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멸공과 탱크데이'…조직은 오너의 언어를 닮는다
2,514 31
2026.05.19 09:53
2,514 31


중국 촉나라 제갈량은 자신이 아끼던 부하 마속이 가정(街亭) 전투에서 군율을 어기고 전투에서 패하자 눈물을 흘리며 처형했다.
크게 신임하고 중용했던 부하였지만 대의가 더 컸기에 칼을 들었다.
역사는 제갈량의 결단을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 불렀다.

5월18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탱크데이 논란을 일으킨 책임을 물어 손정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해임했다.
손 대표는 정 회장이 손수 낙점한 인물이다.
2022년 '서머 캐리백 발암물질 사태'로 스타벅스코리아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을 때, 정 회장은 그를 사태를 수습할 구원투수로 투입했다.
손 대표는 기대에 답했다. 취임 첫해 반 토막났던 영업이익을 2년 만에 1908억 원으로 끌어올렸고, 정 회장은 지난해 9월 그를 재신임했다.
그로부터 불과 8개월 뒤, 한순간에 해임됐다. 진짜 의도는 정 회장만이 알겠지만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정 회장이 낙점한 인물이 한순간에 날아갈 만큼 스타벅스의 행태는 미흡하고 또 미흡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5월18일을 '탱크데이'로 명명하고 홍보물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탱크 진입, 그리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직후 경찰이 내뱉은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말이 동시에 소환됐다.
대한민국 민주화 역사의 두 상처를 하나의 홍보물에 녹여낸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도높게 질타했고, 불매운동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해임에도 비난이 사그라지지 않자 정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다.
과거 정 회장이 했던 발언까지 다시 회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22년 1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滅共)'이라는 해시태그를 반복해 달았다.
과거 군사정권이 즐겨 쓰던 언어를 21세기 소셜미디어에 유희처럼 소환한 것이다.
당시 논란이 일었지만, 정 회장이 관련 글들을 모두 삭제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회사 안에서 직원들은 대표의 말을 보고 배운다.
무엇이 괜찮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사규가 아니라 윗사람의 언어에서 먼저 읽는다.
정 회장이 '멸공'이라는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쓰는 회사에서, 직원은 5월18일에 '탱크데이'와 '책상에 탁!'을 나란히 적었다.
그리고 그 홍보물은 여러 단계의 결재를 아무런 제동없이 통과하고 대중에 선보였다.
단순히 검수 시스템의 실패인지, 아니면 조직 전체의 역사 감수성 부재인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제갈량이 마속을 처형하며 흘린 눈물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이유는 하나다.
그 칼이 자기 자신도 비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은 아랫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신현상 기자(shs@sbs.co.kr)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74/0000510967?sid=101

목록 스크랩 (0)
댓글 3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샘🩶] 모공 블러 + 유분 컨트롤 조합 미쳤다✨ 실리콘 ZERO! ‘커버 퍼펙션 포어제로 에어 프라이머’ 체험 이벤트 209 00:06 6,39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8,11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45,93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51,03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49,90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9,7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3,76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1 20.09.29 7,484,44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2,64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40,71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71855 기사/뉴스 [단독] ‘누적 210억 기부’ 김장훈, 2천만원 또 냈다…‘히든싱어’ 인연과 뭉클 동행 13:01 42
3071854 이슈 외국인 : 이거 한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twt 7 13:01 418
3071853 기사/뉴스 "왜 역사왜곡을 배우가 사과해"글로벌팬 화났다... '21세기 대군부인' 아이유 변우석 사과 반응[K-EYES] 20 13:01 271
3071852 이슈 24주에 800g으로 동네병원에서 태어난 아기의 기적 1 13:00 222
3071851 이슈 츄파춥스 스님과 반려견 보리소식 13:00 206
3071850 기사/뉴스 개봉 D-2 영화 ‘군체’, 압도적 예매율…사전 예매 15만 돌파 13:00 28
3071849 기사/뉴스 ‘야인시대 나미꼬’ 이세은, 결혼 후 첫 고정…자기관리 일상 공개 10 12:58 715
3071848 이슈 제이홉 틱톡 마이클 잭슨 beat it 7 12:58 196
3071847 기사/뉴스 [속보]다카이치 日총리 대구공항 도착…안동서 한일 정상회담 3 12:57 407
3071846 이슈 폴리포켓 X 데이지크 콜라보 예고 5 12:56 516
3071845 기사/뉴스 [속보] 배우 나나 집 침입 강도짓 30대 징역 10년 구형 35 12:55 2,191
3071844 기사/뉴스 일본은 ‘위험한 스윙’ 즉각 퇴장…KBO “안전 위한 규칙 검토 중” 5 12:54 324
3071843 이슈 윤서인의 스타벅스 지지선언 163 12:52 7,527
3071842 이슈 내일 유퀴즈출연하는 배우 공승연 29 12:51 2,361
3071841 기사/뉴스 ‘대군부인’ 감독 “변우석 열심히 했고, 노력 많이 해…눈빛 연기 인정받길 바랐다” 39 12:50 1,255
3071840 이슈 전두환을 민족의 여호수아라 칭송해주던 개신교 15 12:50 893
3071839 유머 영화 명문 서강대 12 12:49 1,108
3071838 이슈 짖는 부채. 짖지 않는 부채는 좋은 부채가 아니다 1 12:49 627
3071837 유머 아동 만화 페파피그 근황 11 12:49 1,288
3071836 기사/뉴스 '대군부인' 감독 "'구류면류관·천세' 자문 따랐지만..자주국 설정 놓쳐 죄송"  57 12:49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