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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번의 오디션과 120편 작품"…오정세, 기세의 근거

무명의 더쿠 | 10:53 | 조회 수 562

 

"아저씨 저 사람들 뭐예요?"(오정세)

 

스무 살 오정세가 처음 내뱉은 대사다. 오정세의 배역은 '손님 2'. 포장마차에서 쫓겨난 청년을 연기했다. 또 다른 손님 역 배우들과 10초가량 나왔다.

 

4년 뒤,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다. 이번엔 '경찰 1'이었다. 화살을 쏜 주인공의 몸수색을 한 뒤 입을 벌리게 하는 역할. 대사는 "아" 단 한 줄이 주어졌다.

 

충무로 대세인 현재를 떠올리면,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과거다. 오정세는 데뷔 후 수십 년 동안 무명으로 지냈다. 1,000번이 넘는 오디션 끝에 단역을 따냈고, 심지어 통편집까지 당했다.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귀신이 산다', '너는 내 운명',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수많은 히트작에 나왔지만 스타들의 존재감에 묻혔다.

 

무명 배우가 할 수 있는 건,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것뿐. 오정세는 쉬지 않고 오디션에 임했다. 그렇게 120편이 넘는 작품 속에서 기능했다.

 

말 그대로, 쉴 틈 없이 일했다. 한 해에만 영화와 드라마 9편(공개 기준)에 출연하기도 했다. 연극 무대와 단편 영화로도 관객과 만났다.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는,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성실함의 결과물이었던 셈이다.

 

'오정세가 좋아. 니가 잘해서 좋아.'(이동진)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와일드 씽'의 한 줄 평을 오정세로 채웠다. 영화의 서사보다 오정세의 기세를 극찬한 것. 이 오정세의 '잘함'은 하루아침의 산물이 아니었다.

 

 

◆ '믿보배'의 시작

 

오정세는 20년 넘는 무명 시절을 견뎠다. 지난 1997년 영화 '아버지'로 데뷔했지만,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키기까지 22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다고 주저앉진 않았다. 부모님이 운영하는 슈퍼 일을 돕고, 각종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도 오디션장을 찾았다. 그렇게 도전한 오디션만 1,000회 이상. 꿋꿋하게 프로필을 돌렸다.

 

1초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손님 2(아버지)로 시작해 경찰 1(수취인불명), 구형검사(너는 내 운명), 야채장수(우아한 세계)까지….

 

배역 이름조차 주어지지 않아도 맡은 캐릭터에 최선을 다했다. 일 년에 최소 네댓 편씩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의 폭을 넓혀 나갔다.

 

조용히, 내공을 쌓아온 시간들이다.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고 이를 스크린 속에 녹여냈다. 훗날 '믿보배' 오정세를 완성한 자양분이었다.

 

 

◆ '만능캐'의 탄생

 

그의 첫 주조연 작품은 '라듸오 데이즈'(2008)다. 1930년대 조선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오정세는 오디션을 거쳐 아나운서 만철 역을 따냈다. 류승범, 이종혁, 김사랑, 황보라 등과 호흡을 맞췄다. 당시 말투를 재현하고자 과거 라디오 녹음본을 찾아 들으며 캐릭터를 구축했다.

 

흥행은 아쉬웠다. 누적 관객수 21만 명으로 마감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대신,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쓰레기 기자(부당거래), 친구 애인을 사랑한 지질남(커플즈), 남자 탁구 국가대표(코리아) 등 장르와 캐릭터를 가리지 않았다.

 

특히 코믹 연기 존재감이 막강했다. '남자사용설명서'(2013)가 대표적이다. 톱스타 이승재로 분해 얄밉지만 묘하게 빠져들도록 만들었다. 오정세표 코미디의 값어치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 각기 다른 악인들

 

코믹뿐 아니다. 오정세는 악역에서도 진가를 발휘했다. 비슷한 얼굴을 반복하지 않고, 전작과는 다른 빌런을 구축했다.

 

'뷰티풀 선데이'(2007)에선 마약 조직 2인자 유창원으로 변신했다. 야비한 인상을 살리기 위해 눈 밑 점까지 직접 제안했다.

 

'시크릿'(2009)은 반전의 키를 쥔 살인사건 목격자 경호를 연기했다. 180도 달라지는 눈빛과 서늘한 표정으로 서스펜스를 극대화했다.

 

'타짜: 신의 손'(2014)에는 화투판의 설계자 서실장 역으로 나왔다. 속내를 숨긴 채 주변인을 이용하고 배신하는 모습을 섬뜩하게 묘사했다.

 

'조작된 도시'(2017)를 통해선 재발견을 이뤘다. 국선 변호사 민천상 역할이 코믹 이미지를 지운 것. 굽은 등과 얼굴의 반점 등 외적 디테일을 활용해 소름 돋는 악인을 완성했다.

 

 

◆ 드디어 찾아온 보상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오정세는 천만 영화 '극한직업'(2019)의 테드창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신하균(이무배 역)과의 콤비 플레이는 관객들의 폭소를 유도했다.

 

같은 해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노규태로 안방극장까지 사로잡았다. 허세 많고 어딘가 부족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하찮큐티'를 탄생시켰다.

 

'사이코지만 괜찮아'(2020)도 빼놓을 수 없다. 발달장애를 가진 문상태 역을 소화했다. 상태의 순수한 세계관을 진정성 있는 연기로 보여주며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노력의 대가가 찾아왔다. 오정세는 '동백꽃 필 무렵'과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2년 연속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 조연상을 품에 안았다.

 

수상 소감 또한 장기간 회자 됐다. 그는 "무엇을 하든 그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20년간 제 자리를 지켜온 배우이기에 더욱 진심으로 다가온 한 마디였다.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now/article/433/0000128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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