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스승의날을 앞두고 교사들 사이에서 도는 자조 섞인 농담이다. 감사받아야 할 날이지만, 현장 교사들에게 스승의날은 선물 거절 공지부터, 학부모 민원, 사진 요청, 청탁금지법 위반 논란까지 신경 써야 하는 고된 날이 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담임교사 김모씨는 “아이들이 준비해 온 카네이션이나 편지를 거절하는 것도, 받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엔 한 학생이 ‘스승의 은혜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왔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학부모로부터 ‘우리 아이 귀엽지 않았느냐, 왜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지 않느냐’는 취지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감사를 받는 순간조차 감시당하는 기분”이었다면서 “차라리 학생이 결석하면 민원도, 사진 요구도, 선물 거절 부담도 없다는 말이 도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사진 부담은 어린이집·유치원이 한층 심하다. 아이가 특별한 옷을 입거나 꽃을 들고 오면 일부 부모는 사진을 기대한다. 교사는 돌봄 중에도 촬영, 업로드에 신경 써야 한다. 어린이집에서 스승의날 하루만이라도 학부모에게 아이 사진을 보내는 일을 멈추자는 ‘챌린지’를 할 정도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 교사 이모씨는 “보육 중인 교사 입장에선 부담되는 ‘기록 노동’이다. 스승의날 하루라도 ‘사진 노동’에서 해방된다면 정말 큰 선물일 것”이라고 했다.
스승의날에 대한 교사의 부정적인 인식은 청탁금지법 안내 논란에서도 드러난다. 경북교육청은 지난 13일 ‘청탁금지법 완벽 정리’라는 카드뉴스를 올렸다. ‘스승의날 케이크 파티는 가능하지만, 선생님과 나눠 먹거나 케이크를 드리는 행위는 불가능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교사 사이에선 “파티는 해도 케이크는 선생님 주지 말라는 게 스승의날 안내냐”, “잠재적 범죄자 취급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학교를 찾는 발길도 예전 같지 않다. 서울의 경우 교권 침해와 외부인 무단 방문을 막기 위한 ‘학교 방문 사전예약제’가 시행되면서, 졸업생이 학교에 와 인사하는 풍경도 줄었다. 서울의 초등교사 최모씨는 “학교를 보호하는 조치라는 점은 공감하지만, 스승의날 학교가 예전만큼 환영의 공간으로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14일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공개한 교사 대상 설문 결과(전국 7180명) 응답자의 절반 이상(55%)이 최근 1년 새 이직이나 사직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이직·사직을 고민한 이유로는 ‘학부모 등의 악성 민원’(62.8%)이 가장 많았다. 김희정 교사노조 대변인은 “공교육의 위기 신호”라며 “교직을 떠나려는 주된 이유는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해 줄 시스템이 없다는 절망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스승의날의 의미를 되살리려면 일회성 감사보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돌보는 본연의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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