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려면 대기업 가야 하나” 말 나올만도…직장인들 ‘사내대출’에 몰린다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대신 회사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지 않는 사내대출이 사실상 주택 구입 자금 조달의 새로운 통로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5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SGI서울보증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4월 민간기업 사내대출에 대한 SGI서울보증 보증액은 총 6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773억원)보다 26.3% 증가한 규모다.
용도별로는 주택 구입 목적이 4485억원, 생활자금 목적이 1541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 구입 관련 보증액은 전년 동기 대비 29.1% 증가해 증가폭이 더 컸다.
통상 기업들이 사내대출 금액의 80~90% 수준에 대해 보증을 받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대출 실행 규모는 집계 금액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가 사내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공급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반면 사내대출은 기업 자체 재원을 활용하는 만큼 DSR이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주택 구입 자금을 지원하는 복지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는 주택 구입 목적 사내대출 한도를 최대 5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상환 기간은 최대 10년이다. 지원 대상은 무주택자 또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의 1주택자로, 금리는 연 1.5% 수준이다.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4~5%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SK하이닉스도 임금협상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유사한 수준의 사내 주택대출 제도 도입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주택자금 융자 금리는 연 1.5%로 삼성전자와 동일하다. 단, 한도는 최대 1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상환 방식은 1년 거치 후 15년 원금 균등 상환이다.
사내대출 확대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고금리와 대출 규제로 일반 직장인들의 주택 구입 문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대기업 직원들은 저금리로 수억원대 주택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성과급에 이어 대출 복지까지 확대되면서 직장 간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사내대출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기업 복지 성격이 강한 만큼 직접 규제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대신 사내대출이 과도한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선순위 근저당권을 시세의 110~120% 수준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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