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하지 않으면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웃겨야 진정한 희극인이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어른과 가리는 분별력이 생기기 마련이다. 해도 될 말과 안 될 말, 앉아도 될 자리와 사양해야 마땅한 자리를 아이를 가르는 기준이 뭘까. 나이를 먹고 사회 경험이 쌓이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이만 잔뜩 먹었지 사리분별이 안 되는 사람이 종종 눈에 띈다. 물론 나 역시 가족에게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라는 지적을 받곤 한다. 사람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해야 하는 모양이다.
최근 방송에서 그 분별력이 아쉬운 장면들이 있었다, 먼저 사투리와 지방색을 자꾸 무례한 방향으로 소비하는 점이다. 지난달 27일 방송된 tvN STORY <남겨서 뭐하게>에 최양락이 초대됐다. 자연스럽게 충청도식 개그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영자가 최신식 충청도 개그라며 꺼낸 얘기가 이렇다. 67세 할머니가 운전을 하다가 신호위반을 했는데 경찰이 “할머니, 빨간불 못 봤슈?” 하더라는 것이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신호는 봤어. 근데 너를 못 봤어”라고 답했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이게 웃긴가? 대전이라고 콕 집어 얘기했는데 도대체 어느 시대 경찰 말투이냔 말이다. 최신 개그라면서? 게다가 공무 수행 중인 경찰에게 “신호는 봤어, 근데 너를 못 봤어”라며 반말을 한다? 저 말의 전제는 평소에도 신호위반을 아무렇지 않게 한다는 뜻 아닌가. 경찰을 하대하는 태도까지 포함해서 여러 방향으로 사람을 깎아내리는 얘기다. 이렇게 하나하나 따지면 코미디가 설 자리가 없다고 불만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비하하지 않으면서, 지킬 것은 지키면서 웃겨야 진정한 희극인이 아닐까?
사투리 얘기가 나오니 양상국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지난 토요일 유튜브 예능 <핑계고〉>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한 무더기 쏟아냈다. 오죽하면 한상진이 "고정은 어렵겠다"고 했겠나. 유튜브니까 거침없어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는데 <핑계고>의 영향력은 이미 지상파를 넘어섰다. 편집으로 덜어낼 만도 하건만 제작진은 그냥 내보냈다. 버리는 카드로 여긴 걸까?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계속 그 부분에 주목하게 된다. 더 나아가 과거 발언까지 파묘되기도 한다. 모처럼 새 옷을 장만했건만 잘못 꿴 첫 단추가 안타깝다.

JTBC <이혼 숙려 캠프>에서 진태현이 하차했다. ‘방송에서 하차야 일상다반사이고 매니저를 통해 통보한 게 무에 그리 비난받을 일이냐, 그러라고 소속사가 있는 거다’ 이런 반응도 있었다. 그런 걸 보고 쿨병에 걸렸다고 하는 거다. 무려 80회가 넘은 프로그램이다. 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해도 그 시간 동안 출연자와 제작진 사이에는 연대라는 게 생겼을 터, 그럼에도 한 마디 양해도 없이 소속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알리는 게 통상적이라고? 말을 하면 되지 않나. "프로그램 사정상 변화가 불가피해서 상의 끝에 이런 결론이 났다, 이해해 달라" 하면 진태현이 납득을 못 할 사람이 아니다.
분별력이 진짜 없는 건 이동건과 소속사다. 아무리 욕심이 나더라도 마다해야 할 자리가 있지 않나. 진태현이 하차한 그 자리는 누가 들어가도 욕을 먹게 되어 있다. 2년간 남편 측 가사조사관으로서 진심을 다했다는 걸 누구보다 시청자들이 잘 안다. 적당히 시간 때우는 게 아니라 열과 성의를 다해 중재하려 애쓰는 게 눈에 보였으니까. 그런데 돌아온 게 일방적인 통보였으니 시청자 입장에서도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다. 그 후임이 이동건이라고 한다. 이혼 경험은 차치하고라도 SBS <미운 우리 새끼>를 보면 알콜 의존도가 상당했다. 자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이 남의 부부 문제에 조언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대체 누가 이 결정을 한 건지 궁금하다. 결정권을 가진 자리가 어려운 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이란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이익이면 누군가에겐 조금이라도 손해이기에 책임이 막중한 거다. 이번 건은 어떻게 봐도 최악의 결정이다. 그러나 진태현의 하차, 전화위복이지 싶다. 보는 시청자도 버거운 자리를 굳이 지키며 감정을 소진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나를 함부로 여기는 쪽과는 절연하는 것이 답이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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