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통화 목록 ‘엄마’로 가득”···청년들 너도나도 ‘엄미새’ 된 까닭
22,835 148
2026.08.04 17:50
22,835 148

대학생 정다희씨(22)의 통화 목록은 ‘엄마’로 가득하다. 점심 메뉴를 고를 때도, 친구와 다툰 뒤 속상할 때도, 쇼핑을 나갈 때도 가장 먼저 찾는 사람은 엄마다. 조금 비싼 맛집이나 마사지를 예약할 때도 함께하는 상대는 대부분 엄마다. 그는 “엄마랑 있으면 제일 편하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부담도 적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서 오수현씨(31·가명)도 마찬가지다. 고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털어놓고, 유행하는 릴스가 나오면 함께 찍자고 제안한다. 처음에는 쑥스러워하던 엄마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선다. 엄마와 함께 올린 영상은 팔로어들의 반응도 좋다. 오씨는 “엄마는 부모라기보다 가장 친한 친구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한때 부모와 지나치게 가까운 성인 자녀는 ‘마마보이’ ‘마마걸’이라는 말로 조롱받곤 했다. 그러나 요즘은 분위기가 다르다. SNS에선 엄마와 여행을 가고, 쇼핑하고, 맛집을 찾아다니는 일상을 자랑스럽게 올리는 젊은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을 가리켜 ‘엄마에게 미친 자식새끼’라는 뜻의 신조어 ‘엄미새’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거에는 미성숙함의 상징이었던 부모와의 친밀함이 이제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자 트렌드로 소비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유행어 하나로 설명하기 어렵다. ‘엄미새’의 확산은 부모와 자녀의 사이가 좋아졌다는 의미를 넘어, 청년들이 깊은 정서적 관계를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이기도 하다. 연인이나 친구보다 엄마가 더 편한 시대. 청년들의 친밀감은 왜 가족을 향하고 있는 걸까.

ZJpWcZ

 

청년들이 관계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대상이 달라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사회조사를 분석한 ‘청년의 의식변화’에 따르면, 2022년 청년 10명 가운데 7명은 전반적인 가족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반면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2012년 56.5%에서 2022년 36.4%로 크게 줄었다. 가족은 여전히 가장 가까운 관계로 남아 있지만, 결혼과 새로운 가족을 꾸리는 데 대한 인식은 이전보다 신중해진 것이다.

실제로 연애는 더 이상 ‘당연한 통과의례’가 아니다. 2022년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의 연애·결혼·출산 인식 조사’에 따르면 19~34세 비혼 청년의 65.5%는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70%는 스스로 원해서 연애를 하지 않는 ‘자발적 비연애’ 상태라고 응답했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PMI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20~49세 미혼 남녀의 71.7%가 현재 연애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BuRDqd

 

엄미새 현상은 자녀만 변해서 생긴 것이 아니다. 부모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세대가 됐다. 40~50대 부모 세대는 과거 부모들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인터넷, SNS, 대중문화를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자녀와 함께 릴스를 찍고 해외여행을 떠나며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부모와 자녀 사이 문화적 간극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정 교수는 “지금의 어머니 세대는 젊은 감각을 갖고 문화와 트렌드를 이해하는 세대”라며 “예전보다 세대 차이가 훨씬 작아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은 Z세대의 부모들이 이전 세대와 비교해 대중문화와 디지털 환경을 함께 경험한 세대로, 자녀를 통제하기보다 친구처럼 소통하는 양육 방식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부모와 자녀가 같은 음악을 듣고, 함께 여행을 떠나며, SNS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자연스러운 문화가 됐다는 것이다.

경제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취업난과 높은 물가 속에서 골프나 호텔, 마사지처럼 비용이 드는 취미를 또래 친구와 즐기기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부모와 함께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혼자 하기 어려운 소비나 취미를 부모와 함께 즐기면서 의존성이 강화되는 측면도 있다”며 “경제력이 있는 부모에게 기대는 것이 특별히 문제가 된다고 느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부모가 청년들의 든든한 안전망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독립 후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오는 미국의 ‘부메랑 세대’, 부모 집을 든든한 생활 기반으로 삼는 영국 청년들을 빗댄 ‘엄마 아빠 호텔’,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 지원을 받는 중국의 ‘전업 자녀’가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백화점과 여행업계가 오래전부터 ‘모녀 여행’과 ‘모녀 쇼핑’을 겨냥한 상품을 내놓을 정도로 모녀 소비가 하나의 시장을 이뤘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청년들의 독립을 늦추면서 부모는 경제적 지원자를 넘어 가장 가까운 생활 기반이자 정서적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제프리 아넷은 책 <신흥 성인기>에서 취업, 결혼, 독립이 늦어지면서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진 현상을 현대 청년기의 특징으로 설명했다. 그는 이를 ‘신흥 성인기’라는 새로운 생애 단계로 규정하며, 부모와의 긴밀한 관계가 과거보다 오래 지속되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분석했다.

다만 부모와의 친밀함이 독립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아넷은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 현대사회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보면서도 “부모의 정서적 지지가 자녀의 자율성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지지는 성장을 위한 기반이지, 성장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https://v.daum.net/v/20260802094130166

 

 

댓글 14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에이피 뷰티🖤차원이 다른 #안티에이징 선 세럼, <에이피 뷰티 선 세럼 2종> 샘플링 진행 중! 99 00:06 16,627
공지 [🚨필독🚨] 로그인 보안 강화📢시크릿모드 사용자들 필독 (사용안함 옵션 추가)📢 07.13 286,74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3,552,47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962,25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932,957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244,12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91 21.08.23 8,686,46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6 20.09.29 7,589,41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41 20.05.17 8,817,35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89,25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719,862
모든 공지 확인하기()
158684 이슈 지금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으로 혼자 지랄났다는 도시 363 22:00 47,795
158683 이슈 제니 롤라팔루자 공연 혹평도 나오는 이유 239 21:55 36,899
158682 이슈 아내가 OOO를 먹어서 이혼한 남자.jpg 320 21:47 36,500
158681 이슈 야랄의 뜻을 알게 된 백현진 155 21:16 26,609
158680 기사/뉴스 李대통령 “경찰 엄청난 권한, 안전할까 우려…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356 20:58 14,021
158679 이슈 왓챠에 백설공주있길래 잘보다가 남주 입열자마자 바로끔 이거 병맛더빙이 아니라고? .twt 413 20:34 54,494
158678 이슈 진짜 웃긴 밈.twt (제목 수정함) 192 20:07 45,467
158677 정치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앞에서…서범수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 번 하죠?” 447 20:02 28,660
158676 이슈 내 와이프가 한복 하는데, 한복 업계가 참 답답하다 함. 211 19:53 59,413
158675 이슈 <군체>보다 최종 관객수 적을 듯한 <호프> 631 19:46 42,398
158674 기사/뉴스 부모 없는 틈에 친여동생 성폭행…징역 5년에 항소 357 19:11 40,433
158673 이슈 오늘자 배달기사한테 칼들고 협박한 신촌 카페 412 19:03 69,820
158672 유머 천칭자리, 쌍둥이자리, 처녀자리, 사수자리한테 너무한거 같은 가나디 별자리 티셔츠 380 19:00 26,270
158671 이슈 약 4개월 후 한국 근황.jpg 465 18:55 75,209
158670 이슈 한때 상냥하고 친절했던 서비스직 근로자 457 18:15 80,625
158669 정보 지드래곤 악플러 100명 고소진행 현황뜸 (벌금 700만원등) 326 18:07 40,583
158668 이슈 젤렌스키 발언에 뒤집어진 일본 170 18:05 55,862
158667 이슈 불닭볶음면 새 마스코트 '페포' 굿즈 공개 546 17:50 69,825
» 기사/뉴스 “통화 목록 ‘엄마’로 가득”···청년들 너도나도 ‘엄미새’ 된 까닭 148 17:50 22,835
158665 유머 안원잘부급 편집자 pd 구함 380 17:33 73,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