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트로픽의 인공지능(AI) 서비스 ‘클로드’가 올해 상반기 한국 생성형 AI 시장에서 이례적인 속도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지난 1월만 해도 10위권 밖에 머물렀던 클로드는 3월을 기점으로 구글 ‘제미나이’를 추월한 데 이어 6월에는 iOS 앱 매출 기준 2위에 오르며 ‘챗GPT·제미나이’ 양강 구도를 사실상 3강 체제로 재편하는 형국이다.
올 1월 클로드의 국내 신규 설치 건수는 4만 2701건으로 업종 10위권에 불과했다. 2월 들어 13만 2120건으로 전월 대비 3배 이상 급증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도 1월 15만 8136명에서 2월 26만 8727명으로 한 달 새 약 70% 뛰었다. 국내 클로드 월 이용자가 20만명을 넘어선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성장세는 3월에 한층 가팔라졌다. 같은 달 신규 설치 건수는 36만 5073건으로 집계되며 업종 3위에 진입했다. 1월 대비 3개월 만에 8.5배 급증한 수치다. 전년 동월(2만 8365건)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늘었다. 특히 3월 23일은 클로드가 제미나이를 처음으로 추월한 날로 기록됐다. 올 3월 중순까지만 해도 국내 생성형 AI 시장은 챗GPT와 제미나이의 양강 구도였지만 이 시점을 기점으로 두 서비스 간 격차는 점차 벌어지기 시작했다.
◆신규 없이 매출이 올라… “기존 이용자가 지갑 열었다”
가장 눈길을 끈 변화는 5월 매출 지표에서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클로드는 5월 5일 하루에만 한국에서 약 10만 4000달러(약 1억 5778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날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역대 최고치다. 눈길을 끄는 건 같은 기간 다운로드 수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센서타워는 “신규 이용자 유입이 아니라 기존 이용자의 유료 구독 전환 또는 상위 요금제 업그레이드에 의한 매출 증가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6월 기준으로 클로드는 올 1월 1일부터 6월 5일까지 한국 iOS 생성형 AI 앱에서 매출 2위, 매출 성장률 1위를 기록했다. 웹에서도 3~5월 방문자 성장률이 챗GPT와 제미나이를 모두 앞섰다. 이용 방식에서도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클로드 이용자의 58.8%는 웹사이트만 사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챗GPT(22.0%)와 제미나이(34.9%)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센서타워는 “높은 웹 이용 비중은 클로드가 단순한 모바일 AI를 넘어 생산성 중심 업무 영역으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 매출 비중에서도 한국의 위상이 달라졌다. 같은 기간 클로드 매출에서 미국(41.1%)에 이어 한국(4.7%)이 두 번째로 큰 수익 시장으로 나타났다.
◆‘잘 쓰는 AI’의 부상… 클로드, 업무용 시장 파고든다
업계에서는 클로드 급부상의 배경으로 정확성과 안정성을 중시하는 응답 구조, 개발자·전문직 중심의 수요 확대를 공통적으로 꼽는다. 미국 국방부 등 공공 분야의 클로드 활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신뢰도 측면에서 긍정적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클로드의 국내 확산은 기업 현장으로도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이달 12일부터 챗GPT와 함께 클로드의 사내 업무 활용을 허용했다. 삼성전자는 보안 문제를 고려해 엔터프라이즈 계약 형태로 서비스를 도입, 사내 정보와 코드 유출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생성형 AI 경쟁이 누가 먼저 대중을 확보하느냐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는 누가 더 깊은 업무 생산성과 전문성을 제공하느냐의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클로드의 성장은 AI 시장 경쟁 기준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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