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하는 사이 단장은 1600만원짜리 비즈니스 항공권을 타고 카리브해 휴양지 칸쿤에 있었다.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진 곳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자체 프로축구단 김포FC다.
더게이트와 조국혁신당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한국프로축구연맹 자료에 따르면, 김포FC 권일 단장은 6월 18일부터 26일까지 7박 9일간 연맹이 주최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에 참가했다.
권일 단장 편의를 위해 김포FC가 부담한 비용은 정확히 1592만 4000원이었다. 여기에 연맹이 1366만 4653원을 보태 1인당 3000만원 가까운 출장이 됐다. 더게이트 취재 결과 김포FC 구단 직원들이 규정을 들어 비즈니스석 탑승을 만류했지만, 권일 단장은 끝까지 비즈니스석을 요구해 관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포FC는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다. 연간 예산 약 120억원 가운데 김포시 출연금이 약 82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체 관중 수입은 연 4억원 수준으로, 1년 치 관중 수입이 권일 단장의 에이전트 시절 고객이었던 김포FC 고정운 감독의 연봉(3억원)을 간신히 웃도는 정도다. 그런 김포FC에서 최근 80억원이 넘는 횡령 사건이 터진 것이다.
구단 직원이 80억원을 횡령하는 와중에 김포FC 권일 단장이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비즈니스석을 타고 멕시코까지 날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명목상으론 연맹이 주관한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 참여였다. K리그 21개 구단과 연맹은 7박 9일 멕시코 출장에 총 7억 1007만원을 썼다.
일정 한가운데 낀 칸쿤 2박은 은밀하게 진행됐다. 애초 연맹이 K리그 전체 구단에 보낸 공문엔 칸쿤이 없었다. 한국 경기가 열리는 과달라하라, 몬테레이가 전부였다. 왜 휴양지 칸쿤에서 2박을 보냈는지 묻자 연맹은 '비용 절감'을 해명으로 내놨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실이 찾아낸 연맹 내부 자료를 보면, 1박 단가 기준으로 칸쿤(105만원)이 몬테레이(85만원)보다 오히려 비쌌다.
칸쿤의 오전은 세미나, 오후는 자유시간이었다. 참가자들은 마야 유적지 관광을 다녀오고, 저녁엔 바닷가를 걸으며 맥주를 마셨다고 더게이트에 털어놨다. 식사와 음료가 상시 제공되는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였다.
권일 단장이 인천공항으로 돌아온 것은 6월 26일. 2주 남짓 지난 7월 14일, 이기형 김포시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김포FC 내부 직원에 의해 약 58억원의 공금 횡령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2023년 약 1억 8000만원이던 횡령액은 2025년 20억원대로 급증했고, 최근 감사에서 28억원이 추가로 파악되며 총액은 80억원대로 뛰어올랐다. 횡령 액수가 뛰기 시작한 시기부터 지금까지, 김포FC 단장은 권일이다.
김포시 내부 관계자는 더게이트에 "그 오랜 세월 구단 수뇌부가 횡령을 몰랐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누군가의 협조 혹은 묵인이 없는 이상 이렇게 큰 횡령은 발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포FC가 시의회에 내놓은 횡령금 회수 대책은 부동산 처분과 선수단 정리다. 조성희 사무국장은 "핵심 선수는 검토 대상에 전혀 없다"면서도 출전 기회가 적은 선수를 정리해 경비를 절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K리그2에서 이적료가 붙는 쪽은 대개 주전급이다. 선수단을 다 정리해도 80억원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수 인건비까지 아껴 구멍을 메우겠다던 구단이, 단장 좌석의 600만원은 아끼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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