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머무는 관저 진입로, 中 지도에 버젓이
중국 회사가 운영하는 지도 서비스 화면. 왼쪽부터 알리바바의 고덕지도, 따종디엔핑, 바이두의 백도지도. 각 지도에서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위치를 검색해 캡처한 화면으로 세 기관 모두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해 가림 처리했음.
아시아경제가 22일 확인한 중국 지도 서비스 '고덕지도'에는 청와대 내부가 여과 없이 드러나 있었다. 본관, 정원, 여민 1·2·3관, 헬기장의 명칭이 적혀 있고, 다른 건물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각 건물을 잇는 내부 도로는 물론 고덕지도의 3D 기능을 이용해 경내 지형과 건물 형태 파악도 가능하다.
고덕지도는 알리바바그룹이 운영하는 지도 서비스로, 하루 사용자가 1억명에 달하는 중국 1위 지도 플랫폼이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90%가 고덕지도를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도의 기밀이 요구되는 보안 지역이 불특정 다수에 노출된 것으로 심각한 보안 구멍이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 외 다른 보안 시설도 노출 중이다. 국방부의 경우 본부와 조사본부, 각 건물 위치 및 내부 도로가 표시돼있다. 주소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국정원은 퇴직자 친목 단체인 '양지회'라는 이름으로 검색하면 건물 배치와 도로를 볼 수 있다. 이 대통령이 현재 거주 중인 한남동 관저 역시 진입로와 건물이 공개돼있다.
군 기지도 가림 처리 없이 노출된 상태다. 논산 육군훈련소, 제주 해군기지, 민간공항과 인접한 각 공군기지, 해병 연평부대 등은 내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이 미국에 공여한 캠프 험프리스 등 주한미군기지 역시 전 지역이 공개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중국 플랫폼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을 운영 중인 바이두 그룹의 '백도지도(百度地?)'에서도 청와대, 대통령 관저, 국방부, 국정원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국 기업과 제휴를 맺은 중국 최대 생활정보플랫폼이자 약 7억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따종디엔핑(大?点?)'도 청와대를 포함해 각종 보안 구역을 노출하고 있다.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 따르면 국가보안시설이나 군사시설이 포함된 공간정보의 공개는 제한된다. 항공·위성사진에 국가보안시설이 포함되면 공개 제한 대상으로 관리해야 하고, 가림 처리가 되지 않으면 관계법에 따라 회수·조치한다. 이에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지도 서비스는 해당 지역을 가림 처리한다.
'오픈소스' 쓰는 중국 기업들, 대응도 어려워
중국 회사가 한국 내 보안 시설을 공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픈스트리트맵(OSM·OpenStreetMap)이 있다. OSM은 영국에서 시작된 지도 서비스로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만들고 수정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특정되지 않은 인물 다수가 OSM에 접속해 한국의 보안 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 OSM을 빌려 지도를 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 시설이 노출된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다만 누가, 어떻게 보안 시설의 상세 지도를 입수해 그려 넣었는지는 여전히 파악이 어렵다. 청와대의 경우 2022년 윤석열 정부에서 개방된 바 있지만, 국정원이나 다른 군 시설의 경우 공식적으로 공개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일반인은 내부 지도와 건물 형태를 알 수 없다. 정부로서도 편집자가 개인인지 다수인지, 국적은 어디인지, 접속 국가는 어디인지 등을 알기 어렵다.
중국 기업들과의 지도 수정 논의도 쉽지 않아 보인다. 지도 공개 범위와 보안 시설에 대한 인식 차이 때문이다. 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 지도 회사 측에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물어볼 문제"라면서 "미국과 중국은 해외 지도 서비스에 관한 생각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OSM을 이용한 가림 처리는 어렵다. 국내 한 기관이 OSM에 접속해 보안 시설을 하나하나 가리는 작업을 시도했지만, OSM 측은 '원칙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계정을 탈퇴시켰다고 한다. 우리 당국이 중국 회사와 제휴한 국내 기업을 통해 지도 수정에 성공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며 다시 보안 시설이 공개되는 현상도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의 지도에 청와대가 노출됐을 때는 두 회사에만 연락을 취했다"면서 "중국 지도에 대해서도 경위를 파악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지난 1월 내부 지도가 구글과 애플에 노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각 회사에 보안 조치를 요청하고 가림 처리를 완료한 바 있다.
정부는 바뀐 법령이 시행되면 보안 수준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작년에 국가공간정보기본법을 개정했는데 올해 12월 3일 시행이 된다"며 "보안 처리를 의무적으로 하는 주체를 규정하고 시정 명령도 내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처벌하는 신설 조항도 실효성이 있기 때문에 법이 시행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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