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리뷰에는 영화 '눈동자'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정통 서스펜스 스릴러들은 몇 가지 조건을 공유한다. 주인공의 고립, 극단적 위기, 거짓 단서들, 주인공과 범인과의 사투, 충격적 반전 등이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이창'이 그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영화 '눈동자'(감독 염지호)는 꽤 매력적인 설정값을 갖고 있다. 원작인 스페인 영화 '줄리아의 눈'(2011)를 리메이크했기에, 잘만 만든다면 관객들이 고전 스릴러의 매력에 빠져들 법하다.

'눈동자'는 주인공 서진(신민아 분)이 쌍둥이 여동생 서인(신민아 분) 사망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서인은 유전병으로 시력을 상실했고, 서진은 (같은 병으로) 시력을 상실해간다.
시각의 제한과 차단이라는 포인트는 이 영화의 정체성이자 킥이다. 게다가 원작엔 없는 (서진의) 스토킹 피해를 한국 사회의 현실에 맞춰 버무려냈다. 관객의 불안과 공포를 극대화시킬 좋은 전략들이다.
원작보다 15년 뒤에 나온 영화인 만큼, 발전한 부분도 있다. '줄리아의 눈'이 범인이 연쇄살인마가 된 과정을 싹둑 도려냈다면, '눈동자'는 엔딩에 범인의 서사를 그려넣었다.

그러나 사건 해결 방식이 당황스러웠다. 복선을 차례로 회수하고,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결말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범인을 폭로하는 매개체로 보여준 아이템이 문제였다. (부정적 의미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범인에게 주어진 서사와 설정 역시 양날의 검이었다. 범인 역을 맡은 배우가 원맨쇼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 배우의 압도적 연기력으로 극복했을까? 여기저기서 들린 관객들의 헛웃음은 호불호가 갈린다는 증거다.
안타깝게도 '눈동자'는 홍보에 있어, 태생적 딜레마도 가지고 있다. 설정부터 연극적이고 과장된 범인 캐릭터를 셀링 포인트로 언급조차 할 수 없다는 것. 배우의 연기력을 호평해 관객을 이끌자니, 스포일러가 되는 아이러니다.

다행히 주연배우들은 제 몫을 200% 해냈다. 신민아는 섬세한 연기를 해내는 배우답게, 1인 2역도 설득력 있게 소화했다. 양 눈의 초점을 다르게 가져가는 동공 연기도 CG 없이 완성했다. 눈을 가린 채 도망치는 연기도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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