 넘어 1층으로 추락할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B 씨의 적극적 행위로 인한 사망을 예견하고 회피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피고인들의 주의 의무 위반 탓으로 돌릴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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