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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떨어졌어요, 생기부 어쩌죠?”…대입 준비로 동아리 면접 보는 아이들

무명의 더쿠 | 14:31 | 조회 수 2190

새 학년 맞는 고등학교의 일상이 돼가고 있는 동아리 전쟁
메디컬·생명과학 등 취업 잘되는 이과 계통 동아리의 인기

 

 

새 학년 동아리 전쟁이 올해도 돌아왔다. 교실 벽면을 채운 동아리 홍보 포스터는 단순한 안내문이 아니라 향후 3년의 대입 전략을 결정짓는 선발 공고나 마찬가지다. 과거 동아리가 취미와 적성을 공유하는 학생들의 놀이터였다면, 지금의 동아리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성패를 가르는 ‘전공 적합성’ 생산 공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생활기록부(생기부)에 적어넣을 ‘전공 적합성’을 만들기 위해 밤을 새워 동아리 제출용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쓰고, 압박 면접에 대비하는 이른바 ‘동아리 입시’를 준비하는 신입생들의 모습은 이제 새 학년을 맞는 고등학교의 일상이 돼가고 있다.

 

A학생의 어머니는 “동아리가 입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 알았다면 미리 준비를 시켰을 텐데 아이한테 미안하다”면서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독서 동아리로 생기부 쓰는 방법을 찾아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요한 학생도 본인이 희망하던 동아리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대학에서 미디어 관련 전공을 목표로 하는 그는 방송반 모집에서 탈락한 뒤 영어 토론 동아리에 가입했다. 그는 “진로에 맞게 동아리 활동을 하라고 교육부에서 시킨 것 아니냐. 그런데 인원이 다 차서 동아리에 들어가지 못하는데 어떻게 진로에 맞는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나”면서 “이게 대학 입시하고 다른 게 뭐냐”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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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 동아리보다 정규 동아리로 몰려

 

최근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선택의 중요성은 대학 입시에서 수시전형,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의 문이 넓어지는 것과 비례해 커지고 있다. 생기부가 사실상 지원자의 학업 역량에 더해 전공 적합성이나 발전 가능성, 리더십 등 인성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이력서 역할을 하게 되면서다.

 

특히 2019년 정부의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으로 교내 정규 동아리 활동과 교과 세특(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의 중요도가 급격히 높아졌다.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등 대입 전형자료가 공정하게 기록될 수 있도록, 정규교육과정 외의 모든 비교과 활동의 대입반영을 폐지하고, 자소서 제출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9년은 논문 공저자 등재와 허위 인턴십, 표창장 위조 등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극에 달한 시점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출신 고등학교나 부모의 환경 등 외부요인이 대입에 개입될 여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유은혜 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였다.

 

2024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은 공정성 확보라는 성과 뒤에 이른바 ‘동아리 입시’라는 그림자도 남겼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자율동아리 활동의 대입 반영이 금지되고, 대외활동 기재도 안 되면서 기재할 수 있는 남은 항목들의 영향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면서 “몇백자로 고등학교 3년을 압축해서 홍보해야 하기 때문에 동아리와 세특에 적을 수 있는 단어와 내용의 수준을 극단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메디컬·생명과학·반도체 동아리 인기

 

반면 정규 동아리는 매 학년 500자씩 3년간 1500자의 동아리 활동을 상세하게 기재할 수 있어 세특과 더불어 다양한 진로 활동이나 실험, 리더십 활동 등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도록 남았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메디컬 계열 같은 경우 예를 들어 1학년 때 왜 생명과학 동아리를 선택했으며 3년 동안 어떤 실험하고, 독서하고, 토론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다’ 목표를 세우는 것까지 순서대로 한 세트가 완성”이라면서 “1500자짜리 자소서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 쓰려면 생명과학 동아리에 들어가는 게 필수이고, 그래서 동아리 떨어지면 자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아리 활동의 대입 기여도가 이렇게 압도적이다 보니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메디컬·생명과학 동아리나 반도체, 에너지, 화학 등 이른바 취업이 잘되는 이과 계통 동아리의 인기가 치솟는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 특히 인기 동아리 지원자가 넘쳐나고 입시에 버금가는 경쟁 과열 양상까지 펼쳐지면서 아예 동아리 가입을 선착순으로 받고 끝내는 학교도 늘고 있다. 경기도 소재 B고등학교는 올해부터 정규 동아리 신청을 학사관리 앱을 통해 받았다. 이 학교 학부모 조연희씨는 “네이버 시계를 켜고 정각에 들어갔는데도 다 마감되고 겨우 남은 과학 동아리 신청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학교에서는 동아리 신청 때문에 따로 학원에 특강도 요청하고, 국어 학원에서는 자소서 작성도 해준다고 한다”면서 “1지망, 2지망 동아리 자소서 다 쓰고, 면접 준비하는데 시간, 돈 허비하는 것보다는 (선착순이) 훨씬 효율적이고 공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3/00000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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