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전사 고원에서 뛸 때 K리그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휴양했다...세금으로 즐긴 그들만의 '칸쿤 월드컵'
그렇다면 '2026 K리그 아카데미 - CEO과정(1차)'은 어떻게 진행됐을까. 더게이트와 김재원 의원실이 확보한 예산 집행 자료에 따르면 이 과정에 들어간 총비용은 7억 1007만원이다. 연맹이 3억 9345만원을 부담했고, 21개 구단이 3억 1662만원을 냈다.
구단 대표 21명 가운데 18명이 비즈니스석을 이용했다. 이코노미석을 택한 이는 단 3명뿐이었다.
연맹이 구단에 보낸 공문 일정표는 대부분 'TBD(미정)'였다. CEO과정의 알맹이여야 할 세미나 항목은 "세부 교육 프로그램 추후 안내 예정" 한 줄이 전부였다. 정작 연맹이 꼼꼼하게 챙긴 건 따로 있었다. 연맹은 신청 요건에 대한항공 마일리지 번호와 상의 사이즈(90~110)를 반드시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다.
가장 주목할 건 이들의 동선이다. 애초 공문대로라면 참관단은 멕시코 과달라하라와 몬테레이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김재원 의원실이 찾아낸 연맹 내부 자료에 따르면 연맹 관계자와 구단 대표들은 칸쿤에서 2박을 했다. 칸쿤은 누구나 아는 세계적 휴양지다.
연맹의 해명은 '비용 절감'이었다. 연맹 관계자는 더게이트와의 통화에서 "몬테레이가 월드컵 특수로 물가가 치솟아 예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웠다. 칸쿤이 오히려 싸서 총 4000만원가량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연맹이 국회에 낸 문건에는 '1인당 약 165만원, 25명 합산 4125만원을 절약한 것'으로 적혀 있다.
과연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주장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연맹이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서 몬테레이 숙박비는 1박 85만원이었다. 2박은 260만원이었다. 그런데 칸쿤 2박에는 210만원이 잡혔다. 연맹의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여도, 숙박비만 놓고 보면 칸쿤이 1박일 땐 20만원이 비싸고, 2박일 땐 50만원이 싸다.
연맹의 계산엔 이동 비용도 빠졌다. 연맹 주장대로 칸쿤 체류로 1인당 165만원을 줄였다고 치자. 이는 1인당 총비용 2960만원의 5.6%다. 그 5.6%를 아끼자고 참관단은 몬테레이에서 약 1450km 떨어진 칸쿤까지 왕복 항공기를 탔다.
비행만 편도 2시간~3시간 25분, 공항 수속까지 합치면 한 구단 대표 표현대로 "가는 데 한나절, 오는 데 한나절"이었다. 왕복 항공료는 1인 16만~20만원 선. 25명이면 400만~500만원이 휴양지를 오가는 데 도로 나갔다.
이 돈은 예산 내역의 '항공 7회' 항목에 섞여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칸쿤 현지 일정은 어땠을까. 한 기업구단 대표는 칸쿤의 이틀을 이렇게 기억했다. "오전에는 세미나를 했고, 오후에는 자유시간이었다." 세미나 강사를 묻자 "한웅수 연맹 부총재가 MLS와 프로축구단의 방향성을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외부 전문가가 아니라 함께 출장 간 연맹 임원이 강단에 선 것이다. 다른 구단 대표는 "우리끼리 분임토론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오후 일정에 대해 앞의 대표는 "다른 분들은 관광을 갔고, 나는 피곤해서 숙소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다른 구단 대표는 "함께 있었는데 무슨 소리냐"며 발끈했다.
연맹 관계자 역시 마야 유적지 관광과 반나절 휴식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참가자들은 더게이트에 "저녁에 할 게 없어 바닷가를 걷고 맥주 한잔했다"고 들려줬다. 한 참가자는 숙소를 "밀림 속 바닷가에 지은 큰 리조트였다. 풀에서 잘 먹었다"고 묘사했다. 교육장이라기엔, 신혼여행지의 풍경에 가깝다.
앞의 기업구단 대표는 애초 이 출장을 거부했다고 했다. "1500만원이면 나는 안 간다고 몇 번을 말했다. 스폰서십을 유치해야 할 시간이 아까웠다." 이 과정이 왜 만들어졌는지 묻자 답은 짧았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1, 2년 임기의 구단 대표들이 다녀오는 구조에 대해서는 "대표가 가면 뭐 하나, 맨날 바뀌는데"라고 했다. 다른 구단 대표는 "한국이 32강 진출에 실패해 크게 실망했다"면서도 농담인지 진담인지 "칸쿤의 기억이 꽤 좋아 보상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