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 사표 내고 편의점 차린 30대…트렌드 좀 아는 젊은 점주 뜬다
1년 전엔 평범한 직장인, 이제는 편의점 사장님
신상품 발주·단골 관리로 매장 성장 이끌어
“시간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점이 가장 만족”
지난 2일 서울 강동구 세븐일레븐 길동6호점. 매장에 들어서자 냉장 매대 맨 위 칸에는 전날 출시된 푸딩 신상품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격표 옆에는 ‘일본여행 필수 구매템’ ‘비교불가 인생푸딩!’이라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바로 아래 칸에는 최근 SNS에서 입소문 난 생초코파이 등 인기 디저트가 진열돼 있었다. 온라인에서는 화제였지만 정작 구하기 힘들었던 상품들이 이 매장 한곳에 모여 있었다.

지난 2일 찾은 매장의 냉장 매대에는 다양한 디저트가 진열돼 있었다. 최 경영주는 “생초코파이는 지난 4월까지는 인기가 정말 많았다”며 “제품이 들어오는 8시면 기다렸다가 사갈 정도였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 있는 디저트 트렌드로는 ‘황치즈’를 꼽았다. 김승연 기자
비결은 서른넷 젊은 경영주(세븐일레븐의 점주 명칭) 최유나씨의 감각에 있다. 최 경영주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로 인기 상품을 파악하고, 경쟁사 앱의 판매 순위까지 살펴본다. 또래 소비자들이 무엇을 찾는지 몸으로 아는 만큼, 신상품이 나오면 일단 들여놓고 반응을 지켜본다. 그는 “폐기가 걱정돼 새로운 상품을 꺼리는 편은 아니다”며 “일단 들여봐야 반응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최 경영주가 오랫동안 편의점을 운영해온 베테랑인 것은 아니다. 1년 전만 해도 건강기능식품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30대 직장인이었다. 4년간 근무하다 번아웃으로 퇴사를 결심했고, 쉬던 중 동네 편의점에 붙은 ‘경영주 모집’ 안내문을 본 것이 전환점이 됐다. 그는 “처음부터 편의점 창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며 “그런데 막상 공고를 보니 직접 상품을 고르고 매장을 운영하는 일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초기 투자 비용도 결심에 한몫했다. 세븐일레븐은 본사가 점포 임차를 맡고 경영주는 운영을 전담하는 ‘본부임차형’ 계약을 운영하고 있다. 이 방식이면 최소 3800만원 수준으로 편의점 창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세븐일레븐 측 설명이다. 직접 점포를 임차해 창업하면 상권과 규모에 따라 초기 비용이 1억원 안팎까지 불어나는 것과 비교하면,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구조다.
낮은 초기 투자 부담은 상품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줬다. 최 경영주는 “제가 시작한 방식은 일반적인 자영업처럼 부동산과 인테리어에 큰돈을 들여야 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며 “다른 사람들이 창업에 들이는 투자에 비하면 발주 실패 정도는 상대적으로 작은 실패라고 느껴져서, 오히려 과감하게 발주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과는 매출로 증명됐다. 최 경영주가 운영을 맡은 뒤 길동6호점의 최근 1년간 디저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배, 즉석식품은 10배 뛰었다. 완구류(179%), 택배(175%), 와인(103%) 등 다른 상품군도 고르게 성장했다.
그의 경쟁력은 트렌드 감각만이 아니었다. 창업을 결심한 뒤 여러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운영 방식을 살폈는데, 개선점은 오히려 서비스의 기본에 있었다. 그는 “손님이 들어오면 밝게 인사하고 구매한 상품을 봉투에 담아드리는 작은 서비스부터 신경 써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바빠서 미처 이런 기본적인 걸 챙기지 못하는 매장도 많다 보니, 그것만 잘 챙겨도 경쟁력이 될 거라 자신했다”고 말했다. 그 작은 변화는 단골로 돌아왔다. 집에서 가까운 편의점 대신 한블록 건너 길동6호점을 찾는 손님이 생겼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러 안부를 주고받는 단골도 늘었다.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운영 경험이 없던 최 경영주에게 첫 한 달은 후회의 연속이었다. 발주에만 온종일 시간을 썼고, 상품이 떨어지면 큰일 나는 줄 알고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폐기 상품이 나오는 게 너무 아까웠다”며 “어느 정도 물량을 들여야 하는지, 손님들이 뭘 찾는지 익히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인력 관리도 만만치 않았다. 오픈 첫날부터 출근하기로 했던 아르바이트생이 연락 없이 나오지 않아, 야간 근무를 하려고 간이침대를 주문한 적도 있었다. 1년 2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물류 정리에 속도가 붙었고, 오픈 초기부터 함께한 직원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운영도 안정됐다. 최 경영주는 “이제는 쉬어야 하거나 개인 일정이 있을 때 시간 조정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시간이 생겼다는 점”이라고도 덧붙였다.
생활도 많이 달라졌는데, 최 경영주는 그 변화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인 시절보다 수입도 시간도 늘었다”고 했다. 매출이 늘거나 취급 상품이 많아지면 본사 지원금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계약한 수익 이상을 가져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최근엔 손님이 적은 시간대에 온라인으로 부업까지 하면서 수입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최 경영주 같은 2030 편의점 사장님은 늘어나는 추세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올해 신규 경영주 중 20·30세대 비중은 32.0%로 지난해(30.3%)보다 늘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주체적인 경영을 선호하는 MZ세대 성향과 청년 고용 한파가 맞물리면서, 비교적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편의점 창업이 젊은 층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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