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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170만원’ 입원 문턱에…3평 환자방으로 밀려난 암환자들

무명의 더쿠 | 06-17 | 조회 수 3822

4년째 암 투병 중인 60대 A씨는 2~3주마다 경남 통영에서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로 향한다. 이동만 4~5시간 걸리는 고된 여정의 끝은 병원 근처 이른바 ‘환자방’이다. 3박 4일 치료 일정에 맞춰 머무른다. 국립암센터 정문과 도보 5분 거리에 셰어하우스(공유 주택) 형태의 환자방 5곳이 있다.

 

지난 14일 A씨가 보여준 3평 남짓한 환자방엔 성인 한 명이 겨우 몸을 뉠 수 있는 침대 하나만 있었다. 취사가 금지된, 하루 3만5000원짜리 방이다. 더 넓고 취사가 가능한 방은 다 나갔다고 했다. A씨는 “환자방에 있으면 몸이 더 아파지는 듯하지만, 병원과 가까우니 어쩔 수 없다. 요양병원은 너무 비싸 자식들에게 짐이 될 것 같아 못 간다”고 했다.

 

일부 암 환자는 요양·한방병원에서 수백만 원의 '페이백'을 받고 입원하는 가운데, 상당수 환자는 마땅한 거처를 구하지 못해 ‘치료 난민’ 신세에 내몰린다. 집에 머물자니 돌봐줄 이가 없거나 가족의 간병 부담이 크고, 요양병원에 가자니 비급여 등 치료비가 만만찮다. 국내 암 환자가 260만 명을 넘어선 만큼, 이들 삶의 질을 위한 회복·돌봄 체계가 시급하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암센터가 2024~2025년 전국 9개 주요 암병원의 암 환자 4000명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 17.4%가 암 치료 병원이 아닌 다른 기관에 입원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요양병원(75.9%)이었고, 한방병원(16.8%)이 뒤를 이었다.

 

이런 기관에 입원한 뒤 지출액은 월평균 413만원에 달했다. 5명 중 1명(20.7%)은 한 달 700만원 이상을 썼다. 대부분 비급여 치료비로 추정된다. 입원 이유(복수 응답)는 ‘집에서 간병해줄 사람이 없어서’(33.1%)가 ‘암 치료 후 회복에 도움받기 위해’(72.6%) 다음으로 많았다.

 

김열 국립암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핵가족화가 빨라지면서 집에서 챙겨줄 사람이 없는 게 암 환자에겐 현실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집에 혼자 있긴 어려우니 꼭 입원할 필요가 없어도 요양병원 등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때문에 적지 않은 환자들이 암 치료를 받는 대형병원과 가까운 환자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특히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쏠림과 맞물려 ‘빅5’ 병원 근처에 집중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 먹자골목 일대엔 암 환자나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원룸·원룸텔이 성업 중이다. 반경 100m 안에 환자용 원룸텔 5곳이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지난 10일 공인중개사 김모씨는 “월세 120만원이 넘어도 방 매물이 워낙 귀해 나오면 바로 계약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삼성서울·서울아산병원 주변 원룸텔 7곳에 입주 가능 여부를 묻자, 즉시 들어갈 수 있다고 답한 곳은 1곳뿐이었다.

 

원룸텔의 월 이용료는 대개 55만~110만원(보증금 별도) 수준. 고시원처럼 주방·세탁실은 공용이고, 욕실만 방 안에 있다. 방 크기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마저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은 호텔 등을 전전한다. 항암 치료로 충북 보은과 삼성서울병원을 매주 오간다는 60대 췌장암 환자의 보호자 C씨는 “단기 임대는 방이 없고 요양병원은 너무 비싸다. 여건상 전날 호텔에서 하루 자고 병원에 가는데 면역력과 체력이 떨어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열 교수는 “지역사회 주치의 역할이 큰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이 알아서 해야 하니 병원에 의존하고 사회적 비용도 커지는 경향이 크다”면서 “암 환자에 특화한 방문 진료·간호 등 지역사회 돌봄체계부터 만들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https://www.koreadaily.com/article/20260615130106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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