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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왕사남’ 김수진 “연기 잘하는 배우 넘어, 좋은 어른으로 남고 싶다”

무명의 더쿠 | 15:09 | 조회 수 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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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최근 배우 김수진의 일상에는 작은 변화가 생겼다.


문자로만 오가던 안부가 통화로 이어졌다. 통화로 끝나던 관계는 다시 만남으로 확장됐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이 먼저 축하를 건넸다. 자주 가던 김밥집에서도 “영화를 잘 봤다”는 말을 들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있다. 김수진은 막동어멈을 연기했다.


막동어멈은 큰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은 아니다. 대신 사람을 먹이고 삶을 이어가게 한다. 무너질 듯한 마음을 붙들어 놓는다. 화려하진 않지만 서사의 온도를 바꾸는 인물이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이 ‘대본’이었다. 최근 영화 편수가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작품 선택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던 시기였지만, 장항준 감독이 건넨 이야기라는 점에서 신뢰가 있었다.


김수진은 이런 변화를 두고 “장항준 감독님이면 웬만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평소에도 감독님 특유의 화법이 좋았다. 사람을 편하게 하는데 그 안에 되게 명확한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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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수진. 사진|영화 ‘왕과 사는 남자’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건강한 현장’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배우들이 스스로 준비해오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장항준 감독은 의견을 열어두고 듣는 사람이었다. 테이크를 무한정 많이 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배우가 가져온 것을 믿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결을 고르는 방식이었다.


“감독님은 분위기를 되게 좋게 푸세요. 스태프들도 너무 좋은 분들이 많았고요. 다들 자기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었어요. 그리고 감독님은 배우들 의견을 잘 취합하시는 편이에요. 사실 그게 쉽지 않잖아요. 감독이라는 자리는 짊어져야 할 게 많은데, 그 안에서 소통 창구를 열어둔다는 게요. 저는 그게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김수진은 막동어멈이라는 인물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그 중심에 ‘밥 짓는 일’이 있다고 봤다. 쌀을 씻고, 밥을 짓고, 누군가의 끼니를 챙기는 일은 이 인물에게 단순한 살림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태도에 가까웠다. 누군가가 잘되길 바라고, 끝내 버텨내길 바라는 마음은 결국 한 끼의 밥상으로 드러난다고 여겼다.


그래서 연기 방식도 분명했다. 막동어멈은 강하게 드러나는 인물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배어 나와야 하는 인물이라고 판단했다. 감정을 크게 밀어붙이거나 존재감을 의식적으로 부각하는 순간, 오히려 이 인물의 결이 깨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수진은 보여주기보다 묻어나기를 택했다.


마침 그 시기 개인적으로도 밥을 자주 하고 있었다. 김수진의 남편은 지난 2022년 큰 수술을 받으며 투병 중이었다. 이에 김수진은 삼시 세 끼를 병원 시간에 맞춰서 가져갔다. 그래서인지 이 역할은 더 가까웠다.


“밥상을 책임지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도 더 많이 들었죠. 우리나라 음식은 정말 정성이 많이 들어가잖아요. 그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결국 사람을 살린다고 믿어요. 장항준 감독님한테 전화해서 제가 남편 투병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그때 감독님이 정보도 알아봐 주시고 ‘너 괜찮니?’라고 항상 물어봐주셨죠. 집에 그런 일이 생기면 사람이 방어적으로 되는데, 진심으로 생각해주셔서 아직도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는 작품의 감정선이 관객에게도 유독 깊게 닿는 이유로 ‘과정’을 꼽았다. 결과보다 먼저 사람이 있고, 선택이 있고, 흔들림이 있다는 점이 영화의 힘이라고 했다. 한동안 한국 사회가 결과 중심으로만 너무 빨리 달려왔고, 그 과정에서 선하고 착한 것들이 쉽게 치부되거나 약한 것으로 오해받는 순간들이 있었다고도 했다.


“과정이 어떻든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희생이 있어도 결과가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염증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보여요. 단종의 죽음이나 그가 겪는 일들에 연민을 느끼게 되지만, 그 곁에 있는 주민들이나 엄흥도 같은 인물을 보면서 또 위안을 받게 되거든요. 이야기의 힘이 세구나 싶었어요.”


배우로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으냐는 질문에 그는 잠시 생각을 고른 뒤 답했다. 


“제 나이 또래도 그렇고 저도 아직 완전히 어른이라는 생각을 못 할 때가 있어요. 책임지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고요.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살고 싶지는 않아요. 나이 든다고 저절로 좋은 어른이 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건강하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 자리를 건강하게 지켜내는 사람. 사람들이 봤을 때 조금은 나은 사람이고 싶어요.”


“좋은 사람들과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은 지금도 중요해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좀 욕심을 내보고 싶어요. 작은 영화라도, 저예산 영화라도, 단편이나 중편이라도 대본이 좋으면 해보고 싶어요. 캐릭터성이 있는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https://v.daum.net/v/20260325150128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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