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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골목은 따로 있다"…임장크루 따라가보니[출동!인턴]

무명의 더쿠 | 08:36 | 조회 수 1319

'민폐 임장족' 오명 벗고…스터디형 모임으로 진화
시세표엔 없는 정보들 확인…직접 걸으며 상권 읽어

 

[서울=뉴시스] 심재민 인턴기자=지하철역 2호선 낙성대역 인근 골목에 모인 임장크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심재민 인턴기자=지하철역 2호선 낙성대역 인근 골목에 모인 임장크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심재민 인턴기자 = "이 골목은 생각보다 사람들이 안 다녀요. 같은 역세권이어도 살아 있는 길과 죽은 길이 있어요."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앞. 토요일 낮 기온이 26도를 넘는 초여름 더위 속에서도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서로 이름을 묻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신 모두가 휴대전화를 손에 쥔 채 주변 건물 외벽과 골목 분위기를 유심히 살폈다. 이들의 목적은 하나. 부동산 매물을 육안으로 확인하며 정보를 얻는 이른바 '임장크루'다.

 

과거 임장크루는 공인중개업소를 돌며 실제 매수 의사 없이 매물만 확인하는 이른바 '민폐 임장족'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단순히 집값 상승을 쫓는 투자 모임이 아니라, 부동산을 공부하고 도시의 흐름을 읽으려는 현장형 커뮤니티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이날 모임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참가자들은 20~40대 직장인이 대부분이었다. 혼자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건물 관리 노하우와 상권 분석, 임대 전략 등을 현장에서 직접 듣기 위해 모였다.

 

모임을 주최한 A 공인중개사 대표는 "처음엔 소규모 스터디처럼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수요가 많아졌다"며 "부동산을 숫자나 호가로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공간을 체험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코스는 낙성대역 일대 오피스텔과 근린생활시설, 빌라 밀집 지역이었다. 참가자들은 골목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건물 외관과 유동인구, 상권 분위기를 세세하게 확인했다. 중간중간 걸음을 멈출 때마다 건축주 A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A씨는 "저 외벽이 잠깐 유행하던 재질이었는데 지금은 별로 선호되지는 않는다. 벌써 저렇게 오염됐다. 청소 비용이 꽤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뜻 비슷해 보이는 건물도 가까이에서 보면 차이가 드러났다. 한 건물은 세련된 외관을 갖췄지만 반대편 외벽은 오염이 심했고, 또 다른 건물은 입지는 뛰어났지만 내부 구조가 오래돼 관리 부담이 커 보였다.

 

A씨는 건물 투자 역시 결국 관리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고차를 사서 손보며 탈지, 신차를 사서 편하게 탈지는 각자 성향 차이다. 구축 건물도 관리만 잘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임장 크루원들은 연신 사진을 찍고 메모를 남겼다. 누군가는 건물 출입구 방향을 확인했고, 또 다른 이는 주변 약국과 병원의 위치를 살폈다. 상권의 미묘한 결까지 읽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A씨는 "같은 거리라도 사람들의 동선은 완전히 다르다"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지나가지 않는 골목은 상권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건물을 사고 싶다면 사람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고 어디에서 멈추는지까지 직접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특성에 따른 '디테일'도 언급됐다. 그는 "같은 정형외과라도 병원장 성향에 따라 처방 방식이 달라 약국 매출 차이가 커진다"며 "상가 투자는 업종 궁합까지 봐야 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임대 시장 변화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A씨가 안내한 1.5룸 매물은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는 100만원 이상이었다. 전세로는 2억7000만원 수준이다. 강남권 시세에 근접한 가격이지만 공실은 거의 없다고 했다.

 

비결은 '상품성'이었다. 매립형 에어컨과 히든 조명, 공용 건조기, 감각적인 인테리어 등을 갖춰 일반 원룸과 차별화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예전처럼 방만 있으면 되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임대 시장도 결국 양극화되고 있다. 어설픈 품질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확산으로 좁은 원룸 선호가 줄고, 보다 넓고 쾌적한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5평 원룸 수요가 줄고, 넓은 평형 선호가 뚜렷해졌다"며 "재활용 수거함에 배달용기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나중에는 배달 위주로 끼니를 해결하는 트렌드를 고려해 인덕션도 뺄 생각이다. 젊은 세입자의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읽지 못하면 공실로 이어진다"고 했다.

 

임장크루를 모집하는 구인글. 모든 모임에서 정원이 가득 찼다. *재판매 및 DB 금지

임장크루를 모집하는 구인글. 모든 모임에서 정원이 가득 찼다. *재판매 및 DB 금지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의 분위기였다. 과거처럼 '급등 지역 투자 정보'를 좇기보다는 실제 건물 운영과 공간 기획, 생활 동선에 더 큰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었다. 임장은 단순한 시세 확인을 넘어 도시와 주거 트렌드를 읽는 현장 체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3/0013971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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