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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공과 탱크데이'…조직은 오너의 언어를 닮는다

무명의 더쿠 | 09:53 | 조회 수 2558


중국 촉나라 제갈량은 자신이 아끼던 부하 마속이 가정(街亭) 전투에서 군율을 어기고 전투에서 패하자 눈물을 흘리며 처형했다.
크게 신임하고 중용했던 부하였지만 대의가 더 컸기에 칼을 들었다.
역사는 제갈량의 결단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 불렀다.

5월1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탱크데이 논란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다.
손 대표는 정 회장이 손수 낙점한 인물이다.
2022년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사태'로 스타벅스코리아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을 때, 정 회장은 그를 사태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손 대표는 기대에 답했다. 취임 첫해 반 토막났던 영업이익을 2년 만에 1908억 원으로 끌어올렸고,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그를 재신임했다.
그로부터 불과 8개월 뒤, 한순간에 해임됐다. 진짜 의도는 정 회장만이 알겠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 회장이 낙점한 인물이 한순간에 날아갈 만큼 스타벅스의 행태는 미흡하고 또 미흡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18일을 '탱크데이'로 명명하고 홍보물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 그리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직후 경찰이 내뱉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이 동시에 소환됐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두 상처를 하나의 홍보물에 녹여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도높게 질타했고, 불매운동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해임에도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자 정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과거 정 회장이 했던 발언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滅共)'이라는 해시태그를 반복해 달았다.
과거 군사정권이 즐겨 쓰던 언어를 21세기 소셜미디어에 유희처럼 소환한 것이다.
당시 논란이 일었지만, 정 회장이 관련 글들을 모두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회사 안에서 직원들은 대표의 말을 보고 배운다.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사규가 아니라 윗사람의 언어에서 먼저 읽는다.
정 회장이 '멸공'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회사에서, 직원은 5월18일에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을 나란히 적었다.
그리고 그 홍보물은 여러 단계의 결재를 아무런 제동없이 통과하고 대중에 선보였다.
단순히 검수 시스템의 실패인지, 아니면 조직 전체의 역사 감수성 부재인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제갈량이 마속을 처형하며 흘린 눈물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유는 하나다.
그 칼이 자기 자신도 비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아랫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신현상 기자(shs@sbs.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74/0000510967?sid=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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