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오후 경남 창녕군 국립부곡병원 약물중독진료소 입원 병동. 병동 전체 불이 꺼져 있었다. 침대 4개가 놓여있는 병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복도엔 빈 침대 4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탁구대와 서가가 놓인 휴게실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원래라면 중독·금단 증상이 심해 홀로 마약을 끊기 어려운 중증 중독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어야 할 곳이다. 이들을 치료하려 병동 복도를 바쁘게 오가는 의료진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병동엔 적막감만 감돌았다.
부곡병원 약물병동은 국내 최대의 마약 중독 치료 입원 병동이다. 지정 병상만 90개로, 보건복지부 지정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기관 33곳 중 병상 수가 가장 많다. 부곡병원 연보와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최근 5년(2020~2024년)간 검찰의뢰·자의입원 등으로 부곡병원이 치료보호한 마약류 중독자 529명 중 329명(62.2%)이 입원 치료였다. 하지만 부곡병원은 지난 4월 말 마지막 마약중독 환자 퇴원 뒤 신규 입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입원 환자를 돌볼 의사가 없어서다.

정영인 부곡병원 의료부장(병원장 직무대리)은 “의사 부족으로 4월부터 입원 병동을 폐쇄한 상태”라고 했다. 올해 70세로 “은퇴할 나이”라는 정 부장은 병원에 남은 유일한 정신건강의학과(정신과) 전문의다. 앞서 정신과 전문의이던 전임 병원장은 지난해 말 임기 만료로 퇴임, 반년 넘게 병원장 자리가 공석이다. 다른 정신과 전문의 1명은 지난 3월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고 그만뒀다. ‘전문의 3명 이상’이란 정신과 전공의 수련병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오는 8월엔 전공의 4명마저 떠난다. 병원 관계자는 “의사가 없어 병동 당직 체제를 유지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곡병원이 의사를 못 구하면서 수도권 이남 지역의 중증 마약 환자 입원 치료가 사실상 중단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원 치료가 필요한 마약 환자들이 ‘치료 난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증 마약환자는 제때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의료계 설명이다.
부곡병원은 인천 참사랑병원과 함께 국내 마약 치료의 핵심 기관이다. 2024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보면 두 병원의 치료보호 실적은 650명(참사랑 509명, 부곡 141명)이다. 두 곳이 2024년 전체 875명의 74.3%를 담당했다. 참사랑병원은 주로 수도권 환자를 담당한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부곡병원이 중추 역할을 해왔다. 병원 관계자는 “영남권은 물론 충청·호남 그리고 제주도에서도 치료를 받으러 왔었다”고 말했다.

부곡병원은 올해에만 정신과 전문의 채용 공고를 9번 냈지만 지원자는 1명도 없었다. 병원은 정신과 전문의 3명을 뽑기 위해 지난 2월 23일 첫 공고를 냈다. 이후 지난달 17일까지 7번의 재공고를 더 냈다. 이와 별개로 정신과 전문의 5명에 대한 상시 채용 공고도 냈다. 하지만 병원 관계자는 “지원 문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3월엔 병원장(개방형 직위) 공개 모집도 공고했지만, 적임자를 찾지 못했다.
부곡병원의 의료진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 정원은 11명이지만, 지난 몇 년간 1~3명에 그쳤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심지어 병원에서 마약 중독 질환을 전문적으로 판별·진단·치료·연구하는 약물중독진료소는 2024년 2월 진료소장이 그만둔 이후 현재까지 소속 전문의를 1명도 구하지 못했다.

부곡병원 측은 교통 등 기반시설이 부족한 병원 위치, 민간병원 대비 적은 급여 탓에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봤다. 병원이 채용공고를 낸 정신과 전문의는 과학기술서기관(4급 상당)으로, 연봉 하한액은 7049만원이지만 2024년 의사 등 민간 인재 유치를 위해 ‘공무원보수규정’이 개정되면서 상한액 제한은 없어졌다. 경력 10년 전문가는 2~3억원의 연봉도 받을 수 있다. 병원 관계자는 “이마저도 민간병원 대비 50~60% 수준으로 안다”며 “특히 인근 대도시와 1시간 거리인 격오지여서 근무하길 꺼린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53766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