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속에서 헤엄치는 여자들의 이야기 -다큐멘터리 영화 <파도를 헤치고>-강함을 욕망하는 마음에 대하여

다큐멘터리 영화 〈파도를 헤치고 - 다이애나 나이애드 스토리〉(The Other Shore, 티모시 휠러 감독, 쿠바 멕시코 미국, 2013)에서 다이애나 나이애드 (출처: Netflix)
가끔 체력적으로 혹은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면 자신의 한계에 도전했던 여자들의 이야기를 찾아보곤 한다. 이를테면 빙하 아래로 내려가 프리 다이빙을 하는 요한나 노르드 블라드가 세계 기록을 깨기 위해 도전하는 이야기나, 에베레스트를 열 번이나 등정한 유일한 여성인 락파 셰르파의 이야기는 언제나 나를 들뜨게 한다.
어린 여자라서, 나이 든 여자라서, 시골 여자라서 절대 못 할 거라는 우려를 납작하게 해주며, 주위의 만류나 무시하는 시선 너머로 도약하는 여자들. 나는 그들의 강한 정신을 욕망하고 건강한 몸에 경탄하며 내 안의 무언가를 회복하곤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언제나 나를 회복시켰던 그 이야기들은 그저 강한 여자의 성공 신화나 건강한 몸으로 ‘정상성’이나 미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이야기 혹은 개인주의적 자기계발 서사 따위와는 달랐다.
그 이야기들은 ‘과연 강함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성찰하게 해주었던 경험에 가까웠다. 그 이야기들은 ‘약함을 긍정하는 마음’과 ‘강함을 욕망하는 마음’을 모순적으로 품고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들여다보게 한다. 약함을 긍정하면서도 강함에 끌리는 모순, 그러면서도 강함의 매혹을 경계하는 끝없는 모순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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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파도를 헤치고〉(The Other Shore)는 20대에 각종 대회의 상을 휩쓸고 은퇴 후 스포츠 저널리스트로 살던 수영선수 다이애나 나이애드가 60대에 접어들며 자신이 과거에 한 차례 실패했던 쿠바-플로리다 횡단에 재도전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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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쿠바-플로리다 횡단을 준비하는 나이애드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부분적으로 그의 과거 이야기 또한 함께 삽입한다. 유년 시절과 유망한 청소년 선수 시절을 회고하며 흘러가던 나이애드의 이야기 속에는 자신이 가족처럼 생각하던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던 경험과, 가스라이팅 속에서 코치와 수년간 관계를 이어간 경험이 등장한다. 그 이후의 삶은 영화에서 자세히 서술되지 않지만, 나이애드는 자신이 20대 동안 수영할 수 있었던 힘은 ‘분노’에서 나왔다고 언급한다. 젊고 강했으며 충분히 힘이 있었음에도 스스로를 돕지 않았던,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던 자신에 대한 분노는 한계를 시험하는 바다 수영과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영화는 나이애드의 과거 경험과 분노의 힘, 수영을 향한 애정, 한계를 넘으려는 열망을 촘촘히 엮지는 않는다. 이 모든 것들은 나이애드의 일부로 느슨하게 그를 구성하며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바다에서 엄청난 거리를 수영하고, 미디어 앞에서 자신 있게 성공을 확신하는 나이애드의 강한 모습은 거친 파도와 낮은 수온과 몸의 통증 앞에서 드러나는 그의 모습, 그리고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약한 모습과도 분리될 수 없다. 그러니 어쩌면 도전에 성공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은 과거에 스스로를 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약한 자신을 마주할 힘을 만들고 싶은 욕망은 아니었을까.
이때 나이애드가 추구하는 ‘강함’은 약자를 힘으로 누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강함도 아니며, 남들보다 더 뛰어난 기록을 세우는 강함도 아니고, 튼튼하고 건강한 육체를 과시하는 강함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나이애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강함에 대한 욕망’은 자신 안에 존재하는 ‘약함’을 인정하고 그것과 공존할 수 있는 ‘강한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약함을 긍정하는 강함’에 더 가깝다.
전솔비 ilda@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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