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수사 10개월째 결론 못 낸 경찰…송치·신병 처리 방안도 불확실
"일부 혐의 결론"→"일괄 처리"…신병 확보엔 "예단 어렵다"
방시혁·차가원 주요 사건 영장 '반려'…경찰 수사 시험대
(서울=뉴스1) 권준언 기자 김범수 수습기자 = 김병기 무소속 의원의 각종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10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13가지에 이르는 의혹 중 일부 혐의에 대한 우선 결론 가능성을 내비쳤던 경찰은 이후 모든 의혹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다, 이제는 신병 확보 가능성도 예단하기 어렵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그 사이 일부 사건 관련자가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돌아서는 등 수사에 더욱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더해 김 의원 사건 외에도 주요 대형 사건에서 검찰이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잇따라 반려하는 것도 부담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김 의원을 총 4차례 불러 관련 의혹을 수사했다. 서울청은 지난 4월 10일 이뤄진 마지막 조사 전후로 일부 혐의에 대한 우선 결론 가능성을 내비쳤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같은 달 6일 "혐의 유무 판단이 가능한 의혹에 대해서는 우선 결론을 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기류는 전체 의혹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쪽으로 바뀌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8일 "수사가 마무리된 부분과 안 된 부분이 혼재돼 있다"며 "전체적으로 제기된 의혹이 한꺼번에 마무리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청장도 지난 15일 "제일 좋은 것은 한꺼번에 끝내는 것"이라며 일괄 송치 쪽으로 무게를 실었다.
여기에 경찰은 한 발 더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전날(22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신속한 신병 확보 필요성을 묻는 말에 "범죄 성립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병 확보 가능성을 예단할 수는 없다"고 했다. 김 의원에 대한 마지막 조사가 이뤄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법리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김 의원 사건 관련자들의 협조를 끌어내기는 더 어려워졌다. 사건 초기 조사에 응했던 주변 인물들이 정치 활동에 복귀하는 등 수사 국면에서 멀어진 데다 장기 수사 과정에서 회유나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김 의원 핵심 의혹 중 하나인 '3000만 원 공천헌금 의혹'에 연루된 피의자들은 현재 정치 활동을 재개했다. 김 의원 최측근으로 알려진 전직 동작구의회 부의장 이 모 씨와 전직 구의원 전 모 씨는 류삼영 동작구청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2023년 12월 "김 의원 배우자 측이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민주당에 제출한 인물이다. 전 씨는 당시 이 전 부의장에게 3000만 원을 건넸고, 이 전 부의장이 이를 김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공천헌금 의혹에서 금품을 건넨 인물과 전달책으로 지목된 인물이 모두 같은 인수위에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김 의원을 장기간 수행해 온 의원실 수행비서 A 씨도 김 의원을 변호하는 B 법무법인 소속 변호인을 선임한 뒤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수행비서는 수년간 김 의원실에서 근무해 김 의원의 일정과 동선, 외부 인사 접촉 등 사건 관련 정황을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김 의원의 의혹과 관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 사건뿐만 아니라 경찰은 최근 주요 사건에서도 수사 마무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핵심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도 검찰 단계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경찰은 사기적 부정거래로 1900억 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건과 300억 원대 사기 의혹을 받는 차가원 원헌드레드 대표 사건에서도 각각 두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이 보완 수사를 요구하며 영장을 반려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사의 수사 통제 기능이 약해지면서 예견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이며 "여권 핵심 정치인 수사가 지나치게 늦어지면 경찰 조직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논의에서도 오히려 보완수사권 필요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1/000901906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