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리 거 좀 사줘”…재고 가득 쌓인 이란 석유, 아시아 판매 나섰다

호르무즈해협, AFP연합뉴스미국의 60일간 대이란 석유 제재 면제 조치가 발효되자 이란이 한국·일본·인도 등 아시아 주요 정유사를 상대로 원유 판매에 나섰다. 다만 아시아 구매자들은 재고 여력과 정책 불확실성을 이유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란국영석유회사(NIOC)와 중개업자들이 미국의 공식 승인 전부터 한국·일본·인도 정유사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제재 면제가 확정된 이후 이란 측의 움직임은 더 긴박해졌으며,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한 논의도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해상에 묶여 있는 재고를 처리하고 중국 편중 판매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의도다. 분석업체 보텍사 자료와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22일 기준 원유·콘덴세이트 약 6800만 배럴이 해상에 부유 중이며 이 가운데 80% 이상은 목적지가 확정되지 않아 구매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는 물량으로 추정된다.
그간 이란은 미국의 금융 제재로 달러 결제가 차단되면서 노후 유조선과 위장 선박으로 구성된 이른바 ‘그림자 선단’을 통해 중국을 중심으로 원유를 우회 수출해왔다.
아시아 구매자들은 서두르지 않는 분위기다. 수개월간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비해 이미 대체 물량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잦은 정책 변화에 대한 불안감도 여전하다.
EU·영국의 제재가 유지되면서 금융 조달과 보험 처리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다이요석유 대변인은 “현 단계에서 이란산 원유 구매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조달과 관련해 정부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데이터 분석업체 크플러의 수밋 리톨리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제재 정책이 계속 오락가락하고 지정학적 상황도 유동적인 만큼 아시아가 이란산 원유 수입을 확약할 가능성은 낮다”며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정유사들은 이미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물량을 확보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LPG·석유화학·비료 등 더 넓은 에너지 협력 분야가 현실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이면서도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구체적 성과 기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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