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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제일고 재학생 중 총상으로 사망한 대표적 희생자는 고 박성용(당시 2학년)군과 고 전재수(당시 1학년)군 등이 꼽힌다. 박군은 시위 중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전군은 집 인근 동산에서 놀다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됐다. 

무명의 더쿠 | 06-30 | 조회 수 1848

"경기 끝납니다. 1987년 이후 지난 37년 동안 이곳 광주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 기아 타이거즈가 2024년 정상에 오릅니다. 광주, 우리 시대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에서 타이거즈는 운명이자 자랑이었습니다. 그런 기아 타이거즈가 7년 만에 프로야구 챔피언에 오릅니다." 



2024년 기아(KIA) 타이거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알리던 한명재 야구 캐스터의 우승 콜은 광주라는 도시가 겪어온 시간과 감정을 압축해 보여주는 한 장면으로 남았다.



5·18 민주화운동 이후 광주의 야구장은 단순한 운동경기장이 아니었다. 이웃과 자식이 군화발 아래 스러져간 상처, 그리고 오랜 침묵이 이어진 도시에서, 야구경기장은 함께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곳이었다. 이는 깊은 상처를 치유하난 집단적 회복의 의례가 됐다. 2024년 기아 우승 콜에서 "광주, 우리 시대 가장 큰 아픔을 야구로 극복한 도시"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도 이러한 역사적 맥락 위에 있다.



바로 이 도시의 기억이자 민주화 역사 위에서 차마 쉽게 믿기 어려운 장면이 등장했다.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경기장에서 광주일고 학생들은 기아타이거즈 응원가 '광주의 함성'으로 응원했다. 하지만 맞은편에서 배재고 학생들과 선수들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구호가 이어졌다.



같은 공간에서 한 쪽은 지역의 자랑스런 역사와 학교를 향한 응원이 이어졌지만, 다른 한쪽은 민주화의 역사를 폄훼하고 희생자를 모욕하는 표현이 쏟아져 나왔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제일고등학교는 계엄군 진압에 맞서 학생과 동문들이 저항에 참여했던 주요 현장 중 하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제일고 재학생 중 총상으로 사망한 대표적 희생자는 고 박성용(당시 2학년)군과 고 전재수(당시 1학년)군 등이 꼽힌다. 박군은 시위 중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전군은 집 인근 동산에서 놀다 계엄군의 총탄에 희생됐다. 그에 앞서 광주일고는 1929년엔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항일운동의 주역이기도 했다. 자부심을 가지기 충분한 고등학교이다. 



내 팀과 겨루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라면, 과연 어떤 표현까지 허용될 수 있는 것인가. 상대의 경기력을 흔들겠다는 이유로, 수많은 이들의 피와 고통 위에 쌓인 민주화의 역사를 조롱하는 응원가가 아무 거리낌 없이 불려 나오는 현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이토록 무뎌지는 감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승리를 목표로 프로 무대를 꿈꾸는 학생 선수들의 입에서조차 혐오의 언어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는 사실은, 결국 우리 교육이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



-중략-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몰라서 그랬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당시 기업 차원의 공개 사과와 역사 교육 조치가 뒤따랐던 사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 같은 응원 문화를 두고 특정 커뮤니티에서 확산된 혐오 표현을 무비판적으로 학습한 결과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논란이 생겨도 결국 사과하면 된다”는 잘못된 학습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제기되면 시간이 지나며 사그라든다는 인식이 결과적으로 유사한 상황을 되풀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이는 단순한 지식이나 역사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감수성의 문제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경기장 안에서 나온 발언이 피해자와 유족의 기억, 나아가 한국 사회의 역사적 상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이 문제는 학생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무겁다. 이를 지켜본 어른들과 지도자, 학교 공동체가 어떤 응원 문화를 용인해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되는 장면이 '몰랐다'는 말로 덮일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학교 스포츠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KBO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이러한 응원가가 등장했다는 점은 프로 선수로서 요구되는 책임 의식과도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야구는 본질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리그다. 각 구단은 하나의 도시를 대표하고, 팬들은 그 팀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지역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공유한다. 야구장에서의 응원은 단순한 경기 지지를 넘어, 때로는 그 지역의 기억과 감정을 함께 표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결국 문제의 본질은 학생 선수의 기술이나 성적 이전에, 경기장과 훈련장 안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감각이 충분히 형성될 수 있는 환경이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출처 https://www.huffingtonpost.kr/article/258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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